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5년이 모든 것을 결정 짓는다
향후 15년이 모든 것을 결정 짓는다
  • 이원우
  • 승인 2013.09.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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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정구현 著, 청림출판 刊, 2013

이 책의 논리 구조는 심플하다. 대한민국이 지난 60년간 비약적으로 성장한 비결은 두 가지였다. ①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②한국인의 성과주의적 가치관, 그러니까 ‘열심히 일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과 결합한 결과인 것이다.

①의 골격은 앞으로도 존속될 것이므로 상수(常數)로 볼 수 있다. 그러나 ②는 변수(變數)다. 열심히 일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시장경제 그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진다.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의 확대가 그 암시다. 더욱이 고도성장의 시대도 서서히 끝나가는 상황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25년간 연세대에서 교수직을 역임한 뒤 삼성경제연구소장을 지내고 현재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초빙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 정구현 박사는 2027년을 결정적 시기로 꼽는다.

올해를 포함해 15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세계경제의 지도는 근본적으로 바뀌고 한반도에 지정학적 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 시간 동안 중국의 급성장, 인구의 고령화, 북한의 체제 불안정성 등은 한국의 경제에 커다란 변화의 축으로 작용할 것이다.

15년간 한국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지난 60년간의 성취는 ‘완전한 성공’으로 꽃필 수도, ‘미완의 추억’으로 스러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물론 저자는 우리가 15년의 시간을 성취를 위한 기간으로 삼아야 함을 역설한다.

총 4개의 파트로 나눠진 이 책은 제도(制度)에 대한 논의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창조경제는 왜 필요하며 어떤 딜레마를 갖고 있는지, 서비스산업의 선진화가 왜 중요한지, 경제민주화는 타당한 것인지, 금산분리 규제는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복지와 재정건전성의 타협점은 어디인지 등의 현안에 심도 있게 접근한다. 가히 한국의 경제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는 모든 논점들이 총집합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가운데 북한을 검은 백조(black swan, 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일어나면 모든 일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사건 혹은 현상)으로 바라본 시각은 참신하게 다가온다. 이미 근본적인 한계에 다다른 북한 체제는 향후 15년간 한국의 경제에 ‘가장 커다란 영향을 미칠 불확실 변수’라는 의미다.

남한 입장에서 최선의 방향은 북한이 스스로 경제를 개방해 점진적으로 교류를 확대해 가는 것이지만 그럴 확률은 거의 없다. 내부 주민의 동요나 권력 암투에 따른 권력 공백은 언제든지 촉발될 수 있으며 이는 한반도의 정세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책은 마지막 챕터의 초점을 ‘남북한 통합시대’에 맞추고 북한 붕괴 및 통일에 대비하는 한국의 지향점을 조망한다. 동아시아 안보협력체와의 경제공동체를 확립하는 한편으로 정부의 시스템은 철저히 효율화된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는 골자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면서도 시종일관 한국 경제에 대한 정론(正論)의 관점을 놓치지 않는 책이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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