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두려움의 기술...나쁜 감정을 용기로 바꾸는 힘
[신간] 두려움의 기술...나쁜 감정을 용기로 바꾸는 힘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5.16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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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크리스틴 울머는 전(前) 미국 모굴(mogul) 스키 국가대표. 글로벌 스포츠 월간지 〈파우더(Powder)〉 선정 ‘세상에서 가장 겁 없는 여성 스키어’이자 역대 동계올림픽 스키 금메달리스트들이 만장일치로 뽑은 ‘익스트림 스키의 여제(女帝)’다. 전세계 스키어들 사이에서 죽음의 코스로 알려진 ‘그랜드티턴(Grand Teton)’을 스키로 강하한 최초의 여성으로 기록됐으며, 무려 21미터 높이 절벽 점프에 성공한 최초의 여성 익스트림 스키어이기도 하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선수로 활동하면서 20편이 넘는 스키 영화에 출연했다. 2003년 은퇴 후 스포츠 심리학을 전공한 뒤 현재까지 심리 상담사로 활동하면서 ‘두려움(fear)’이라는 주제 하나에만 몰입해 연구를 계속해왔다. 

'전환, 1만 개 목소리의 게임(Shift, the Game of 10,000 Voices)'이라는 독창적인 두려움 전문 심리 상담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월스트리트저널(Wall Street Journal)〉〈포브스(Forbes)〉〈USA투데이(USA Today)〉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사람이라면 누구나 살면서 ‘두려움’을 느낀다. 삶 자체가 두려움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갖는 본능적인 공포심에서부터, 해보지 못한 일을 해야 한다거나 잘 알지 못하는 대상을 접할 때 드는 막연한 불안감도 두려움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한편으로 두려움은 가장 티내고 싶지 않은 감정이기도 하다. 겁이 나도 안 난 척, 무서워도 안 무서운 척해야 남들이 ‘우습게보지 않는다’고 어릴 적부터 은연중에 학습이 된 이유가 클 것이다. 사회생활에서는 어떤가. 두려워하는 사람은 신뢰받지 못한다. 저 이면에 두려움이 자리 잡고 있는 ‘분노’라는 감정도 마찬가지다. 불의를 향한 성스러운 분노도 있겠지만, 개인적 증오를 표출하는 순간 감정관리 못하는 사람, 인간관계 어려운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불안, 걱정, 시기, 질투 등도 똑같다. 대부분 그 밑바탕에는 두려움이 있다. 건강에 대한 불안감은 ‘병에 걸렸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과 연결되며, 나보다 연봉이 높은 친구에 대한 질투는 ‘난 계속 제자리걸음만 할지도 몰라’ 하는 두려움과 관련이 있다. 이처럼 이른바 ‘나쁜 감정’으로 인식되는, 두려움에 기반을 둔 감정들은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환영받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그동안 수많은 자기계발서가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다뤄왔다. 그리고 이상할 것 없어 보였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결코 좋은 느낌은 아니니까. 그럴 수만 있다면 두려움 따위 느끼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두려움은 반드시 있어야 할 감정이다. 두려움이 없다면 매사에 조심성 없고 무모하게 행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인간에게 두려움이 없었다면 인류는 벌써 멸망했을 것이다. 두려움 덕분에 우리는 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다름 아닌 두려움 때문에. 

전 미국 국가대표 익스트림 스키 선수로서 현역 시절 ‘세상에서 가장 겁 없는 여성 스키어’로 불린 크리스틴 울머는 이 책 《두려움의 기술(The Art of Fear)》에서 기존 통념과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친다. “두려움을 극복한다”는 말은 마치 “심장박동과 싸워서 이긴다”처럼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라고 일갈한다. 우리가 심장박동을 내 마음대로 컨트롤할 수 없듯이, 두려움 또한 우리 마음을 구성하는 수많은 감정(저자는 책에서 이를 ‘1만 개의 목소리’로 비유한다) 중 하나이며, 피하거나 억누르거나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높은 곳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다. 나타나지도 않은 결과를 컨트롤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면 두려울 까닭도 없다. 

크리스틴은 “두려움은 내가 느끼는 감정이고 내 일부이기 때문에, 내가 내 자신(두려움)과 싸우면 싸울수록 내 마음은 아수라장이 된다”고 지적한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은 ‘편도체(도마뱀의 뇌)’라는 뇌 부위의 반응에 따른 것이며 여기에는 아무런 가치 판단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저 위험하거나 조심해야 하거나 긴장이 필요할 때 필연적으로 발현되는 현상일 뿐이다. 컴퓨터에 비유하면 우리 마음이 그렇게 프로그래밍돼 있는 것이다. 

따라서 두려움에 맞서는 모든 노력은 시스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두려움에 관해 제대로 인식해야 두려움을 피하거나 두려움과 싸울 일이 사라지며”, “두려움과의 관계를 잘 설정하면 삶의 양상이 바뀐다”고 강조한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포용해 삶의 에너지로 전환시키고 인생을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크리스틴이 이 책을 쓴 목적이다. 그러기 위해서 그녀가 제시하는 두려움 다루기의 답은 딱 한 가지다. 그냥 두렵다고 느끼는 것. 

“나, 지금, 두려워.” 

크리스틴은 이 책에서 우선 이 답을 먼저 내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것은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것과 정확히 반대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매우 놀랍다. 물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성과를 내면 인정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성과를 내지는 못한다. 답을 아는 것과 방법을 아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의 볼륨이 두툼해질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크리스틴은 대부분의 분량을 모두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법’을 위해 할애하고 있다. 그 방식은 무척 디테일하고 사려 깊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해 힘들어하는 우리의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이 책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여느 책과는 다르다. 크리스틴의 문체는 당혹스러울 정도로 솔직하며 화끈하기까지 하다. 또한 책 속에서 그녀는 ‘당신’으로 지칭하는 ‘독자(나)’와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를 하고 있으며, 거기에 참여해 몇 페이지 넘기다 보면 어느새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고 대답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뭔가 대단하기도 하고 재수 없기도 하고 공감도 되다가 화도 나고… 꽤 쎄 보이는 언니(누나)가 ‘나’를 쥐락펴락하면서 어떻게든 계속 읽게 만드는데,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하면 두려움 같은 불편한 기분에 대처해야 하는지 스르륵 알게 된다. 마지막에는 반전(?)도 있어서 소름이 돋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나’를 위한 크리스틴의 계략임을 깨닫고 조금씩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낀다. 그렇게 마침내 ‘나’는 달라져 있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진정한 발견을 향한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각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은 언제나 그렇다. 늘 그대로다. 우리의 눈이, 우리의 관점이 달라질 때라야 다르게 보이고 변화할 수 있다. 두려움과 같은 불편한 감정들도 마찬가지다. 항상 자신들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뿐이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오늘의 두려움을 내일의 용기로 바꾸는 것은 당신이다. 나를 제대로 알고 삶의 가치를 찾으려는 당신 말이다. 그 방법을 이 책이 가르쳐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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