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우리 모두의 진짜 자존감을 찾는 심리학 공부
[신간] 가짜 자존감 권하는 사회....우리 모두의 진짜 자존감을 찾는 심리학 공부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1.15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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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태형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임상심리학을 공부했다. 심리학자로서 기존 심리학의 긍정적인 점을 계승하는 한편, 오류를 과감히 비판하고 극복함으로써 올바른 심리학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또한 그러한 이론을 현실에 적용해 병든 사회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분석하는 작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현재 심리학 연구 및 상담, 집필, 강의를 활발히 하며,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2014년)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자살공화국》(2017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실컷 논 아이가 행복한 어른이 된다》(2016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 《불안증폭사회》(201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도서),《베토벤 심리상담 보고서》(대한출판문화협회 선정 2008년 올해의 청소년도서),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 《트라우마 한국사회》, 《청춘심리상담》, 《감정의 안쪽》 등이 있다.

자존감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순간, 우리는 자칫 잘못된 기준에 치중하는 가짜 자존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 자기능력을 과소평가하면서 생기는 마음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사회에서 높이 평가하는 가치에 집착하기 십상인 탓이다. 스펙이나 외모, 연봉 등 남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자존감을 높이는 수단에 매달리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이다. 

심리학을 현실에 적용해 우리 마음을 지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설파해온 저자는 이 책에서 가짜 자존감을 조장하는 세태를 가차 없이 비판한다. 또한 가짜 자존감을 향한 맹목적인 질주를 멈추려면 자존감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진짜 자존감을 얻기 위한 방법을 모색할 것을 권한다. 그는 무엇보다 진정한 자존감 확립에는 건강한 관계가 필수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나와 타인, 모두의 관계를 마음 뿌리부터 이해하는 노력을 거쳐야 비로소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는 심리적 기초 체력을 키울 수 있다”고. 

저자는 매 페이지에서 힘든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존감을 방어 도구로 선택하게 된 현대 한국인의 마음을 철저히 분석한다. 그 출발점인 1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산다는 것’에서는 자존감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혐오와 차별, 세대 간 갈등 등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우리 사회에 팽배한 잘못된 가치 기준을 짚고 넘어간다. 2부 ‘누구의 자존감도 지켜주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유년기부터 노년기까지 한국인이 각 세대별로 어떤 자존감 문제를 겪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로써 자존감은 특정 개인이나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며 성별과 연령을 넘어 모든 이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3부 ‘가짜 자존감 VS. 진짜 자존감’에서 저자는 ‘가짜 자존감’의 정체와 폐해를 낱낱이 파헤친다. 무엇이, 어떻게 가짜 자존감을 부추기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로부터 벗어나려면 어떤 삶의 자세가 필요한지를 설명한다. 마지막 4부 ‘진짜 자존감은 타인을 볼 줄 아는 것이다’에서는 진정한 행복은 건강한 관계에서 비롯된다고 결론을 내리며, 타인과의 유대, 배려를 통해 진짜 자존감을 추구할 것을 조언한다. 

한국 사회에서 왜 자존감이 화두가 되었을까? 오늘날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자존감을 건강하게 지키지 못하고 있다. 아이들은 유년기부터 사교육에 시달리고, 십대 청소년들은 입시를 인생 목표로 강요당하며, 청년들은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면 실패자로 낙인찍힌다. 중장년들은 힘들게 가족을 부양했지만 은퇴 이후 무능력자가 될까 봐 두려워하고, 노인들은 안정된 노후를 보장받지 못한다. 어째서일까? 저자는 각 세대별로 경험하고 있는 자존감 문제를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며, 자존감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가 우리 사회에서 너무나 쉽게 간과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타인으로부터의 존중이 바로 그것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다. 그러나 오늘날 물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 스펙중심주의 같은 가치 평가 기준이 만연하면서 인간 존중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가치가 경시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가 높이 평가하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세상은 나의 가치 판단 기준과는 상관없이 나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 타인에게 무시당하고 배척당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견디기 힘든 일이다. 결국 많은 이들이 그런 가치 평가 기준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무의식중에 이를 받아들여 타인과 나를 평가하면서 살아간다. 한국인들이 자존감 때문에 고민하는 것은 이로 인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타인으로부터의 존중은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만일 누군가가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다면 어떨까? 당연히 그를 싫어하거나 증오하게 될 것이다. 어떤 관계에서든 마찬가지이다. 저자는 ‘혐오’라는 단어가 신문이나 뉴스에서 심심찮게 등장할 정도로,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기보다 혐오하는 데 더 익숙해지고 있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이와 같은 관점에서 바라본다. 부모와 자식, 남성과 여성,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서로를 존중하지 못하는 세태가 개개인의 자존감을 손상시키고 급기야 갈등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저자는 이렇게 단언한다. “존중받아본 적 없는 사람은 자신을 비롯해 타인을 존중할 줄 모르며, 높은 자존감을 가질 수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너무나 쉽게 ‘자존감을 높이라’고 서로에게 강요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우리 사회 자존감의 현재를 들여다보고 이해할 기회를 제공하며, 서로가 서로를 제대로 존중하고 있는지 점검해볼 것을 권한다. 이로써 한국 사회에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진정한 첫걸음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남과 비교를 하지 않고 사는 것이 가능할까? 사회적 비교란 본래 우리의 중요한 인식 수단이며 이를 하지 않고 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비교가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잘못된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거나 무시하는 문화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처럼 돈과 스펙을 기준 삼아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병든 사회에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자존감의 손상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돈을 많이 번 사람,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의 자존감은 자연스럽게 높아질까? 그렇지 않다. 저자는 이런 자존감을 이른바 가짜 자존감으로 분류한다. ‘가짜 자존감(pseudo self-esteem)’이란 실제로는 자신의 사회적 가치가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높게 평가하는 데서 비롯되는 일시적이고 불안정한 쾌감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회적 쓸모나 기여도와 아무 상관없는 것들을 기준 삼아 자신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가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한 도구를 획득하는 데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예를 들면 학생의 경우에는 성적, 여성에게는 외모, 직장인에게는 연봉이 존중받기 위한 대표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명품, 외제차, 학력, 지위나 명예도 이러한 도구로 간주된다. 잘못된 사회 풍조로 인해 사회적 가치 평가의 기준이 완전히 뒤흔들린 것이다. 심리학자로서 사회적 흐름과 개개인의 심리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저자는 이러한 현 시점에서 자존감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과정이 바로 가짜 자존감과 진짜 자존감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가짜 자존감을 향한 맹목적인 질주를 멈추려면 자존감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즉, 돈이나 스펙 따위로는 자존감을 진정으로 확립하거나 향상시킬 수 없다는 사실부터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심리학적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여 진짜 자존감이 우리 마음에 어떤 힘을 불어넣어주는지를 깊이 있게 설명한다. 동시에 가짜 자존감에 중독된 사회 문제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자존감이 무너지면 우리의 감정과 욕구가 어떻게 비뚤어지는지를 자세히 살펴본다. 내가 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 자존감을 보살펴야 하는지, 자기수용과 자기사랑, 자기존중을 통해 자존감을 실질적으로 높일 수 있는 활동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알려준다. 

가짜 자존감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나 자신과 똑바로 대면할 용기를 내는 것과 같다.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왜곡된 자기개념의 교정, 부정하거나 외면하고 싶은 자기 현실의 인정, 자기에 대한 태도의 변화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저자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기평가는 곧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나부터 나를 인정하고 수용하며 존중할 수 있어야 타인에 대해서도 같은 자세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스스로를 ‘싸우는 심리학자’라고 일컫는 저자 김태형은 책상 앞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마음 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하기 위해 전국 곳곳을 다니며 상담과 강연을 활발히 해왔다. 이 과정에서 자녀 세대부터 부모 세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사람들을 만나 고민을 들으며 현대인들에게 무엇보다 진짜 자존감 회복이 절실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더구나 오늘날 자존감과 관련된 정제되지 않은, 과장된 논의들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범람하는 추세를 지켜보면서 자존감에 대한 정확한 정리가 필요하며 자존감 운동이 갖는 의의와 한계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을 느꼈다. 마침내 그는 이 책을 통해 이런 바람을 실천으로 옮긴다. 단순히 마음 수양을 하라는 식의 감상적인 위로가 아닌,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을 매 페이지마다 담아낸 것이다. 

저자 특유의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문체 역시 이 책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우리 사회의 흐름을 짚어내고 문제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이런 글쓰기의 매력이 특히 빛을 발한다. 저자는 한국에서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공동체가 무너지고 개인화, 원자화된 사회에서 고독이 최대의 문제로 부상하는 과정을 낱낱이 들여다보며, 현대인이 자존감을 방어 도구로 선택하게 된 원인을 찾아본다. 아울러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 부모들과의 생생한 상담 사례를 덧붙여가면서, 자존감을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인식할 것을 강조한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만으로 자존감과 관련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론에 이르러 저자는 진짜 자존감을 복원하기 위한 조건으로 타인과의 연대, 건강한 소속 집단을 제시한다. 어린 시절의 상처를 갖고 있던 내담자가 상담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깨달았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여기까지 도달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내담자가 상담실에서 나왔을 때 정작 현실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어떻겠는가. 가족과 친척, 친구들은 여전히 취직 못한 그를 비난하고 아르바이트생이라는 이유로 사람들한테 무시당한다면, 그의 결심은 계속 유지되기 어렵지 않겠는가? 

혼자서 자기 수련을 열심히 해봤자 나와 타인을 공정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를 회복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한 연대와 실천이 함께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오히려 개인의 자존감만 더 상처받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런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부모와 자녀가, 남성과 여성이, 노인과 청년 세대가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건강한 관계가 확립되는 순간부터 모두의 자존감이 건강해지기 위한 환경이 마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저자는 자기 치유 이후 마음 체력을 키우는 데 필요한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실천의 중요성을 주장한다.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자존감에 관한 베스트셀러에서 알려주지 않는 강렬한 행동 원칙이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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