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옛날이여!”
“응답하라! 옛날이여!”
  • 미래한국
  • 승인 2012.10.09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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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둔 정치권도 복고(復古) 열풍... 과연 어떤 ‘과거’가 평가 받을까
 

1990년대 부산의 고등학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7>(tvN)이 지난 9월 18일 화제 속에 종영했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케이블TV로서는 이례적으로 7.55%(TNms리서치 자료). 방송 중에 등장한, 90년대 유행했던 가방이나 의류 브랜드 제품들이 오랜만에 주목 받는가 하면, 당시 히트 가요를 모은 OST도 음원·음반 순위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 드라마는 코 흘릴 적부터 단짝인 고등학교 1학년생 성시원(정은지)과 윤윤재(서인국)가 티격태격하다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일종의 하이틴 로맨스 드라마다. 더불어 90년대 인기 아이돌 그룹 HOT 팬들의 열성적인 모습과 당시 유행했던 대중문화가 디테일하게 소개됐다.

가수의 숙소 앞에서 밤을 새우다 부모에게 꾸중 듣는 학생들, 드라마 속에서 흘러나오는 양파의 히트곡 ‘애송이의 사랑’, 그리고 성시원이 감명 깊게 봤던 전도연 주연의 영화 ‘접속’ 등이 모두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주인공인 셈이다.

대중문화가 과거로 돌아간 건 그 전부터 있어왔다. 지난해 영화 <써니>가 80년대 여고시절 이야기로 40~50대 관객을 모으는 데 성공했고, 올해 상반기엔 90년대 학번 커플의 사랑을 그린 영화 <건축학개론>이 인기였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에는 MBC TV 예능 프로그램 <놀러와>에 나온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등 70년대 인기 가수들이 이른바 ‘세시봉’ 신드롬을 일으켰다. KBS TV에서 이전부터 <7080 콘서트>라는 프로그램으로 과거 히트곡들을 들려주는 것도 비슷한 경우다.

이렇게 보면 대중문화에서 ‘복고’는 1년, 2년만의 유행은 아니다. 오히려 대중은 언제나 과거의 문화를 즐길 준비가 돼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복고 코드에 쉽게 ‘응답’하는 것을 보면, 그만큼 그 시대에 힘이 있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실제로 <응답하라 1997>에 나오는 90년대 히트곡들이 2012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K-Pop의 모태이다.

그런데 복고가 먹히는 곳이 또 있다. 바로 한창 진행 중인 대선 레이스 현장이다. 한 후보는 전직 대통령의 자식으로서 일찌감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았고, 다른 후보들은 일종의 의례처럼 경쟁적으로 작고한 전직 대통령들의 묘소나 생가를 찾고 있다. 그리고 각자 후계자를 자처하는 전직 대통령의 치적을 칭송하며 자신이 적자임을 내세우는 중이다. 마치 드라마 제목처럼 전직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응답하라”고 외치듯이 말이다.

드라마와 다른 게 있다면, 그들이 호출하는 과거가 각기 다른 만큼, 역사적 힘과 정당성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는 점이다. 물론 드라마보다 결과도 좀 늦게 나온다. 중요한 것은 대중의 눈이 생각보다 냉철하다는 점이다.

10.26을 다룬 영화 <그때 그사람들>(2005)이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것은, 현실 정치를 위해 영화가 ‘과거’를 비틀어 이용했던 탓이다.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에서도 정치인들이 과거를 억지로 짜맞추려 한다면 대중에게 외면 당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시청률이나 관객수가 아닌 표로 말이다. (미래한국)

정재욱 기자 jujung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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