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지연악단, 北에게도 잘 모르는 ‘듣·보·잡’
삼지연악단, 北에게도 잘 모르는 ‘듣·보·잡’
  •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2.1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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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남한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현송월을 수장으로 하는 북한 삼지연관연악단의 첫 공연이 2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진행됐다. 140명의 북한 공연단은 지난 5일과 6일에 걸쳐 남한 땅을 밟았다.

5일에는 경의선 육로 군사분계선을 통해 23명의 공연단 선발대가 먼저 내려왔고 6일에는 만경봉-92’호를 타고 남하한 삼지연악단 본진이 강원도 동해시 묵호항으로 상륙했다. 다음날인 7일에는 또 280명의 북한응원단 및 태권도시범단이 버스를 타고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남한으로 밀려들었다.

현송월은 지난 121일 사전점검단을 이끌고 12일 동안 남한을 방문해 서울과 강릉의 공연장을 시찰했었다. 현송월은 당시 방남 내내 남한 측 무대의 조명 및 음향설비의 미흡함을 지적하면서 이탈리아산 조명 클레이파키와 미국산 음향기기 메이어사운드’, 콘솔 아비드디쇼등을 요구해 남한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남한 측 관계자들은 그러한 현송월에게 국빈 모시듯 굽실거리는 태도를 보여 네티즌들의 맹비난을 사기도 했다.

현송월 방남 체류 기간 동안 한국전력이 해당 지역 사업소에 '현송월 숙소에 정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비상근무에 들어갔던 사실이 언론에 의해 뒤늦게 밝혀져 또 한 번 국민들의 실소를 자나내기도 했다.

이러한 국민적 불만과 반북정서에도 불구하고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에 대한 문재인정부의 변함없는 과잉친절과 지나친 예우는 그야말로 일편단심이다.

'삼지연관현악단현송월이라는 존재가 문재인 정부에게 과연 얼마나 중요한지는 모르겠지만 북한주민들에게는 존재 자체도 잘 모르거나 전혀 인기가 없는 고리타분한 집단에 불과하다는 것이 국내 정착한 탈북 민들의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 두번째부터)와 삼지연관현악단 현송월 단장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오른쪽 두번째부터)와 삼지연관현악단 현송월 단장이 8일 오후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삼지연관현악단 특별공연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

과거 김정일의 애첩으로, 혹은 김정은의 연인으로도 알려졌지만 72년생인지, 77년생인지 아직도 논란이 분분한 가수 출신의 현송월은 한때 북한에서 포르노물을 제작, 판매한 죄로 총살형에 처해졌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현송월 포르노물 제작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는 은하수악단은 현재 김정은의 정실부인인 리설주가 가수로 활동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당시 포르노 촬영에 리설주도 동원됐었다는 은하수악단 동료가수들의 충격적인 증언이 전해진 후 북한에서는 은하수악단의 가수 및 관계자 9명을 전격 처형했다는 소식이 뒤를 있기도 했다.

문 정부에게는 현송월이 김정은 만큼이나 중요할지는 몰라도 남한국민들과 국제사회가 인식하고 있는 현송월은 수령의 애첩이거나 북한의 딴따라’, ‘포르노배우의 이미지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한 언론의 총살설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느 날 갑자기 북한군 대좌의 계급을 달고 국가 행사장 연단에 선 현송월은 비장한 표정으로 새로운 수령에게 무한충성을 다짐했다. 수령의 기분이 내키는 대로 부하들의 계급장에 별이 붙거나 떨어지는 세상이라 놀라울 것도 없다.

하지만 김정일과 김정은의 애첩, 연인으로 알려졌다가 처형설까지 나돌았던 그가 오늘 날 사실상 북한의 대남협상을 책임진 수령의 대리인자격으로 남파됐다면 김정일, 김정은과의 사이가 범상치 만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국내 탈북민들의 생각이다.

폐쇄된 북한 사회 안에서 당연히 일반 주민들은 이러한 최고지도부와 예술인들 간의 충격적 스캔들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사회에서 군, 도 급 당 비서 직위나 군부에서 좌()급 이상의 계급을 가진 중·고위층 간부사이에서 북한의 중앙예술단 가수 및 무용수들이 당 간부들의 술접대와 성접대에 항시 동원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중앙예술단은 당중앙 간부들의 공식기쁨조,

당중앙 간부들의 저녁 술파티에 도우미로 조직 동원되었던 대표적 중앙예술단이 바로 삼지연관현악단이 소속된 만수대예술단이라는 것 또한 북한 문예인 출신 탈북민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지금은 모란봉악단이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신식예술단으로 알려져 있다. 현송월은 지난 2015년 이 최신악단의 단장 직급으로 악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으나 공연장 배경의 북한 미사일 영상 사용 여부를 놓고 중국 측과 갈등을 빚다가 결국 공연이 무산되었었다.

모란봉악단의 직전 모델로는 은하수악단이 있는데 장성택 처형과 포르노 사건 이후로 해체설이 나돌았으나 지금도 가끔씩 북한중앙TV에 등장하곤 한다. 현송월은 이 은하수악단에서도 가수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고 알려졌다.

은하수악단이전에는 1990년대 북한의 신식음악을 대표했던 보천보전자악단왕재산경음악단이 북한 주민들 속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왕재산악단의 경음악(메들리)곡과 보천보악단의 5인조 걸그룹 싱글 노래가 담긴 카세트들이 북한 내 일반 주민들의 클래식 녹음기속에 꼭 한 두 개 이상은 들어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천보악단과 왕재산악단 이 두 그룹이 이른바 김정일의 전성시대인 1990년대 조선노동당의 전용 기쁨조라는 것은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들 뿐 아니라 당시 북한의 중·상류층 속에서 공공연히 나돌았던 비밀스런 풍문이기도 했다.

보천보, 왕재산악단 출현 이전에 바로 70~80년대 북한을 대표했던 만수대예술단이 존재했다. ‘삼지연관현악단은 북한주민들에게 그 이름조차 생소한 악단으로써 2009년에 만수대예술단 소속으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미 보천보악단과 왕재산악단의 젊고 신선한 걸 그룹에 익숙해진 북한 주민들에게 관현악은 남한의 판소리나 아기들의 자장가소리 정도일 뿐이었다.

1969년 김정일이 부친 김일성에 대한 우상화 및 김정일 자신의 후계체제 공고화를 목적으로 만든 만수대예술단은 1946년 북한 최초 예술단인 평양가무단의 후신으로써 조선노동당 선전선동부에 직속되었다.

1990년대 전까지 만수대예술단은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및 수령찬양의 도구로 사용됐을 뿐 아니라 해외 국가수반들의 방북 때마다 벌리는 성대한 파티나 당중앙 간부들의 비공식 파티에 동원되어 분위기를 띄우는 기쁨조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다.

 

지난 2007년 2월 평양체육관에서 진행된 만수대예술단, 조선인민군공훈합창단, 조선인민군협주단, 피바다가극단, 민족예술단 등의 합동공연에 북한 주재 중국 공관 관계자들을 초청했다고 북한측이 밝혔다. /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홈페이지
지난 2007년 2월 평양체육관에서 진행된 만수대예술단, 조선인민군공훈합창단, 조선인민군협주단, 피바다가극단, 민족예술단 등의 합동공연에 북한 주재 중국 공관 관계자들을 초청했다고 북한측이 밝혔다. / 중국 주재 북한대사관홈페이지

북한의 전체 주민들이 볼 수 있는 유일한 조선중앙TV는 영화나 다큐 등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만수대예술단 음악이나 보천보, 왕재산 음악을 삽입했는데 보천보, 왕재산 음악과 달리 만수대악단의 노래나 관현악 연주가 나오면 북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TV를 외면해 버리곤 했다

북 주민들에게도 외면당하는 만수대, 삼지연 관현악

그만큼 만수대예술단은 1990년대 당시의 시대에도 뒤떨어진 그야말로 조선시대 기생들의 춤 노래 수준이었다. 이외에도 북한에는 남한의 뮤지컬에 해당하는 피바다가극단이나 오페라급 조선국립교향악단’, 그리고 한국의 국악에 해당하는 국립민족예술단’, 인민무력부 직속 음악단인 조선인민군협주단’, 대남선전을 전문으로 남한가요들을 북한식으로 개작하는 전자악단인 칠보산경음악단등 중앙급 예술단이 존재한다.

북한이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스포츠와는 전혀 관계없는 예술단과 태권도선수단을 보내온다고 했을 때 남한국민들과 언론들은 은근 모란봉악단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북한은 남한사람들은 물론 북한주민들에게도 무시당하다 못해 그 이름까지 생소한 삼지연관현악단이라는 듣보잡(듣도 보지도 못한)’을 내려 보냈다.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지난 8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특별공연을 하고 있다. / 연합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이 지난 8일 강원도 강릉아트센터 사임당홀에서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성공 기원 특별공연을 하고 있다. / 연합

문재인 대통령은 이들의 남한 공연을 친히 관람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를 주름잡는 K-POP의 고향에서 한국의 오페라 급도 아니고 뮤지컬악단도 아닌, 그렇다고 국악이라고 할 수도 없고 전자악기도 다루지 않는 북한에서도 구닥다리 중에 구닥다리 악단의 공연을 보시겠다니 김정은이 감계무량할 일이 아닐 수 없겠다.

과거 보천보악단 가수로 알려지기도 했고 왕재산악단 가수로도 활동했으며 은하수악단에 모란봉악단 단장까지 하고 있는 현송월이 이제는 그 고리타분한 만수대의 관악단 단장이 되어 남한에 왔다.

현송월의 확실한 정체와 나이는 알 수 없으나 김일성 시대에서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그 기나긴 세월동안의 북한 예술단, 악단들을 모두 거쳐 오늘은 김정은의 특사 자격으로 남북협상테이블에까지 등장한 것을 볼 때 북한 최고 권력과 밀착관계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라 하겠다.

지난 28일에 이어 10일 서울 장충동에 위치한 국립극장에서 삼지연악단의 두 번째 공연이 진행된다. 이번 공연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정권 홍보와 수령 찬양을 기본 사명으로 수십 년 동안 화석화된 북한 관악단 공연을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의 심정이 과연 어떠할지, 그리고 성악을 전공했다는 영부인은 또 북한판 고전예술에 어떤 감명을 받을지 궁금해진다.

 

=백요셉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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