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적(敵)
자유의 적(敵)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18.05.1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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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 수립’을 명시한 현행 대한민국 헌법은 강자(强者)의 정책이었다. ‘햇볕’으로 상징되던 대북 포용정책의 기본전제도 북한에 대한 우리 자유민주체제의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젠 게임의 룰이 바뀌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완성하고 사실상 핵보유국의 지위를 획득함으로써 남북한 힘의 우위는 단숨에 역전됐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기이하고 복잡한 현상들, 좌우 어디를 둘러봐도 활로가 잘 보이지 않는 현 위기는 남북한 간 힘의 역전에서도 기인한다.

아버지 김정일에 이어 6차례의 핵실험과 117차례의 미사일시험을 통해 핵보유국을 완성한 김정은은 과연 한반도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을 21세기 야만 사회로 만들고 있지만 그와 운명을 같이하는 북한의 당 간부들과 많은 평양의 시민들, 그리고 일부 우리 국민들에게 조차 그는 듬직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 미래한국 고재영
@ 미래한국 고재영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은 그러한 북한과 운명을 점점 함께 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남북한의 공동운명을 ‘평화’ 혹은 ‘통일’이라고 부르게 됐다. 그러한 평화와 통일에는 자유가 없다. 북한 체제를 자유와 개방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원칙이나 립서비스 조차 들리지 않는다.

2018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의 13개 항목은 기존 남북회담의 합의사항들을 반복했을 뿐이지만 상황은 바뀌었다. 지금까지 북한이 생존을 위해 핵을 개발했다면 이젠 어쩌면 살기 위해 핵을 포기할 수도 있는 여건, 혹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쇼를 펼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

북한이 과연 힘의 원천이요 게임체인저인 핵무기, ‘하늘이 무너져도 바닷물이 말라도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민의 피의 대가’를 포기할 수 있을까. 과거에 비해 김정은은 체제 유지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 같다.

김정일이 체제 붕괴 위기로 대미관계 개선을 포기하고 핵보유를 총력으로 경주했다면 김정은은 핵을 유산으로 받았고 세계 자유의 수호자 미국은 상대적으로 움츠리고 있다.

누구도 김정은의 의도를 확실하게 알 수는 없다. 그는 정말 노벨평화상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조연한 명(名)연기로 세기적 악역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전쟁에서는 속이는 자보다 속는 자가 더 나쁘다.  

김정은의 핵폐기 선언이 진심이든 거짓이든 지금은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 미소 군축협정에서 ‘신뢰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는 모토로 냉전을 종식시킨 레이건 대통령의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죽느냐 사느냐의 각오로 세계를 상대로 핵게임을 벌여온 김정은의 자세와 대한민국의 체제 변화와 한반도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라면 미국 대통령에게 노벨상을 기꺼이 양보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불사(不死)의 정신’에도 각별한 데가 있다.

이젠 ‘적폐’가 돼 죽음으로 몰리게 된 자유 대한민국의 ‘배부른 돼지’들이 있다면 깨어야 할 대상은 바로 그들이다.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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