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남북대화는 북한 비핵화로 이어질 수 없어”
“평창올림픽 남북대화는 북한 비핵화로 이어질 수 없어”
  • 이상민 미래한국 워싱턴 특파원
  • 승인 2018.01.30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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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인터뷰]

워싱턴 DC에 소재한 북한인권위원회(The Committee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는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전문적으로 조사, 연구해 보고서를 펴내고 미국 정부에 인권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비정부기구다.

2001년 미국의 저명한 외교정책 인권 전문가들이 세운 이 단체는 지금까지 북한 정치범수용소 수감자, 탈북난민, 납북자의 인권 유린 실태와 북한 취약계층의 식량권 등의 문제와 그 개선의 시급성을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이 위원회 사무총장인 그레그 스칼라튜는 루마니아 출신으로 서울대에서 외교학 학사, 석사를 받고 2011년부터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래한국>은 22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최근 남북한 평창올림픽 회담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

- 남북한 평창올림픽 회담이 북한 핵무기 폐기를 위한 협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가?

남북한은 각각 단기적인 목적을 갖고 이번 회담에 왔다고 본다. 한국은 평창 올림픽 기간 아무일 없이 평화롭고 조용하기를 바란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방해꾼이 있다. 하나는 평창의 매우 추운 날씨이고 둘째는 김정은이다.

이 방해꾼을 잠재우기 위해 한국은 북한에 대화를 제안했다. 북한의 경우 그들의 단기적인 목적은 돈이다. 북한은 20여 명의 선수단 외에 응원단, 오케스트라 등 500여 명을 한국에 보낸다고 했다.

이들이 오는 비용은 누가 내는가. 한국이 낼 것이다.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에서 한국 스키팀이 훈련을 한다고 했다. 마식령 스키장은 군인들의 강제노동으로 지어진 것이다. 1년 전에 우리는 이 스키장에서 어린이들이 눈을 치우는 것을 봤다.

이 스키장은 강제노동, 어린이 노동으로 지어진 것이다. 남북한이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좋은 일인가? 그렇다. 민족화해는 좋은 것인가? 그렇다. 이것이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는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

김정은 정권은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첫 번째 남북 올림픽 회담에서 북한 핵에 대해서는 말하지도 말라고 했다.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조선의 오늘’이 남북 스키선수가 공동훈련을 하기로 합의한 강원도 원산 인근 마식령스키장에 대해 1월 22일‘세계 일류급 스키장’이라고 선전하며 게재한 사진./ 연합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조선의 오늘’이 남북 스키선수가 공동훈련을 하기로 합의한
강원도 원산 인근 마식령스키장에 대해
1월 22일‘세계 일류급 스키장’이라고 선전하며 게재한 사진./ 연합
“북한 미식령 스키장은 강제 노동으로 지어진 곳”

-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남북 대화가 의미가 크다며 이 남북대화가 북미대화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는가?

미국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두 가지 힘을 사용하고 있다. 하나는 군사적 힘이다. 항공모함 등을 배치하고 일본, 한국과 동맹을 강화하며 제2의 한국전쟁을 막으려 하고 있다.

둘째는 경제적 힘이다. 대북 경제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은 이 제재에 잘 협력하고 있다. 미국은 군사, 경제적 제재를 하면서 외교적 조치, 즉 북한과 대화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대화는 그동안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신뢰를 잃었다는 인식 위에서 이뤄질 것이다.

이른바 동결 대 동결 원칙으로 북핵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대신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는 제안은 말도 안 된다. 북한이 핵, 미사일을 갖고 있으면서 우리는 일방적으로 우리의 군사훈련을 포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북한은 동계, 하계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한미군사훈련이 문제라면 북한도 자기들의 군사훈련을 협상 테이블에 가지고 와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것은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은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하며 복구불능한 폐기다. 미국이 이 기준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남북대화가 미북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보지 않는다.

- 평창올림픽을 위한 남북대화와 협력이 국제사회 대북제재를 훼손한다고 보는가?

한국 정부에 달려 있다. 한국 정부가 북한에 얼마의 돈을 주느냐에 달려 있다. 500여 명의 북한대표단을 받아들이는 데 돈이 들어간다. 한국이 개성공단을 재개하면 큰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경우 이것은 유엔 제재 위반이다. 북한에 대한 햇볕정책 혹은 달빛정책은 UN 제재로 가능하지 않다.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와 압박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걷고 있다.

“북한인권 문제 다시 전면에 부각될 것”

- 북한이 이번에 남북 올림픽 회담을 수용한 것은 한미동맹 이간을 위한 것이라고 보는가?

물론이다. 북한이 항상 하는 것이다. 한미동맹을 이간시키려는 것은 그들의 전략 목적 중 하나다. 지난 첫 번째 남북 회담에서 한국은 북핵 이슈를 꺼내려고 했다. 그러자 북한은 말하지 말라고 했다. 이것은 너와 상관없다, 이것은 북한과 미국에 대한 것이다 라는 것이다.

북한은 문 대통령을 계속 밀어붙여 대북제재에서 한국이 발을 빼도록 하려고 할 것이다. 유엔에서 북한인권 표결에 한국 참여하지 말도록 하려고 할 것이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의 비서실장일 때 한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인권 결의안 채택 표결에서 기권했다.

-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올림픽 회담을 지지하고 북한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말 김정은을 만날 것이라고 보는가?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 전에 예정된 한미군사훈련을 평창올림픽 이후에 하기로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에 온 신경을 쓰는 한국에 마크 펜스 부통령, 멜라니아 트럼프 퍼스트레이디, 딸 이반카 트럼프가 이끄는 미국 팀을 보내겠다고 했다. 이것은 대단한 일이다.

문 대통령에게 “나는 내 아내와 딸을 보낸다. 무엇을 도와줄까?”라고 하는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대 미국 대통령들보다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 핵 포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경우만 대화를 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얼마나 많은 세계지도자들이 그동안 김정은을 만났는가. 없다. 유일하게 몽골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났다.

김정은은 세계 리더를 1대1로 만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 만일 북한이 핵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을 완료하고 미국 본토를 핵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면 미국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동맹을 깰 수 있다고 보는가?

미국은 한미동맹을 어떤 상황에서도 깨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미 양국은 동맹관계를 지난 70년 동안 지켜왔다. 앞으로 70년, 100년 동안 계속 그럴 것이다. 간혹 서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우리는 한미동맹을 유지,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한미동맹은 어떤 상황에서도 위험에 처해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 북한인권 이슈가 북핵 문제로 사라진 듯하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여기 있다. 다시 전면에 나올 것이다. 작년 가을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나왔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대사는 북한인권 이슈가 미국의 유엔 안보리 의제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미국 시민사회는 인권, 자유, 민주주의, 번영이 북한 주민들에게 오도록 노력할 것이다. 북한인권 문제는 북한 핵과 미사일 이슈에 가려져 왔다. 그러나 북한인권 이슈는 다시 부상할 것이다. 


= 이상민 미래한국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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