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력기자 망신주기 뒷조사’ 소문은 사실이었다.
MBC ‘경력기자 망신주기 뒷조사’ 소문은 사실이었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14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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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엣가시’ 경력기자들 해고프로젝트 본격 가동되나? MBC 측 “입사 시 경력증명서 따로 제출하라고 하지 않아 확인하는 것” 이상한 해명

MBC가 지난 2012년 최장기 파업 사태 이후 입사한 경력 기자들을 대상으로 전 직장 경력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MBC 안팎에서는 “최승호 체제의 해고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상후 MBC 전 부국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입사한지 몇 년이나 지난 경력기자들을 상대로 입사경위를 조사했다는 이야기는 소문으로만 돌았는데 사실로 드러났다”며 MBC 측이 한 경력기자의 전 직장에 보낸 문건을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박 전 부국장이 공개한 문건에는

박상후 전 부국장과 김세의 기자가 공개한 문건. MBC 사측은 “입사 시 경력증명서 따로 제출하라고 하지 않아 확인하는 것”이라는 이상한 해명을 내놨다.
박상후 전 부국장과 김세의 기자가 공개한 문건. MBC 사측은 “입사 시 경력증명서 따로 제출하라고 하지 않아 확인하는 것”이라는 이상한 해명을 내놨다.

“1. 귀 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 당사 재직 중인 직원의 이전 경력사항에 대한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자 경력조회를 의뢰하오니, 회신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3. 귀 사 양식에 의한 회신도 무방하나, 근무부서/근무기간/담당업무는 필히 확인 부탁드리며, FAX 또는 우편, 이메일 등으로 2018년 3월 31일까지 송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박 전 부국장은 “이 문건은 MBC가 모TV 채널에 보낸 공문으로, 이 언론사는 MBC에 회신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며 “이 같은 공문은 다수의 매체에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MBC 내 비언론노조 소속 직원들은 이 소식을 접하고 최승호 체제의 ‘해고프로젝트’가 가동된 것은 아닌지 공포에 떨고 있다”고 전했다.

MBC 측은 당초 이 공문을 경력직 기자들이 일했던 각 언론사에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언론사들이 이 같은 MBC 행태에 상당히 불쾌해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MBC의 한 관계자는 “몇 몇 언론사들이 불쾌해하며 회신해달라는 MBC 요청을 무시했다”고 했다. 각 언론사 입장에서는 자사 출신 기자의 경력 증명을 불신하는 것으로 비춰져 MBC의 행태가 썩 유쾌하지 않았던 셈.

MBC 공문 받은 언론사들 “MBC, 황당하고 무례하다” 불쾌한 반응도

이와 관련 김세의 기자도 자신의 SNS를 통해 “한 언론사가 MBC로부터 받은 공문을 직접 찍은 사진이라고 한다”며 박 전 부국장이 공개한 것과 같은 문건을 공개한 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에 동조하지 않은 경력기자들의 이전 언론사들이 받은 공문으로 발신자는 'MBC 사장 최승호'였고 수신자는 해당 언론사 인사담당이었다고 한다”면서 “MBC의 공문을 본 해당 언론사 간부는 ‘황당하고 무례한 행위’라며 분노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기자는 “이미 5년 이상 MBC에서 근무한 직원에 대해 해당 언론사 출신 기자의 경력을 확인한다니, 이런 식으로 망신주기식 뒷조사를 하는 MBC”라며 “최승호 사장의 MBC는 마치 강원랜드에서 198명의 직원을 '채용 취소'했던 것처럼 이미 취재 업무에서 배제된 80여명의 기자들을 '해고'할 방법을 이런 식으로 찾으려 하나?”라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MBC 측은 언론사들의 부정적 반응에 부딪히자, 직접 공문을 보내는 대신 일부 경력기자들에게 직접 경력증명서를 받아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자의 이와 관련된 질문에 “사측이 경력 조회 누락을 이유로 전 직장 인사부로부터 근무 부서 등의 기록이 담긴 경력 조회서를 받아오라고 경력 기자들에 시켰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감사국에서 경력직 기자들 대상으로 입사 경위 감사를 벌이고 있는데, 마치 강원랜드 채용비리와 같은 비리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심을 하는 것 같다”며 “사측이 만약 경력조회가 필요하다면 직접 전 직장에 연락해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면 되는데, 자신들의 행위에 뭔가 문제가 있으니까 직접 못하고 경력 기자들에 일을 시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추가 경력조회 문서를 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테지만, 합당하게 입사한 경력기자들을 마치 어떤 결격사유가 있어 조사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다”며 “전 직장에 그런 요청을 하는 것 자체가 경력 기자들 최소한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MBC 홍보부 관계자는 지난 11일 기자와 통화에서 “그 사람이 진짜 그 회사에 다녔는지, 제출한 경력이 맞는지 당연히 진위를 확인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이전에도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번과 같은 경력조사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당연하죠. 경력기자들 뿐 아니라 신입도 마찬가지인데, 서류를 내라고 하잖나. 졸업증명서 등을 내라고 하는데 경력증명서가 따로 없는 경우도 많고, (회사가) 따로 제출을 하라고는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저희가 당연히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번 과정은 통상적인 절차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MBC 관계자는 입사 시 경력증명서를 따로 받지 않는다는 게 사실이냐는 질문에 “경력증명서도 안 내고 어떻게 사원을 뽑나”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한편, 강원랜드로 인해 채용비리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자 MBC는 지난 9일 인터넷 기사로 ‘[엠빅비디오] 블라인드채용 정말 아무것도 안 보는가’란 기사를 게재해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해당 기사를 게재한 뒤 며칠 뒤 MBC는 <'블라인드' 채용이라던 MBC 공채, 최종면접 직전 '스펙' 요구했다>란 위키트리 단독기사를 통해, 최종면접자들에게 일반 기업과 마찬가지로 스펙을 모두 적어내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 블라인드 채용이 사실과 달랐음이 확인돼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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