김한길호 민주당, 어디로 가나
김한길호 민주당, 어디로 가나
  • 김주년 기자
  • 승인 2013.05.2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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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묘역 방문 거부, 차별금지법 추진 논란


지난 5월 4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한길 대표가 선출됐다. 전국 대의원 1만4,000여명의 현장 투표가 진행됐다. 이 경선에서는 비주류 측의 김한길 후보와 친노 주류 측의 이용섭 후보가 맞대결을 벌였다.

김한길 후보는 전국 대의원 투표 51.4%, 권리당원 투표 63.65%, 여론조사 69.58%의 득표율을 기록해 전국 대의원 투표 45.59%, 권리 당원 35.35%, 여론조사 30.42%의 득표율을 나타낸 이용섭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번에 대표가 된 김한길 의원의 임기는 2년이며 내년 6월 지방선거에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당 대표는 인사권, 예산권, 지명직 최고위원 3명 임명권 등의 권한을 가진다.

김한길 대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박정희 독재정권과 평생 싸워온 아버지를 이어 아들인 김한길이 대를 이어 박근혜 정권과 싸우겠다”며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탕평인사는 어디 가고 호남인은 철저히 배제당하고 있다. 제2의 박정희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개탄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호남 지역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중도’로 분류됐던 김한길은 누구?

김 대표는 1981년 소설 ‘바람과 박제’가 문학사상에서 소설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소설가 출신이다. 그의 소설 ‘여자의 남자’는 베스트셀러로서 지난 1994년 TV 드라마로도 제작된 바 있다.

1996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계에 입문했으며 15·16·17·19대 국회의원을 지낸 4선 의원이다.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문화관광부 장관도 지냈다.

민주당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중도주의 노선으로 ‘우클릭’하는 내용의 강령과 정강·정책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민주화·보편적 복지·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민주당의 3대 정책기조는 유지하면서도 ‘기업의 건전하고 창의적인 경영활동에 대한 존중과 지원’, ‘복지와 함께 선순환하는 질 좋은 성장 지향’, ‘튼튼한 안보’ 등의 문구를 추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연합뉴스는 시론에서 “당의 노선을 진보 쪽으로 옮기면서 중도개혁이라는 용어를 폐기한 지 3년도 안 돼 다시 중도 쪽으로 방향을 되돌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언론매체들도 김한길 체제의 출범을 계기로 민주당이 사실상 우클릭을 한 것이라는 분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김한길 대표는 5월 6일 최고위원들과 함께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충탑에 헌화하고 방명록에 기록한 뒤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에 들러 헌화했다.

그러나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에는 들르지 않았다. 이에 논란이 일자 김 대표 측은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출신이 아닌 대통령의 묘까지는 참배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해명했다.

이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보여줬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문 후보 또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방문을 거부하면서 “가해자의 진지한 사과가 있어야 박정희 무덤에 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캠프에 있던 윤여준 당시 국민통합추진위원장도 “국민통합 관점에서 볼 때 적절한 행보가 아니다”고 비판했을 정도였다.

우클릭과는 거리가 먼 그들

이승만-박정희 묘역 방문 논란 외에도 김한길 대표의 과거 행적과 관련해서는 문제의 소지가 꽤 있다. 김 대표는 최근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가 지난 4월 19일 철회한 뒤 재추진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차별금지법안에는 그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던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이 거의 그대로 포함돼 있다.

‘임신 또는 출산’, ‘종교나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인데 이와 관련해 동성애 및 각종 종북 선동에 면죄부를 주겠다는 내용이라는 논란이 강하게 제기된 바 있다.

차별금지법 통과 반대에 앞장서 온 측에서는 “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에 대한 차별 금지는 ‘종북(從北)’이미지를 가진 자들이 줄기차게 주장한 것이며, ‘성적 지향’ 차별 금지는 동성애자들이 주장해 온 것으로 특히 청소년 성(性)인식 왜곡과 국민들이 윤리적·도덕적으로 지적하는 행동을 막는 악법”이라고 비판해 왔다.

김한길 대표의 부친 故 김철 씨는 해방 이후 통일사회당 당수를 지낸 사회주의자였으며 박정희 정부 시절 반공법과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경력이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며칠 앞두고 트위터에 “나자위가 이쁘냐 아니냐, 얼굴에 얼마를 쓰느냐가 핵심은 아닐 것”이라며 “10번(박원순)이 우리편의 희망”이라고 주장했었다.

여기서 ‘나자위’는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를 비하하는 발언이었다. 당시 김 대표는 무소속 박원순 후보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었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된 다른 인사들의 면면을 봐도 ‘우클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예컨대 우원식 최고위원은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인 지난 2006년 10월 13일, 정부가 포용정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포용정책은 위기 상황의 발생 여부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와 민족통일의 물꼬를 튼 포용정책의 기조는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사업에 대해서는 “이 사업은 남북을 잇는 마지막 끈으로서 중단할 경우 남북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악화될 것임이 자명하다”며 지속적 추진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우 최고위원은 2004년 9월 2일 미 의회의 북한인권법 통과에 반발, 주한 미 대사관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북한인권법이 김정일 정권에 위협을 줘 남북화해에 찬물을 끼얹게 된다는 논리였다.

김주년 기자 anubis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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