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김기덕 중도퇴장"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김기덕 중도퇴장"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2.10.31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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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31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zum 기준 3위 -

- 김기덕 감독에게는 시상식을 중도에 퇴장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관객들, 영화사들, 극장 주인들에게는 영화에 대한 입장을 자유롭게 정할 권리가 있다.

- 30일 밤 KBS홀에서는 제 49회 대종상영화제가 개최되었다. 승자는 <광해, 왕이 된 남자>였다. 이 영화는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포함한 15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관객 1,000만 영화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도둑들>마저 압도했다.

- <광해, 왕이 된 남자> 수상부문: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토요타인기상, 영상기술상, 촬영상, 시나리오상, 기획상, 조명상, 음악상, 미술상, 음향기술상, 의상상, 편집상. (총 22개 부문 중 15개 수상)

- 관객과 시청자는 결과를 보고 즐기면 그만이지만 작품 속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은 대다수 예술가와 제작자들의 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쏠림현상이 반가울 리 없다. 어제 대종상 현장에서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독주에 대한 피드백을 잘 요약해서 보여준 것은 ‘두 명의 김기덕’이었다.

- 첫 번째 김기덕: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수상이 계속 이어지자 김기덕 심사위원장은 시상 도중에 심사방식을 설명하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공정성’에 중점을 두었으며, 모든 작품을 감상한 후에 비교평가를 한 것이 아니라 한 작품 시사가 끝날 때마다 해당 작품에 대한 평점을 기입한 뒤 중소기업 본점 금고에 결과를 보관했다는 설명이었다.

- 하지만 “한 작품에 너무 상이 몰린다는 느낌이 있으실 테지만 이해를 구한다”고 했던 김기덕의 설명이 ‘또 다른 김기덕’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 두 번째 김기덕: 어제 레드카펫 행사에 참여했던 김기덕 감독은 심사위원특별상 수상시점에는 현장에 없었다. 대리수상자는 그에 대해 “오전부터 몸이 좋지 않아 1부까지만 보고 가셨다”고 설명했지만 오늘 오후 2시의 한국인들 중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관객 1000만 기록을 내기 위해 (극장에서) 빠져나가지 않는 것이야말로 도둑들”이라고 말하며 <도둑들>의 흥행에 비판적인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그랬기에 어제의 ‘중도퇴장’도 비슷한 심리에서 기인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충분히 가능하다.

- 허나 만약 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베니스영화제의 관점을 모두에게 강요하게 되는 오류에 봉착하게 된다. 유럽 영화제가 세상 모든 영화의 중심인가?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영화라면 모든 극장과 관객들이 찬사를 퍼부어야만 하는 것인가?

- 천만의 말씀이다. 영화계를 진화시켜 온 것은 심사위원 몇 명이 아니라 관객들이다. “나는 만들지니 너는 볼지라”라고 얘기하는 작가주의 영화감독과 “나는 선택할지니 너는 찬동할지라”라고 말하는 심사위원들의 헤게모니를 강요하기엔 상업영화의 틀 역시 매우 넓어졌다.

- 김기덕 감독이 해외영화제에서 잇달아 수상하며 나름대로 예술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은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그의 커리어가 모든 관객들에게 수용되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황금사자 아니라 다이아몬드사자상 백만 개를 받아와도 관객들은 자신과 맞지 않는 영화를 보지 않는다. 유럽영화제는 김기덕을 중심으로 돌아갈지 모르지만 한국영화계는 관객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미래한국)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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