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우파후보 단일화는 나를 따르라??
서울시교육감 우파후보 단일화는 나를 따르라??
  • 김소미 용화여고 교사
  • 승인 2018.04.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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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감은 유치원과 초·중등교육을 전담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대명제 속에 순수한 교육만을 다루는 자리여야 한다. 그런데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에 학교 교육이 정치꾼들의 싸움으로 변하고 말았다.

좌파에서 당선되면 좌파의 정치적 이념이 학교 현장을 휩쓸고 우파에서 당선되면 좌파의 정치적 공세를 막아내느라 허송세월을 보내기가 부지기수다. 그 와중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들이다. 참으로 암담한 대한민국의 교육 현장이다.

서울시교육감 후보 선정을 위한 재야 우파단체들의 정도를 벗어난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학교 현장에 근무하고 있는 교사로서 이들의 이전투구는 좌파 교육감들의 단일화보다 더 한심하다. 자기 밥그릇만을 챙기기 위한 사리사욕이 판치는 싸움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서울에서만 우파 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위한 기구가 3개가 난립되어 있다.

아니 난립이 아니라 서로 내가 만든 단체가 교육감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야만 좌파를 이길 수 있다는 독선으로 뭉쳐져 있는 사람들의 집합소다. 그 단체의 면면을 살펴보면 좋은교육감추대국민운동(교추본)’, ‘이런교육감선출본부(이선본)’, ‘우리교육감추대시민연합(우리감)’, 게다가 범시민사회단체연합(범사련)’ 등을 더하면 4개가 서로 교육감 후보를 단일화한다고 나서고 있다.

한 마디로 어이없다. 그 단체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에 교육계 출신은 오래 전에 퇴직한 교장과 교수 몇 사람만 있을 뿐 나머지는 소위 자칭 우파라고 떠드는 사람들뿐이다. 그중에는 태극기 집회를 주도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 이런 사람들이 언제부터 서울의 초·중등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었단 말인가? 그들이 서울시교육감을 선출하는 데 왜 나서는가? 한 마디로 정통성과 정당성이 없는 사람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그들에게 누가 우파교육감 후보를 단일화하라고 권한을 줬는가? 현장교육을 책임지는 교사들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데 자칭 우파라는 사람들이 서울시교육감 선거 단일화에 왜 나서는지 이해가 안 된다. 절차적 정당성을 위임받지 못한 사람들이 단일화 기구만 구성해 놓고 우파교육감 후보는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독선에 가득 찬 메아리 없는 주장만 하고 있다. 그러니 어느 후보가 그런 단체에 들어가는가? 아마도 자기들끼리 미리 점찍은 후보가 있는지 모르겠다.

난립하는 단체, 무슨 자격으로 단일화 외치나

후보 단일화는 후보들끼리 모여 협의해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우파교육감 후보 단일화는 서울교육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후보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한 다음에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 거기서 경선에 대한 방법, 경선 참여자, 경선 방식, 경선 조건 등을 논의한 후에 모든 후보가 수긍하는 단일화 기구를 만들어 단일화해야 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3월 30일 서울 광진구 광나루안전체험관에서 지진대피 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 연합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3월 30일 서울 광진구 광나루안전체험관에서 지진대피 훈련을 체험하고 있다. / 연합

이것이 가장 일반적이고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후보 단일화 방식이다. 그런데 작금의 후보 단일화는 먼저 기구를 만들면 장땡이라는 식의 발상이다. 설사 추진하다가 안 되면 자기들끼리 기구를 해체하면 그만이다. 벌써 일부 단체는 다른 특정 단체에 권한을 위임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러다간 후보 단일화를 위한 단일화 기구의 단일화를 위한 기구를 또 만들어야 할 판이다. 누가 그 사람들에게 단일화 기구를 만들 권한을 줬는가?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대표성을 가지는 교원, 학부모, 서울 시민 등 지역사회 대표들의 권한을 위임받았는지 묻고 싶다. 있을 수 없는 일들이 우파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설사 그 사람들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경선 방식 및 경선 룰에 대해서는 후보들이 모두 참여한 다음에 합의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자기들이 모여 경선 방식을 정하고 출마하고자 하는 후보들에게 자기들만의 방식을 따르라고 한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일부 단체는 참여하는 후보가 없자 대학교 전 총장들을 찾아다니며 출마를 종용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어이없는 일들이 지금 서울교육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판치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감 단일화 단체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자기들 단체에 등록시키려 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게 어떻게 공정한 단일화 기구란 말인가?

이제 현장교사의 입장에서 조용히 경고하고자 한다. 제발 서울교육과 관련 없는 자칭 우파라는 사람들은 단일화 과정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 정치에 물든 교육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려면 그런 사람들의 이기적인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조용히 물러나서 출마하는 후보들끼리의 공정한 합의와 경선을 통해 단일화를 이루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학교 현장에 대한 예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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