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 누가되더라도 ‘제2의 정연주’
KBS 사장 누가되더라도 ‘제2의 정연주’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3.0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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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회 여당 측 이사와 언론노조 KBS본부노조가 지지하는 후보가 다른 것이 변수

(* 이 기사는 KBS 이사회의 사장 선임 전에 작성되었습니다)

한국방송 KBS의 사장 후보로 최종 3인이 확정된 가운데 내부에서 이상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KBS 이사회 다수 이사들과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지지 후보가 서로 엇갈리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면서 긴장감이 돌고 있는 것. 앞서 KBS 이사회는 지난 2월 20일 임시 이사회에서 신임 사장 지원자 13명 가운데 최종 후보 3인으로 양승동 KBS PD(57), 이상요 세명대 교수(62),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61)을 결정했다.

양 PD는 ‘KBS 스페셜’ ‘추적 60분’ 등을 연출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만들어진 KBS본부노조 전신인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공동 대표를 지냈다. 정연주 전 사장 해임 반대 투쟁 등에 앞장서다가 2009년 파면 처분을 받았고, 이후 재심을 거쳐 정직으로 징계 수위가 조정됐다. 이 교수는 KBS PD 출신이다.

‘인물현대사’ 등 연출을 맡아 함석헌 신부, 전태일 등을 다루다가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비제작부서를 전전하다 퇴직했다. 이 전 센터장은 KBS 기자 출신이다. 국제부에서 오래 일하며 이라크 전쟁과 터키 지진, 코소보 내전, 예멘 피랍 사건 등 굵직한 현장에서 취재했다.

이들 가운데 양 PD와 이 교수가 각각 KBS본부노조와 KBS 다수 이사들의 지지를 받는 분위기라고 한다. KBS의 한 관계자는 “본부노조가 양승동 후보를 노골적으로 미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양승동 PD는 언론노조의 꼭두각시임이 분명한데, KBS 이사회 다수 이사의 지지를 얻는 후보는 이상요 교수라 미묘하다”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KBS 보궐 사장 선임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KBS는 이번 창사 이래 처음으로 구성한 시민자문단이 사장 후보자들을 평가하는 정책발표회를 갖는다. 이들의 평가를 최종 후보자 결정에 40% 비중으로 반영하게 되면서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같은 변수들에 KBS본부노조는 신경을 곤두세운 모양새다.

KBS 이사회는 2월 20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표결을 통해 신임 사장 지원자 13명 가운데 양승동 KBS PD, 이상요 세명대 교수,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 등 3명으로 후보자를 압축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양승동 KBS PD, 이상요 세명대 교수,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 연합
KBS 이사회는 2월 20일 임시이사회를 개최하고 표결을 통해 신임 사장 지원자 13명 가운데 양승동 KBS PD, 이상요 세명대 교수,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 등 3명으로 후보자를 압축했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양승동 KBS PD, 이상요 세명대 교수, 이정옥 전 KBS 글로벌전략센터장./ 연합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이익을 최대 반영할 인물인 최승호 MBC 사장 선출 사례를 선호하는 노조가 자칫 KBS 이사회 다수 이사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KBS본부노조는 20일 최종 후보 3인이 결정되자 ‘사장 후보 3인 압축, 이사회 왜 이러나?’ 제목의 성명을 내 “충격과 실망 그 자체”라며 이사회의 결정을 비판했다.

노조는 “1인 1표임을 감안할 때 이른바 적폐 이사들이 선택한 후보가 누군지는 자명하며 이에 대해선 평가조차도 아깝다”며 “문제는 이른바 다수 이사들이 선택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후보들이다. 이사들은 진정 KBS를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고 싶을 정도”라고 밝혔다.

누가 되더라도 정당성 상실한 반쪽

이어 “우리는 특정 후보의 인품과 살아온 길을 부정하거나 비난하고자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새로운 사장이 KBS 구성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KBS 개혁과 적폐 청산이라는 과제를 실천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구성원들이 믿고 따르지 않는데 사장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번 새 사장 선출은 적폐 청산과 개혁을 염원하는 우리 조합원을 비롯한 KBS 구성원들의 지난한 싸움의 결과임을 이사회는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이명박-박근혜의 KBS 장악에 맞서 싸우는 데 행동하지 않은 사람은 KBS 구성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개인적인 인품의 훌륭함을 떠나 그렇지 않은 후보들은 모두 ‘제2의 최남수’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양승동 PD를 지지하는 것으로 보이는 KBS본부의 이 같은 지적은 다분히 KBS 이사회 다수인 여권 측 이사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노조가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선택할 경우 YTN 최남수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경고인 셈이다. YTN 최남수 사태란, 지난 해 11월 언론노조 YTN지부가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 최남수 사장이 이사회에서 선임되자 사퇴를 요구하는 파업을 벌이며 사측과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을 말한다.

당시 YTN 노조는 노조 측 노종면 해직기자가 서류 심사에서 탈락하고 우장균 기자가 탈락하자 “한 마디로 실망스럽다. 최 내정자는 과거 와이티엔의 위기 상황에서 회사를 두 번이나 등졌다”며 “지난 9년 와이티엔 사태를 불구경으로 일관했던 인사가 이제 와서 회사를 경영하겠다고 나선 것인데, 이사회는 어떤 기준으로 뽑은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최남수 사장의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KBS본부노조는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사장에 선임되지 않을 경우 사장 퇴진 파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일 KBS 이사회의 다수 이사들이 본부노조가 지지하는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선택할 경우 KBS 역시 파업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갈등이 KBS 향후 보도 방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떤 후보가 되더라도 KBS의 선전선동 기구화를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누가 되더라도 ‘제2의 정연주’화 되리라는 분석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결국 누가 되더라도 오십보백보의 차이일 뿐 근본적으로 똑같다”며 “이사회가 자기들이 원하는 사람을 사장에 앉히기 위해 쇼를 하고 있는데, 차기 사장은 고대영 사장과 강규형 이사 등을 불법적으로 교체하고 뽑는 것이므로 선임 자체가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한편, KBS 이사회는 24일 후보자 정책발표회와 시민자문단 회의를 열고, 26일 최종면접 뒤 표결을 거쳐 차기 사장 후보자를 확정하게 된다. KBS 사장은 이사회가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하면 국회 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신임 사장의 임기는 지난달 해임된 고대영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11월 23일까지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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