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장윤정"을 검색했다
[미래한국 2PM] 대한민국은 "장윤정"을 검색했다
  • 이원우
  • 승인 2013.02.2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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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월 26일 오후 2시 00분
 

- 포털사이트 NAVER 기준 3위 -

-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창을 매일 관찰하다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여간 해선 반드시 10위권 내에 ‘예쁜 여자’의 이름 한두 개는 들어가 있다는 사실이다.

- 2012년 9월, 15호 태풍 볼라벤이 전국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던 그 순간에도 검색창에는 김지영, 케이트 미들턴, 김하늘, 전혜빈 등 예쁜 여자들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 2012년 12월, 18대 대선 직전 아이패드-신천지-십알단으로 이어지는 ‘네거티브 폭탄 3연타’가 터지는 순간에도 이수정, 김민정, 시크릿, 앤 해서웨이 등 예쁜 여자의 이름은 언제나 관심의 대상이었다.

- 급기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한 지난 2월 12일 검색어 1위는 화장품브랜드 이니스프리였고 결혼을 발표한 여배우의 이름도 당연하단 듯 검색순위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었다. 이는 네티즌, 혹은 한국인들이 얼마나 미모(美貌)라는 가치에 커다란 중요도를 부여하고 있는지를 방증한다. 우리는 연예인 공화국, 나아가 ‘예쁜 여자 공화국’에 살고 있다.

- 21세기 들어서는 그 파급력이 줄었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미인의 기준점은 역시 미스코리아였다. 26일 오후 2시 한국인들의 관심을 받은 장윤정은 1987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 1988년에는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 2위를 차지한 ‘국가대표 예쁜 여자’였다.

- 최근엔 활동이 없는 그녀가 문득 화제가 된 이유는 25일 밤 방송된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배우 김성령의 발언 때문이었다. 역시 미스코리아 진 출신인 그녀는 원래 1987년 대회에 출전하려 했으나 ‘장윤정을 피해서 출전’하려고 1년을 미뤘다는 후일담을 고백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장윤정의 외모가 궁금해 질 수밖에 없다.

- 김성령이나 장윤정이나 대다수 사람들의 눈에는 똑같은 ‘예쁜 여자’일 뿐이다. 뭐가 더 부러울 게 있겠나 싶지만 당사자인 그들의 입장에선 첨예한 감정의 굴곡과 불안감이 존재한다는 사실.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손에 넣기 위해 첨예한 노력을 하지만, 예쁜 여자는 오직 다른 사람의 평가와 호의에 의해서만 획득할 수 있는 지위이기에 문제는 참으로 복잡해진다.

- 행복의 주도권이 자기 자신에게 없는 것이 예쁜 여자의 본질이고 보면 그녀들은 태생적으로 불안한 존재가 아닐까. 지금은 웃으며 말하는 김성령도 장윤정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시점의 감정은 꽤 절박했던 건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은 예쁜 여자 김성령에 주목했고, 그녀가 언급한 또 다른 예쁜 여자 ‘장윤정’을 검색했다.

이원우 기자 m_bisho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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