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 콤플렉스’는 이제 그만
‘허준 콤플렉스’는 이제 그만
  • 미래한국
  • 승인 2012.10.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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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하는 TV 의료드라마 의사들의 현실적 고민은 외면
 

의학 드라마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올해 초 종영한 KBS 2TV <브레인>을 시작으로 해서 MBC <닥터 진>과 <골든타임>이 얼마 전 방송을 마쳤다. 

지금은 양·한방 협진병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제3병원>이 케이블 채널 tvN에서 지난 9월 5일부터 방영 중이다. 그리고 사극 MBC <마의>와 SBS <신의>도 각각 조선시대와 고려시대 의원이 주인공이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신하균·정진영(브레인), 송승헌·이범수(닥터 진)가 가운을 입고 시청률 경쟁을 벌였고, 조승우(마의)와 김희선(신의), 김승우·오지호(제3병원) 등이 현재 출연 중이다.

특히 최근 종영한 <골든타임>은 중증외상외과를 배경으로,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중증외상외과의사 최인혁(이성민)이 효율을 내세우는 의료 시스템과 대립하는 내용이 인기를 모았다. 덕분에 중증외상 환자 치료체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환기되기도 했다.

현재 방영중인 <제3병원>은 의사와 한의사가 협동 진료를 하는 병원이 무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 병원에서 각각 신경외과 의사와 한의사로 근무 중인 김두현(김승우), 김승현(오지호) 형제의 갈등을 통해 의사와 한의사 간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의학 드라마는 과거부터 심심찮게 등장했고, 또 그때마다 소기의 성적을 거두곤 했다. 한의사까지 포함하면, 그 유명한 <허준>(1999) <대장금>(2003)을 비롯 <종합병원>(1994, 2008) <하얀거탑>(2007) <뉴하트>(2007) <산부인과>(2010) 등의 드라마가 화수분처럼 새로운 의료 이야기들을 양산하고 있다.

그만큼 촌각을 다투며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의사라는 직업이 드라마 소재로 매력적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많은 의학 드라마들이 시대 배경이나 의사들의 전공은 다르면서도 메시지는 일관적이다. 바로 ‘인술(仁術)’이다. 이런 종류 의술의 롤 모델이라 할 수 있는 허준이나 대장금은 물론이고, 대부분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환자를 위해 희생을 감수한다. 설사 처음엔 그렇지 않더라도 드라마 후반부엔 점점 변해간다.

<골든타임>의 최인혁과 그에 동화된 이민우(이선균)가 대표적이고, <제3병원>의 김두현·김승현 형제도 그렇다. 만약 드라마 속에서 의사들이 성공이나 돈을 위해 행동한다면 그는 냉혈한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물론 의사가 환자를 돌보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에 가해지는 부담이 다소 일방적이라는 느낌이다. 의사도 다른 모든 사회 구성원처럼 자기 욕심을 챙기면 안 되는 걸까. ‘인술’이나 ‘휴머니즘’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지금 의사들이 고민하고 갈등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드라마도 보고 싶다.

예컨대 전공의들이 외과보다 성형외과를 선호하는 게 이기적인 돈에 대한 탐욕 때문만이 아니라, 비현실적인 의료보험 수가 때문이라는 의사들의 솔직한 목소리도 필요하다. 모든 의사가 허준이 될 필요도 없고 강요할 수도 없는 까닭이다.

이런 맥락에서 드라마 <제3병원> 첫 회에서 환자의 몸에 메스를 대고 수술을 감행한 한의사 오지호가 ‘인술’이라는 명목으로 미화되는 장면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수술과 재활을 분리한 정당한 양·한방의 업무 구분이, 한의사들의 시술을 막는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호도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드라마 속 양·한방의 싸움에선 아무래도 ‘허준’의 후예인 한의사들이 유리해 보인다. (미래한국)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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