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터지면 바로 돕는 미국인들
재난 터지면 바로 돕는 미국인들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3.06.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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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구세군, 교회 문자 등으로 순식간에 거액 모금


지난 5월 20일 대형 토네이도가 오클라호마 무어 지역의 주택가를 훑고 지나가며 어린이 10명을 비롯 24명이 죽고 1,200여 채 집이 완전 폐허로 바뀌는 재난이 발생하자 미국인들은 이번에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복구를 돕고 있다.

연방정부는 연방긴급재난관리청(FEMA)을 통해 450여명의 구호팀을 즉각 파견, 재난을 당한 주민들에게 임시 숙소를 마련해주고 4만3,000인분의 식사, 13만 리터의 물을 제공하며 복구를 위한 재정지원 신청을 받고 있다.

연방의회는 지난해 10월 뉴욕·뉴저지 지역에서 280여명의 사망자를 낸 허리케인 샌디 재난 때처럼 오클라호마 구호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적십자사(Red Cross)와 구세군(Salvation Army)을 통한 민간인들의 구호 활동도 활발하다. 미국 제1의 재난구호단체인 미국적십자사는 재난 발생 후 즉시, 구호모금 활동을 전개했다.

전화번호 90000으로 REDCROSS라고 문자를 보내면 10달러를 기부할 수 있는 방식을 안내했는데 재난 발생 후 3일 동안 문자 발송으로 380만 달러를 모금했다. 한 사람이 문자를 1번씩 보냈다고 하면 380만명이 구호모금 활동에 동참한 것이다.

적십자사는 문자발송 모금을 포함, 3일 동안 1,500만 달러의 구호모금 지원을 약정받았다. 구세군도 전화번호 80888로 STORM이라고 문자를 보내면 10달러를 기부할 수 있게 했는데 구세군은 지난 28일까지 500만 달러의 구호모금을 받았다.

쏟아진 구호모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지난 26일 토네이도 피해를 입은 오클라호마 현장을 둘러본 후 연방정부는 이 지역 복구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동시에 미국인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그는 “컴퓨터 온라인에 들어가서 미국 적십자사에 재난모금을 기부하라”고 당부했다.

미국의 많은 교회들은 오클라호마 구호를 위한 모금 활동을 전개, 교회 홈페이지에 미국 적십자사나 구세군으로 직접 돈을 기부할 수 있도록 연결시켜 놓고 있다. 유명 프로농구선수와 가수들이 100만 달러를 구호모금으로 내놓고 있고 연예인들은 구호모금을 위한 대형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미 언론들은 각처에서 오클라호마도 구호물자가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재난민들에게 당장 필요하지 않은 입던 옷, 신발, 인형 등이 많아 쌓아둘 곳이 없다며 지금은 현금을 주는 것이 가장 좋다는 구호단체 관계자들의 말을 전하고 있다.

메리 폴린 오클라호마 주지사는 “재난을 당한 주민들은 수표 북, 신용카드, 운전면허증, 출생증명서, 보험증 등 모두를 잃었다”며 “이들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현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토네이도로 오클라호마 무어 지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집들이다. 시속 200 마일의 초강력 바람으로 1,200여 채의 집은 잔해만 남기고 사라졌고 1만2,000채의 집은 큰 피해를 입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오클라호마 토네이도 피해지역을 방문해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있다.

잠정 피해액은 20억 달러. 이를 복구하는 데 드는 비용은 보험금과 정부 구호기금, 민간 구호모금 등으로 충당될 예정인데 정부 구호기금을 둘러싸고 정치적 대립이 나타나고 있다.

피해 주인 오클라호마 출신의 톰 커번 상원의원(공화당)은 연방정부가 제공할 오클라호마 재난 기금이 연방 예산의 다른 부분의 삭감을 통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연방정부의 지출을 어떻게든 줄이려는 공화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용기 있는 태도라며 칭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지금은 예산 전쟁을 할 때가 아니라 도울 때라며 반박하고 있다.

효율적인 모금액 사용도 관건

공화당은 지난해 10월 허리케인 샌디로 큰 피해를 입은 뉴욕·뉴저지 지역에 대한 연방의회 복구기금 60억 달러 지원 법안을 반대·지연시켰다. 허리케인 샌디로 입은 피해 복구와 상관없는 지출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공화당 의원들은 구호기금을 빨리 쓰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호 자금은 늦더라도 지혜롭게 써야 한다는 것은 미국 적십자사의 대표적인 방침이다. 미국 적십자사는 허리케인 샌디 재난 당시 3억300만 달러를 모금했다.

하지만 재난 발생 후 7개월이 지난 지금 그 중의 1/3인 1억1000만 달러는 쓰지 않고 있다. 미국 적십자사는 이 돈은 전액 허리케인 샌디로 인한 피해 복구에 사용될 것이라고 분명히 밝히며 지금까지 지출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재난 후 즉각 나타나지 않는 필요를 고칠 때 사용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미국 적십자사는 오래 구호활동 경험을 비추어 볼 때 가장 어렵고 경비가 많이 들어가는 때는 재난 초기 몇 달보다 그후 시간이 좀 더 흐른 뒤라고 말한다. 이때는 대중의 관심이 줄어들어 새로운 기부가 없을 시점인데 그 즈음 새로운 필요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2011년 5월 미주리 조플린에서 158명의 생명을 잃게 한 토네이도 재난이 발생한 후 1년 뒤 생존자들의 정신 건강 치료를 위한 새로운 필요가 있었다고 적십자사 관계자는 말한다.

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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