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성남보호관찰소"를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성남보호관찰소"를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09.09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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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9일 오후 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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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과 과천 법무부 청사 앞 운동장에 2천 명 넘는 ‘분당맘’들이 모였다. 지난 5일부터 농성을 시작한 학부모 인파는 오늘 오전 2,100명 내외로 추정된다(경찰 추산). 동원(動員)의 흔적이 안 보이는 분노의 집회다. 이들이 거리로 나온 원인은 수진2동에서 서현역으로 갑자기 이사한 성남보호관찰소 때문이다.

- 보호관찰소는 법무부 산하기관이다. 선고유예를 받은 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 가석방되거나 임시 퇴원된 자, 소년법에 따른 보호처분을 받은 자 등의 재범 방지를 위한 교육기관이다. 성남보호관찰소는 경기도 성남‧광주‧하남 지역의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대상자 1,500여 명을 관리한다. 당연히 지역주민 입장에서 달가울 것은 없는 기관이다.

- 지난 2000년 개소한 이래 지금까지 성남보호관찰소는 수정구 수진2동의 한 건물에 13년간 입주해 있었다. 임대계약이 9월 18일부로 만료됨에 따라 수진2동 주민들은 기관 이전을 요구했다. 문제는 어디로 옮길 것인지를 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법무부는 지난 4년간 분당구 구미동, 야탑동, 중원구 여수동 등으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주민 반대에 부딪혀 합의에 실패했다.

- 기간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법무부는 지난 4일 새벽 서현역 근처의 한 업무용 건물로 보호관찰소를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서현동 주민들이 놀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설 이전에 대해 법무부로부터 별다른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삿날은 마침 제10회 분당구민 한마음축제가 열린 때이기도 했다.

- 다만 분노한 주민들의 외침을 어느 정도 걸러들을 필요는 있어 보인다. 우선 보호관찰소에 오가는 사람들 중 학부모들이 가장 걱정할 만한 성범죄자 등의 흉악범은 없다. 그들의 경우 보호관찰소 직원이 직접 방문해 심사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음주, 교통사고, 상해 등의 이유로 교육을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 “번화가에 기피 시설을 설치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서현역 주변이 분당 최고의 번화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성남보호관찰소만 번화가에 있는 건 아니다. 일산, 의정부, 부천 지역의 보호관찰소 역시 역세권에 존재한다. 

- 이미 서현역 주변엔 보호관찰소보다 결코 유익할 것이 없어 보이는 유흥업소들이 다수 입점해 있기도 하다. 현행법(건축법시행령)상 교정시설에도 속하지 않아 일반 오피스텔 건물에도 입주할 수 있는 보호관찰소가 유흥업소보다 더 해롭다는 주장에는 토론의 여지가 있다.

- 대다수의 언론은 법무부의 보호관찰소 이전을 ‘기습 이전’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다. 어디로 옮긴다는 말도 없이 주민들이 잠들어 있는 축제 전날 새벽에 이사를 했으니 ‘소통 불능의 도둑 이사’라는 비난은 불가피한 것인지 모른다.

- 하지만 법무부가 지난 4년간 시도했던 모든 소통과 합의의 시도가 번번이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원칙대로만 하자면 보호관찰소는 법무부 산하기관이므로 지역구 국회의원(새누리당 이종훈 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이재명 성남시장)과 별도의 상의 없이 이전을 할 수 있다. 결국 법무부 역시 임대기간 만료 직전에 ‘법대로 강행’이라는 최후의 한 수를 던진 셈이다.

- 이 사안의 어려운 점은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그 나름의 타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13년간 수용해 왔으니 이젠 좀 옮겨달라는 수진2동의 입장, 4년간 이사 갈 곳을 찾았지만 번번이 거부당했던 법무부의 입장, 갑작스럽게 보호관찰소를 유치하게 된 서현동의 입장에 모두 납득할 만한 부분이 있다.

- 이런 상황에서 어느 한쪽의 ‘양보’를 주장해 봐야 남는 것은 누군가의 상처뿐이다. 철저히 사실에 근거한 토론이 필요하다. 아직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보호관찰소라는 기관의 성격과 운영 방식을 명확히 하는 문제가 우선 급해 보인다. 대한민국은 ‘성남보호관찰소’를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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