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각시탈’은 누구를 응징하는가?
2012년 ‘각시탈’은 누구를 응징하는가?
  • 미래한국
  • 승인 2012.08.22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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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의 미디어워치

KBS 2TV <각시탈>은 일제시대 가상의 민족 영웅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다. 주인공 ‘각시탈’ 이강토(주원)가 평소에는 일본 순사로 근무하나, 중요한 순간 (각시)탈을 쓰고 나타나 일본인과 친일파를 처단하는 내용이다.

1976년 첫 선을 보이며 선풍적 인기를 얻었던 허영만의 동명 만화가 원작으로, 주인공이 가면을 쓰고 등장한다는 점에선 미국 만화의 슈퍼히어로 슈퍼맨(1938), 배트맨(1939), 스파이더맨(1962)의 소박한 한국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드라마 <각시탈>이 최근 한일 관계와 맞물려 새삼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논란, 일본 방위백서의 독도 주권 주장 파문 등으로 일본에 대한 정서가 극도로 악화된 까닭이다.

게다가 일본 극우주의자들의 태극기를 짓밟는 행사와 위안부 동상 앞에 말뚝을 세우는 행위 때문에 우리 국민의 반일 감정이 특히 높아진 상황이다. 이런 까닭으로 드라마에서 일본의 조선총독을 통쾌하게 응징하고 친일파를 단죄하는 각시탈의 활약에 시청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시청률도 20%에 근접하며 선전 중이다.

물론 반가운 일이다. 구한말 일본 제국주의자에 맞서는 우리나라 영웅의 활약은 매우 훌륭한 드라마 스토리다. 이 드라마를 보며 국가관을 되새긴다면, 올림픽 영웅을 보며 감동하는 것만큼이나 의미가 있다.

그런데 궁금한 부분이 있다. 각시탈이 응징하고, 우리가 통쾌해하는 惡이 과연 과거 일본 제국주의자인가, 아니면 현재의 일본인가? 이 드라마의 시청자 게시판을 보면 일본 극우세력의 극단적 행동 때문인 탓도 있지만, 일본인은 과거든 현재든 무조건 응징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시청자가 많은 것 같다.

우리가 아직도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시각이 ‘과거 친일파=이승만 정부’라는 등식으로 대한민국의 건국을 부정하는 데까지 확장된다는 점이다.

이번으로 벌써 67번째 8·15를 맞았다. 그동안 한일 관계는 많이도 변했다. 문화적으로 보면, 2012년 현재는 우리나라 배우와 가수들이 韓流라 하여 일본에서 특급 스타 대접을 받으며 많은 일본인 팬을 거느리고 있는 상황이다.

<각시탈>이라는 만화가 처음 인기를 끌던 1970년대 우리가 일방적 약자였던 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의미다. 지금은 충분히 대등한 이웃 나라로서 서로 협력하고 발전할 수 있는 단계인 셈이다. 그런 지금 과거 일본제국주의와 현재의 일본을 동일시하는 게 맞는 일일까. 물론 일본도 변해야겠지만 말이다.

이상한 점은 일본제국주의가 패망한 지 67년이 지난 현재까지 일본 타도를 주장하는 이들이, 이어도를 자국 영토라고 하고 우리 영해에서 대한민국 해경에 폭력을 행사하는 중국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관대하다는 사실이다. 음모론 같지만 무조건적인 반일의 뒤에는 ‘종북주의자-북한-중국’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커넥션이 작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위화감’은 지울 수 없는 것 같다.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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