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무감각 깨울 때 위기 극복될 것” 
 “북한인권 무감각 깨울 때 위기 극복될 것” 
  • 미래한국
  • 승인 2018.03.09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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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김범수 Save North Korea 대표

인터뷰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사진 이승재 미래한국 객원기자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초 상하원 연두교서에서 북한의 폭정과 탈북민 인권 문제를 길게 언급했고 펜스 부통령 등 고위급 인사들도 탈북민을 잇달아 면담하는 등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배경과 의미는 무엇일까. 대표적 북한인권 시민단체인 사단법인 세이브엔케이(Save North Korea)의 김범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 트럼프 행정부가 북폭을 심각하게 고려했고 그 옵션이 지금도 완전히 제거된 건 아니지만 그 이후가 또한 우려됩니다. 김정은을 성공적으로 제거한다고 했을 때 포스트 북한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고민입니다 . . . 현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가 무너진다면 당장 자유통일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중국도 반대하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정부의 의지가 문제입니다. 인권과 자유를 북한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자유통일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준비 과정입니다.
  • 군사정권 시절 반공을 국시로 하면서 그에 대한 부작용과 반작용으로 북한 문제에는 무감각해진 면이 있습니다. 1987년체제가 군사정권을 단죄하면서 한편으론 북한 정부에 면죄부를 준 꼴이 됐죠. .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에 분노할 줄 아는 2030 젊은이들입니다. 반인륜적인 북한 체제에 대한 우리의 무감각이 깨어나고 분노하게 될 때, 광화문에 북한인권을 위한 촛불 100만 개가 켜지는 그날을 기대합니다. 

 

-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들어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전면에 들고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맨’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왜 이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지 그 이유와 배경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보고 계신지요.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1월말 트럼프 대통령의 상하원 연설을 유심히 들어봤는데 수 많은 미국과 국제 문제들 중에서도 북한 문제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얘기하는 걸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자리에 탈북민 지성호 씨를 초청해 청중에 소개하면서 그의 탈북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었죠.

트럼프 대통령은 며칠 뒤 탈북민 8명을 백악관에 초대해 그들의 얘기를 경청했는데 그 자리에 있던 탈북민 지인들에게 현장 분위기와 면담 내용을 제가 물어본 일이 있습니다. 상징적 의미가 물론 컸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상당한 의지가 느껴졌다고 합니다. 펜스 부통령은 평창올림픽에 참석한 뒤 귀국해서 ‘유례가 드문 사악한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에 책임을 묻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런 인식은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해 국회에서 한 연설에서도 이미 명확히 드러났습니다. 북한에서 독재자 사진을 잘못 다뤘다고 수용소에 갇힌 북한 주민 이야기, 기독교인 처형 사례, 납치와 고문, 탈북민 인신매매, 암살 등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해 상세히 얘기하면서 어둠의 땅 북한과 자유와 번영의 한국을 명확히 비교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표명은 미 행정부가 비로소 북한 문제의 핵심으로 돌아간 것을 보여준다고 봅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도 결국 북한의 비정상적이고 반인륜적인 체제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공산국가 중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최악의 독재체제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북핵 문제도 없었을 겁니다. 

김범수 세이브엔케이 대표 

“자유와 인권이 북핵 문제의 본질” 

- 핵과 안보 문제를 풀기 위해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생깁니다. 군사공격이나 경제제재가 여의치 않으니 북한에 대한 압박수단으로써 인권 문제를 들고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입니다. 

우선 문제의 본질은 북한의 핵개발이 그들의 근원적인 체제 문제를 덮기 위한 정치적 수단이라는 겁니다. 북한 정권이 핵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도 체제의 문제 때문입니다. 북한이 자유와 인권이 보장된 사회였다면 북핵 포기와 함께 개방과 국제협력과 지원을 선택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체제가 무너지니까 절대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북한의 문제는 핵보다도 인권과 자유의 문제가 핵심입니다. 우리가 시급히 통일을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도 단순히 한 민족이기 때문이거나 경제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북한 동포들이 폭압에서 벗어나 자유와 인권을 누려야 하기 때문이죠. 

물론 한편으로 미 행정부에 정치적 고려도 있겠죠. 트럼프 행정부가 북폭을 심각하게 고려했고 그 옵션이 지금도 완전히 제거된 건 아니지만 그 이후가 또한 우려됩니다. 군사적으로 김정은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고 했을 때 포스트 북한을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고민입니다. 

김정은 이후 대한민국 주도의 한반도 자유통일이 가능할까,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습니다. 일례로 지금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헌법조문에서 ‘자유민주주의’의 ‘자유’를 떼고 싶어 여론을 떠보고 있지 않습니까. 현 상황에서 김정은 체제가 무너진다면 자유통일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중국도 반대하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정부가 의지가 없고 오히려 생각이 다른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인권과 자유를 북한으로 확산시키는 것은 자유통일을 위해 꼭 필요한 준비 과정입니다. 

- 과거 동서냉전 시절 레이건 미국 행정부도 소련에 인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함으로써 소련을 굴복시켰다고 합니다. 얘기하신 대로 북한인권 문제를 통해 북한 체제를 변화시키고 자유통일을 준비할 수 있다면 의미가 커 보입니다. 

저는 이번 미 행정부의 북한인권 문제 제기가 국가적 위기에 있는 우리에겐 어쩌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진작 해결해야 했을 우리의 핵심 문제를 미국이 대신해 제기해준 겁니다. 부끄럽지만 고마워해야죠.  

과거 어떤 군사정부보다, 어떤 기업과 축재자의 비리보다, 어떤 이른바 비선실세보다 몇십 몇백 몇천 배는 더 악독한 북한 일가의 독재체제와 우리 동포에 대한 인권 유린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왜 눈을 감고 있는 겁니까.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기막힌 현실을 지금 우리가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에겐 미래가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여기까지입니다. 미국 행정부가 지금 이 문제를 제기하는데 우리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오히려 그것이 정치적이다, 그는 비즈니스맨이다, 이런 말을 하고 있다면 얼마나 기가 막힙니까.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방해가 된다는 시각도 있는데 본질적으로도 그렇지만 전술적으로도 잘못된 것이라 봅니다. 자유국가가 독재국가와 회담할 때 인권과 도덕을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독재국가는 자국내 언론통제와 기밀유지, 일사불란한 체계가 무기가 되지 않습니까. 

“미국의 북한인권 이슈화, 자유통일의 마지막 기회 될지도” 

-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현실. 어떻게 우리 사회가 이렇게 된 것일까요. 북한인권 문제가 마치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 이슈가 돼 있는 것 같습니다. 

굳이 정치진영으로 구분하자면 인권 문제는 세계적으로 리버럴, 진보들이 더 천착해 왔는데 유독 우리나라의 북한인권 문제만 예외이죠. 이건 우리의 불행한 과거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군사정권 시절 반공을 국시로 하면서 그에 대한 부작용과 반작용으로 북한 문제에는 무감각해진 면이 있습니다. 1987년체제가 군사정권을 단죄하면서 한편으론 북한 정부에 면죄부를 준 꼴이 됐죠.

여기엔 주사파 운동권의 의도도 깊이 관여됐을 겁니다. 지금은 청와대와 국회 등 각계 각처의 최고 책임자가 된 과거 386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도 이것일 겁니다. 김정은 김여정 등에 대한 한없는 호의, 북한 문제만 나오면 자동적으로 눈을 감는 것이죠. 

그래도 희망은 있습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에 분노할 줄 아는 2030 젊은이들입니다. 반인륜적인 북한 체제에 대한 우리의 무감각이 깨어나고 국민들이 함께 분노하게 될 때 대한민국의 미래는 다시 열리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광화문에 북한인권을 위한 촛불 100만 개가 켜지는 그날을 기대합니다.

2002년 유럽의회(EU)를 방문해 EU 의장(President)에게 탈북난민보호
유엔청원 1180만명 서명을 전달하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세이브엔케이’에서는 그동안 많은 북한인권 탈북민보호 활동을 펼쳐온 것으로 압니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낯선 이름인데요 소개를 부탁합니다. 북한인권 촛불 100만 개를 밝히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많이 고민해왔을 것 같습니다. 

세이브엔케이, Save North Korea는 1999년 3월 고 김상철 전 서울시장이 설립한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로 출발했습니다. 99년부터 2001년까지 만 2년반 동안 국내외 거리에서, 지하철에서, 학교와 교회에서 연 1180만 명의 청원 서명을 받아 유엔과 미 의회, 유럽의회 등에 전달함으로써 북한인권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는 데 기여했습니다.

2003년부터 매년 통과돼온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2004년 미 의회 북한인권법안을 이끌어내는 동력이 됐고 탈북민 2000여 명의 한국 입국을 지원했습니다. 2004년 베트남에 있던 486명 탈북민이 일시에 입국하는 데 조정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밖에도 10여 차례의 제3국 탈북민 실태조사, 300여 회 북한인권 포럼, 다양한 탈북청소년 지원활동 등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북한 현실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무감각을 뚫게 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을 믿습니다. 다만 너무 늦지 않아야겠습니다. 

북한인권 촛불 100만 개를 켜려면 

- 활동해온 지 20년이 돼가는데요, 그동안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운영되고 있습니까.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이사장 이종윤 목사님, 설립자 김상철 변호사님 등 많은 분들의 눈물과 기도와 헌신을 잊을 수 없습니다. 1000만명의 서명, 말이 쉽지 온라인 서명도 아니고 50만장 100만 페이지에 달하는 11,800,495명 분의 서명지를 아직도 보물처럼 아크릴 상자에 넣어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를 대학생 봉사단이 100만 컷의 사진을 찍어 디지털화해서 9개의 DVD에 담아 300개의 카피를 제작해 전 세계 관계기관에 보냈습니다.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 국민 1000만 명의 여러분을 위한 최소한의 도움의 목소리였다고. 

저도 2000년대초 1000만 서명 DVD를 수십개씩 큰 가방에 넣고 다니며 무슨 외판원처럼 유럽의회 의원들의 방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대북전단지를 마음 졸이며 북한으로 날려 보내며 경찰에 쫓기기도 했고 북한의 공개처형 장면을 찍은 카메라와 사진을 국경지역에서 들여보내고 받아오기도 했습니다. 

그간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탈북민 보호활동이 마치 무슨 반정부 활동처럼 비춰질 때도 있었고 그땐 현실에 실망하고 분노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희망적입니다. 마른 들풀에 횃불을 붙이는 일이 남았습니다. 상식과 용기를 가진 청년들이 나설 것이고 이들을 깨우고 소통하는 일에 더 전념하려 합니다. 

1180만명의 탈북난민보호 유엔청원 서명(1999-2001) 이 담긴 DVD 커버 사진.<br>1백만 페이지, 50만장의 서명지를 디지털화해 9개 DVD에 담아 300여개 국제 관계기관에<br>전달해 북한 탈북민 인권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기여했다.  
1180만명의 탈북난민보호 유엔청원 서명(1999-2001) 이 담긴 DVD 커버 사진.
1백만 페이지, 50만장의 서명지를 디지털화해 9개 DVD에 담아 300여개 국제 관계기관에
전달해 북한 탈북민 인권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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