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되면서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국제협력이 강화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국내외 북한인권보고서에는 북한의 다양한 인권 문제가 언급되고 있다.
2014년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권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비롯하여, 2023년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발표한 ‘북한인권 책임규명 보고서’, 미 국무부(Department of State)가 발표한 ‘2022 국가별 인권보고서’, 그리고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가 매년 북한의 인권 상황을 조사하여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통일부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탈북민 508명의 증언을 기반으로 작성한 ‘2023년 북한인권보고서’를 지난 3월 30일에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2018년부터 연도별로 작성해 왔지만, 내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북한의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대화의 여지가 있는 현실적인 도전이자 과제이다.
북한에서는 정치범 수용소(관리소), 강제노동, 인권 탄압, 강제 북송 등 다양한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정치범 수용소에는 말 한마디 잘못해서 끌려온 사람들, 탈북을 시도하거나 탈북했다가 북송된 사람들, 김일성·김정일의 우상에 조금이라도 훼손을 가한 사람들도 구금되어 있다. 데일리NK 보도에 따르면 최소 23만3000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수용소에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 국무부의 ‘2022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수용소 내에서는 구타, 전기고문, 물고문, 즉결 처형 등이 자행되고 있으며, 열악한 의료환경과 영양 문제로 인해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아이들은 12시간 이상 강제노동을 당하고 교육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은 일반 노동자들에게도 강제노동을 강요하고 있다.
이를 거부하거나 도주하는 사람들은 처벌을 받는다. 호주 인권단체 워크프리재단(WFF)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북한 인구 1000명당 104.6명이 현대판 노예와 같은 인권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 최악의 수치이다.
북한은 사상 통제로 주민들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하고 있다. 인터넷 접속,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이동과 거주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으며, 종교를 금지하고 있다. 북한 여성들은 성차별과 가정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며, 탈북 여성들은 중국에서 인신매매, 사이버 성매매, 강제 결혼, 성노예, 노동착취, 성폭행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겪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1000만 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식량 부족으로 기아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굶어 죽고 있다고 한다. 또한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에 따르면, 최근 북한이 국경을 개방하면서 중국 정부에 억류된 약 2000명에 달하는 탈북자들이 강제 북송될 위험에 처해 있으며, 이들은 북송 시 구금과 고문, 심지어 처형 등 수많은 인권 침해를 당할 수 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아동 인권, 장애인 인권 등 다양한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북한의 인권 문제는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들의 낮은 목소리를 기록
폐쇄적인 북한 사회의 특성상 북한인권 문제는 외부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이 많다. 이에 북한의 인권 현실을 제대로 알리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 노력 중 하나가 바로 ‘북한인권영화’의 제작과 상영이다. 영화는 대중적인 매체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북한인권영화는 ‘북한인권 문제를 알리고 증진하는 것을 주제로 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북한의 인권 상황을 다룬 영화들은 국내외에서 장편 극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형식과 주제로 제작되고 있다.
대표적인 장편 극영화로는 <겨울나비>(김규민, 2011), <48m>(민백두, 2012), <신이 보낸 사람>(김진무, 2013), <사랑의 선물>(김규민, 2019), 애니메이션으로는 <리멤버 미>(시미즈 에이지 한, 2020), 다큐멘터리로는 <노스코리아 VJ>(이시마루 지로, 2011), <태양 아래>(비탈리 만스키, 2015), <아름다운 독백>(이용남, 2017), <메콩강에 악어가 산다>(박유성, 2017), <장마>(이용남, 2019), <유 돈 노우>(이용남, 2022), <비욘드 유토피아>(마들렌 가빈, 2023) 등이 있다.
북한인권영화는 그들의 낮은 목소리를 기록하고 북한인권 문제를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 영화는 앞으로도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한 관심을 높이고 개선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노력은 궁극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한인권영화에도 한계는 있다. 첫째, 북한에 대한 접근과 정보 수집의 어려움으로 인해 북한인권영화는 사실적으로 고증하기가 어렵다. 정확한 정보와 사실에 기반한 영화 제작은 중요하지만, 북한의 폐쇄적인 현실 때문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
둘째,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북한은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이들을 탄압하거나 처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탈북민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이름이나 직업을 공개하면, 북한은 이들을 체포하거나 고문할 수 있다.
따라서 영화 속 탈북민들의 증언은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영화 제작자들은 이러한 위험을 고려하여 탈북민들의 증언을 신중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 탈북민들의 증언이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북한인권영화 제작 시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 첫째, 북한인권과 탈북민의 삶과 경험을 가십거리로 소비하는 문제이다. 탈북과정에서 겪은 인간 이하의 생활과 인신매매 경험, 꽃제비 생활,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가족들을 지켜봐야 했던 경험, 강제 북송 등의 북한인권 실태를 증언하는 탈북민 중에는 아직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영화 제작 시 탈북민의 인권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북한인권과 탈북민을 영화의 소재로만 사용하는 문제이다. 북한인권이나 탈북민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는 영화의 소재로만 사용하고 그들의 삶을 흥미 유발을 위한 도구로만 사용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태도는 그들의 삶에 대한 진지한 이해를 보여주지 않는 태도이다. 이런 문제는 북한인권과 탈북민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인식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양성과 개인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표현과 스토리텔링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셋째, 탈북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문제이다. 영화에서 탈북민을 단순히 등장인물로만 취급하는 문제도 있다.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그들의 이야기를 단순화하는 것은 북한인권과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
넷째, 과도한 스토리텔링 문제이다. 북한인권과 탈북민의 고난과 어려움을 부각하기 위해 과장된 이야기나 감정적인 장면을 강조하는 문제도 있다. 이는 북한인권과 탈북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형성할 수 있는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인권영화의 새로운 도전 <유 돈 노우>, <행복의 발견>
<유 돈 노우>는 영화로 보는 북한인권보고서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에는 탈북작가 이영주, 영국에서 북한인권 운동가로 활동 중인 박지현 징검다리 공동대표, 이웅길 새터민라운지 대표,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 시즌2’의 한예진, 그리고 연세대 박사과정의 김명희가 함께 출연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탈북민이며 인신매매, 매매혼, 사이버 성매매, 성폭력, 노동착취, 강제 북송, 고문과 구타, 강제 낙태 등 북한과 중국에서 경험하거나 목격한 참혹한 진실을 증언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북한인권영화는 주로 탈북민의 탈출과 정착 과정을 극적으로 그려내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이들 영화는 탈북민의 고난과 역경을 통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알리는 데 이바지했지만, 때로는 탈북민을 단순한 피해자로만 그려내며 동정과 연민을 불러 일으키는 데 그치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 돈 노우>에서는 영화 속 영화감독인 수인(윤수인)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를 통해 여행과 대화 그리고 북한 음식에 집중하자 새로운 스타일의 북한인권영화가 탄생했다. 이 영화는 탈북민의 일상적인 삶과 생각을 통해 그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명함으로써 관객에게 연민을 넘어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데 성공했다.
<유 돈 노우>는 ‘2023 락스퍼국제영화제 북한인권 특별전’과 통일부가 후원하는 ‘2023년 북한인권영화 특별상영회’에 초청 상영되었다. 10월 25일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UK의 초청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며, 10월 온라인 개봉도 예정되어 있다.
나는 현재 해외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된 신작 <행복의 발견>의 후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영화는 북한인권 운동가 김태희의 이야기를 통해 북한인권의 또 다른 진실과 개인의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단순히 북한인권과 탈북민 정착 문제에 대한 정보 전달을 넘어 감성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통해 깊은 이해와 사회적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새롭게 도전하는 작품이다.
<유 돈 노우>에서 한층 진일보한 <행복의 발견>은 ‘필름 에세이’와 ‘유튜브’ 스타일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필름 에세이’ 스타일은 문학적이고 시각적인 요소를 강조하여 인물의 내면과 주제를 더 깊이 탐구하고 있으며, 반면 ‘유튜브’ 스타일은 자유로운 대화 형식과 유쾌한 톤으로 현실적이고 다양한 인터뷰와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영화는 11월 18일 CGV청주터미널 2관에서 첫 시사회를 가질 예정이다.
북한인권영화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매개체로서 그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들 영화는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도하며,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을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적 고증의 어려움과 북한 주민의 안전과 생명에 대한 우려로 인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북한인권영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인권영화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탈북민의 탈출과 정착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보다는 다양한 관점을 담고 있어야 한다. 탈북민의 고난과 역경을 지나치게 강조해 관객의 동정과 연민을 불러 일으키기보다는 예술적 완성도를 높여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필요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알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확산해야 한다.
물론 북한인권영화가 북한인권 개선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침묵과 무관심으로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개선할 수 없다. 북한인권영화의 제작과 상영은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한 중요한 한 걸음이다. 북한인권영화가 더 발전해 북한의 인권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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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선 아이들’
세이브NK(대표 김범수)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경계에 선 아이들’은 북한이탈주민이 제3국 등에서 낳은 탈북청소년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탈북 여성들, 제3국 출생자들, 제3국 지역 주민들과 직접 인터뷰를 함으로써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중도입국 탈북청소년과 탈북여성의 고통과 희망 등 소외된 그들의 삶을 조명했다.
탈북민 어머니가 한국으로 입국하는 과정에 중국인 혹은 조선족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청소년들이 북한과 중국, 한국 사이에서 겪는 정체성 혼란을 다룬 이 작품은 2018년 ‘제8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었고 그해 10월 17일부터 23일까지 워싱턴, 뉴욕, 펜실베이니아 등 미 북동부에서 상영회를 갖기도 했으며 국내에서도 각 대학, 단체 등에서 상영되어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1996년 이후 많은 북한 여성들이 중국 등 제3국으로 팔려나갔다. 이 여성들이 낳은 자녀의 수는 점점 늘었고, 이 아이들 중에서 한국으로 입국하는 수도 증가하고 있다. 이 아이들은 대한민국 혹은 제3국에서 성장하면서 극심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어머니가 탈북자 출신인 유나와 예림이도 중국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고,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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