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근 시인이 공개한 ‘소줏집 청년들’ 일화…386세대 감상적 통일담론은 끝났다?
류근 시인이 공개한 ‘소줏집 청년들’ 일화…386세대 감상적 통일담론은 끝났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2.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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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 시인,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발끈한 청년들과 벌인 설전 소개

유명 원로 시인의 문단 내 성폭력 고발에 동조한 류근 시인이 술자리에서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청년들과 설전을 벌인 일화를 공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류 시인이 13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당시 청년들은 남북 단일팀과 스웨덴이 대결한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며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청년들은 “저렇게 실력 없는 애들을 정치적 목적으로 남북 단일팀을 만들어서 세계인의 웃음거리로 만든 문재인 정부 놈들 다 탄핵해야 한다”거나 “총살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또 “원래부터 빨갱이인 줄 알아봤다”는 등의 발언도 했다고 한다.

이에 류 시인은 “결국 참지 못 하고 내가 욱하고 나섰다”면서 발언을 소개했다. 그는 “이보시오, 젊은이들~! 정치적 목적이 평화일 수 있다면 만 번인들 단일팀 못 만들겠소”라며 “남북 단일팀은 IOC의 제안으로 성립된 것이고, 비록 세계적 팀들과 수준 차이가 나서 100 : 0으로 지는 게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우리 젊은이들이 하나의 목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뭉쳐 뛴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것 아니겠소. 지면 좀 어떻소” “저들은 지금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주고 있는 거요. 그게 스포츠의 미덕일 수도 있고 말이오”라고 말했다고 썼다.

류 시인은 “그러자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결속력으로 삽시간에 통일이 된 젊은이들이 금방이라도 술상을 뒤엎을 것처럼 씩씩거리며 일어섰다”면서, 발끈한 청년들이 일어섰지만, 일행 가운데 프로레슬링 선수 3명이 끼어 있었기 때문에 류 시인 자신은 자리에 다시 앉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막 미쿡(미국) 믿고 까부는 아베 같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류 시인의 이 글은 14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18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으며 페이스북 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류 시인은 시집 ‘어떻게 든 이별(2016)’, ‘상처적 체질(2010)’ 등을 펴냈다.

사진=류근 시인 페이스북
사진=류근 시인 페이스북
류근 시인 페이스북 글 캡처 이미지
류근 시인 페이스북 글 캡처 이미지

386세대로 알려진 류 시인의 이 같은 에피소드는 최근 벌레소년 평창유감 히트를 계기로 부상한 ‘386꼰대론’과 맞물려 주목된다. 이른바 ‘좌파꼰대 386’과 상대적으로 우파적이고 실용적인 2030세대 간의 간극 차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로 보여서다.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 2030세대는 우리 선수의 기회 박탈과 북한 선수의 무임승차라는 불공정에 주목한 반면, 운동권 386세대 주류에서는 감상적인 통일론에 입각해 사안을 보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워야 한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주 지지층인 20~30대 젊은 층 다수는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논란이 일자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공희준 시사평론가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청년층의 반감을 담은 ‘평창유감’ 돌풍과 관련 “벌레소년과 같은 돈도 없고 미래도 없는 분노한 청년세대의 증오와 반감의 과녁이 돼버린 자들은 꼰대들”이라며 “위선과 가식으로 똘똘 뭉친, 앞에서는 온갖 고상한 척을 다 떨면서 뒤에선 제 잇속을 악착같이 챙기는 ‘내로남불’의 화신이라고 일컬을 한국사회의 꼰대들을 정조준한 가난한 서민계급 청년들의 불신과 적대감은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한층 더 격렬해지고 강력해질 전망”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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