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 가는 징검다리?
한국은 미국 가는 징검다리?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18.03.28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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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회담 추진하는 김정은의 속셈

평창 동계올림픽을 이용해 대남(對南)공세를 주도한 김정은은 최악의 유엔의 대북제재와 국내외적 압박을 돌파하기 위해 미국으로 가는 길을 열고자 남한 정부를 활용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김여정을 직접 파견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냈고 한국의 특사단을 직접 평양으로 불러 비핵화 논의 등을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상황은 김정은으로서는 단기 호재이고 장기적으로는 갈수록 불리해지는 수를 뒀다고 볼 수 있다. 단기적 호재는 김정은이 막대한 비용으로도 살 수 없는 그의 상징성과 지도력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장기적 악재는 김정은이 더 내놓을 카드가 사라진 것이고 이제부터 모든 과정은 김정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만약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미국을 속였을 경우 군사적 선택에 직면해서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사라지게 된다.

현재 김정은에게 가장 큰 악재는 경제적 위기보다 그에 대한 상징성 추락과 지도력 약화였다. 김일성, 김정일에 비교해 낮은 업적과 인지도, 그리고 대내외적 정책 결정은 그에 대한 실망감을 증대시켰다.

진나라 말기 천하를 두고 항우와 유방이 전쟁을 벌일 때 항우의 실책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용인술의 실패와 사람을 믿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 구심점 약화였다. 항우는 항씨 외에 사람들을 믿지 못했고 그것은 측근들의 항복과 투항으로 이어졌다.

지금 김여정이 권력 전면에 나서는 이유도 김정은의 처지에서 김씨 형제를 제외한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오누이가 북한을 통치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과거 김정일은 자기 누이동생 김경희에게 절대로 중책을 맡기지 않았다.

독재자의 동생이라는 프리미엄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 자신이 중요 직책을 맡거나 권력을 휘두르지 않았다. 그것은 철저한 측근 정치를 통해 운명공동체를 만들어냈고 그들은 목숨을 걸고 김정일 체제를 지키려고 했다.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권력 시스템을 김정은 시대에 와서 완전하게 붕괴되고 있다.

북한 권력의 양대 축, 국가보위성과 인민군 총정치국의 몰락

북한에서 김씨 왕조를 떠받드는 핵심 권력은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군부와 국가보위성이다.

노동당 조직지도부는 페이퍼 조직으로 권력의 상층부에 있지만, 하부구조가 없으므로 사무직에서 지시를 내리고 결과를 보고받는 역할에 국한된다. 실제 역할은 인민군 총정치국과 국가보위성이 집행할 수밖에 없다.

군사력을 움직일 수 있는 실제 조직으로 정보와 군사력을 확보한 기관은 독재자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잘 쓰면 권력 유지의 보배이지만 잘못되면 권력을 무너뜨리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국가보위성은 초대 보위부 수장인 김병하가 김정일의 후계 구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을 숙청하고 나서 토사구팽 된 이후 그런 일들이 반복됐다. 2007년경 류경 국가보위성 부부장이 자신의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보위성 내 권력을 형성하다가 장성택과 권력 투쟁을 하게 됐고 결국 김정일에 의해 제거됐다.

상징적인 권력 중심의 인물만 제거할 뿐 그 조직은 건드린 적이 없다. 김정은 시대에 보위성 부상으로 수년간 근무한 김원홍은 과거 토사구팽 된 전례를 거울삼아 자신은 그런 화근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썼지만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김원홍은 김정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김정은이 찍어내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처리했다. 장성택과 그 일파를 깡그리 제거했고 노동당 조직지도부 김근섭 부부장 외 11명의 당 간부들을 처형했다.

은하수 악단 처형사건,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을 비롯한 인민군 장성급 고위간부들도 수십 명이 살해됐다. 이러한 칼잡이를 김원홍이 자처한 것이다. 하지만 노동당 조직지도부와 김정은 세력은 김원홍을 제거해야 할 필요성을 감지했고 그를 예의 주시했다.

그러다가 양강도 지역 당비서가 보위성에 갇혀 고문 받는 사실을 트집 잡아 보위성 중앙기관 담당 부서를 완전히 절멸시켰다. 보위성 창사 이래 한 개 부서가 몽땅 처형당하거나 숙청된 사례는 없다.

그동안 보위성은 김정은 정권과 운명공동체를 이루며 김정은이 죽으면 같이 죽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런 기대는 사라지게 됐다. 인민군 총정치국은 노동당의 군대조직이다. 북한군은 북한군 노동당인 인민군 총정치국의 지도를 받는다.

북한은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권력의 2인자로 내세운다. 김정일은 과거 미국에 특사를 파견할 때 당시 조명록 총정치국장을 파견했는데 그것은 김정일을 대신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인민군 총정치국은 인민군대를 관리, 감독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의 최후의 보루다. 군대만 장악되면 그 어떤 권력도 안전해지므로 김일성 시대부터 지금까지 총정치국을 통해 군인들을 철저하게 감시해왔다.

인민군 총정치국은 20년 이상 검열을 한 번도 받지 않았다. 권력 집중으로 가장 부패한 조직이지만 김정일은 그들을 운명공동체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들의 뇌물은 눈감아 준 것이다. 그런 권력의 중심인 총정치국이 이번에 검열 대상이 된 것이다.

총정치국장인 황병서가 혁명화를 가야 했고 내부 간부들이 모두 밀려 나가는 참사가 벌어졌다. 두 양대 권력기관이 무너지면서 이제는 김정은과 운명공동체로 함께 가겠다는 세력이 사라지게 됐다.

이제는 그 누구도 김정은에게 잠깐 밉보이면 손가락 하나로 제거될 수 있는 존재가 된 것이다. 체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그 체제를 지키고자 하는 핵심 세력만 건재하면 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무너지면서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은 매우 위험해질 수 있고 그것이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김여정이 권력 중심에 나서면서 나이든 간부들을 휘젓고 다니는 것도 겉으로는 충성하지만 내심 이런 상황에 대해 자존심을 구기고 화를 참는 간부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설상가상 경제적 붕괴

이런 정치 권력이 위태해지는 것은 경제적 문제와 직결된다. 지도자가 돈을 뿌리며 측근들을 관리할 때 부하들은 지도자를 신뢰하고 따를 수 있다. 과거 김정일 때에는 유럽 등지에서 고급시계, 승용차 등을 선물로 뿌리면서 충성을 유도했다.

하지만 지금 간부들은 부패구조 하에서 자신들이 알아서 챙겨 먹고 사는 세상이 됐기 때문에 지도자는 그 자리를 만들어준 은혜만 가질 뿐 진정한 충성심은 사라지게 된다. 유엔의 대북제재는 김씨 왕조의 통치 자금인 39호실 자금을 완전하게 고갈시키고 더 나아가 군수 경제까지 붕괴시키고 있다.

김정은 정권의 존재가 독재 권력의 상징성과 수령 우상숭배에 있다면 일정한 정도의 경제력은 그 체제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자금이 고갈된다고 해서 당장 체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단계적 체제 변화 과정을 거쳐 변화 욕구가 분출돼 사실상 체제가 변화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 시민을 포함한 핵심 계층의 배급이 작년 9월부터 끊겼다고 한다. 이제 그 누구도 국가로부터 배급을 받아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특권층에 대한 혜택이 사라지면서 평양 시민의 자부심도 사라지고 김정은의 우상화도, 통제력도 상실하고 있다.

북한은 내부에서 노동당 조직지도부를 통해 직보 선을 운영하고 있다. 그 어느 라인을 거치지 않고 북한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과 현상을 매일 지도자에게 보고하는 라인이다.

모든 군사적 도발 중단한 김정은, 갑자기 정신 차렸을 가능성

실시간 들어오는 전국의 주요 소식을 접하게 되면 아무리 아둔한 김정은이라도 정신 차릴 수밖에 없다. 양대 권력이 붕괴하고 경제도 막바지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

상황은 다르지만, 과거 김정일 시대에도 유사한 위기가 왔었고 남북 정상회담은 무너져가던 김정일의 위상을 살려줬고 남한의 경제적 지원은 사실상 해체에 들어가던 북한 정권을 살려줬다.

김정은도 아버지와 유사하게 그런 효과를 누리려고 하겠지만 지금은 유엔의 대북제재라는 엄혹한 상황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아무리 북한에 잘 해주고 싶어도 북한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대북제재가 풀어지기는 쉽지 않다.

희망적인 것은 문재인 정부를 둘러싸고 있는 측근들이 과거 자신들과 거래했던 전대협 출신의 주사파였다는 사실이다. 그들이 전향했든 안 했든 북한으로선 그들을 최대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몹시 어렵지만 미국을 설득해 군사적 공격 상황에서 벗어나고 경제적 압박을 푸는 것이 급선무이다. 문재인 정부 대북라인들은 열심히 북한이 미국과 관계 개선을 해서 위기를 벗어나게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말로만 이뤄지는 비핵화와 평화는 문재인 정부에게도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김정은의 대외전략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희박

현재 김정은이 할 수 있는 것은 공수표를 마구 쏟아내는 것이다. 마치 핵을 다 포기할 것과 같은 몸짓도 취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을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북한 내부를 어떻게 설득하느냐의 문제다.

과거 1994년 제네바 핵 합의 때 북한은 영변 원자로를 봉인하면서 당시 근무하던 핵 과학자들을 방출했다. 사람들이 오열했고 국제사회에 실제로 굴복한 것처럼 착각했다. 아마 당시 김정일은 당분간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들은 온갖 난관을 다 이겨내고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왔다.

김정은 본인의 말대로 수많은 희생을 감내하며 만들어낸 핵이다. 그래서 그들은 핵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그것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 그것 때문에 온갖 대북제재로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 있는데 그 핵을 포기한다고 하면 아마 폭동이 일어날 만큼 사람들을 자극할 수 있다.

김정은에게 유리한 것은 과거 김정일 시대에는 모든 것이 개발단계였기 때문에 감추는 것이 불가능했지만 지금 완성된 무기들은 얼마든지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 량강도, 자강도는 험준한 산악 지방이기 때문에 그들이 전략 무기들을 숨기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래서 핵, 미사일을 쓸 만큼 숨겨놓고 나머지를 폐기하는 것처럼 기만할 수 있다. 측근들에게도 그런 식으로 선전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에게 대중적으로 선전할 때에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핵을 감추고 협상한다고 대놓고 떠들어 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핵과 미사일을 감축하고 장기적으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식으로 사람들을 속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정부의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때

이제 김정은의 처지에서 아주 험난한 노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연합
/ 연합

남북 정상회담은 워낙 문재인 정부가 우호적이니 순간적 만남은 성공할 수 있고 그 효과를 톡톡하게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은 어떤 변수가 남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김정은이 실제 행동을 어떻게 할지 그 과정은 전 세계가 주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는 문재인 정부까지 포함하면 3번의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 모두 진보 정부 하에서 일어난 일이다. 하지만 과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의 남북 정상회담은 무엇을 남겼고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지 냉철하게 살펴보면 우리가 얻은 사실상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북한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막대한 현금과 식량을 우리에게 얻어갔다. 거기에다 평양을 찾아오는 남한 대통령을 활용해 지도자의 위신을 세우고 체제 유지에 활용했다.

과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정상회담과 같은 방식의 정상회담은 김정은의 몸값만 올려주고 말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남북 정상회담이 역사에 남는 기록으로 남으려면 독재 권력 하에서 숨도 못 쉬고 살아가는 북한 동포들을 이제 한국 대통령이 보듬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이미 오래 전에 그랬어야 했다. 두 번의 남북 정상회담을 할 동안 북한으로부터 납북자, 국군포로 송환, 이산가족 전면 상봉 등은 우리의 노력만 있었으면 얼마든지 실현될 수 있었던 문제였다.

북한 정권의 가장 큰 문제인 강제수용소의 철폐 문제는 사실 인권변호사인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거론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북한 문제는 거대한 폭력체제에 의해 북한 주민들이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데 있다.

김정은 세력은 이런 폭력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핵무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핵무기는 본질이 아니라 체제 유지의 수단일 뿐이다. 그 수단을 본질로 여기고 협상의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북한 문제는 영원히 풀어내기 힘들다.

결국, 군사적 선택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 따라서 평화적 북핵 문제 해결과 진정한 남북통일의 길을 여는 것은 체제 본질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길이 있어야 한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미래한국 편집위원한양대 졸업북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
미래한국 편집위원
한양대 졸업
북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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