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미북회담 이후 워싱턴이 혼란에 빠졌다”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미북회담 이후 워싱턴이 혼란에 빠졌다”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7.1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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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문 방송인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대표(본지 편집위원)가 지난 6월 말경 한 주간 워싱턴을 방문했다. 미북 정상회담 이후 시시각각 변하는 북핵 사태 전개에 우려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김 대표는 현 상황과 관련해 미국 정부 관리들과 나눈 대화 내용을 소개했다. 지난해 3월 뇌종양과 폐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해온 김 대표는 뇌종양 제거 수술 이후 꾸준한 식이요법 덕분에 건강 상태가 많이 회복됐다고 한다. 김 대표는 7월부터 대북방송 등 기존에 해오던 사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편집자 注)

테드 크루즈 미 상원의원 초청으로 미의회를 방문한 김성민 자유방송 대표
테드 크루즈 미 상원의원 초청으로 미의회를 방문한 김성민 자유방송 대표

지난 달 미국 워싱턴에 가서 여러 사람들을 만났었습니다. 일단 미 의회 상하원 의원들은 미북 싱가포르 회담에 대해선 언급 자체를 꺼려하더군요. 대신 북한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저와 수잔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특히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과 본회의장에서 만나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날 마침 북한인권법이 연장됐는데, 에드 로이스 의원이 문재인 정부가 북한인권 활동가들의 활동을 막고 있다고 세게 발언하더군요. 그런 내용들은 다른 활동가들로부터도 들었겠지만 저와 수잔 솔티 대표로부터 듣고 바로 회의장에 가 연설을 했으니 그 영향도 있을 거예요. 아무튼 저희는 북한인권 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했고, 그쪽에서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습니다.

미 의회,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인권 문제 압박

지난 6월 27일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이 미 의회에 통과되었는데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이 말하기를 “최근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 운동가들을 침묵시키려 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의 통과가 문재인 정부의 방향을 바꾸도록 촉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도 했지요. 우리는 미 의회가 북한인권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의 경우도, 역시 싱가포르 회담에 대한 얘기보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기 아버지와 고모가 쿠바 사람인데, 소위 민주화 운동을 하다 감옥에 투옥됐었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북한도 더하면 더했지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얘기했어요. 크리스토퍼 스미스 공화당 의원도 만났는데, 그분은 저희를 보자마자 ‘내일 발의할 법안’이라고 하면서 북한인권 결의안을 보여주면서 의견을 물어보더군요. 그 자리에서 통역을 통해 봤는데 내용이 아주 좋았어요. 북한인권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대북제재를 풀어선 안 된다는 그런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어쨌든 미 의회는 북한인권 문제를 아주 중요시했고, 그걸 위해 여러 가지 액션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도 만났는데,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이분은 자유북한방송에 해마다 8·15나 음력설마다 메시지를 보내곤 했어요. 이번에는 메시지를 영상에 담고, 그 영상을 USB에 담아 북한에 보내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미국 내에서 제가 만나본 소위 북한 전문가들은 대부분 싱가포르 회담이 잘못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북한 김정은에 끌려다니는 거 같다’, ‘시간 벌어주기다’, ‘제재 해제 명분을 주는 것 같다’와 같은 의견들이었어요. 그러다 백악관에 가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싱가포르 회담을 적극 옹호하더군요. 또 ‘김일성의 북한, 김정일의 북한, 김정은의 북한은 과거에 미국을 똑같이 원수로 대했다, 지금도 그럴 것이다, 지금도 미군 철수를 유도하고 있고, 한반도에서 미군을 뽑아내고 소위 적화통일하려 한다는 걸 우리도 알고 있다’고 말했어요. 북한을 정확히 알고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수잔 솔티 대표에게 “당신도 북한을 알고 있지만, 얘들은(NSC)은 마치 북한에서 북한을 공부한 사람들 같다. 너무 잘 안다”고 그랬습니다. 그만큼 그 사람들이 북한을 잘 알았어요. 하여간 북한에 대해 그렇게 많이 아는 사람들은 싱가포르 회담을 적극 지지하더군요. “김정은이 정말 특이한 미국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과거엔 끊임없이 적이라고, 원수라고 욕만 해댔는데, 지금은 욕을 안 하지 않느냐”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미국내 북한 문제 전문가 다수, 트럼프 협상 불신

그러면서 그들은 “6. 25 ~7. 27(반미공동투쟁월간) 기간을 맞아 북한은 미국 욕을 해야 할 텐데 노동신문도 하지 않고, 특별히 내부 강연도 하지 않는다”고 그러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그걸 어떻게 압니까” 하고 물었더니 몇 가지 자료를 주더군요. 최근에 나온 북한 강연자료 사진을 찍어 가져왔더라고요. 그때가 6월 28일이었어요. 어떤 시점에서의 북한과 전화 녹음도 들려줬는데요, 북한이 ‘우리는 미국에 대해 더 얘기 안 한다’ 이 정도 내용이더라고요. 그걸 보면 어쨌든 미북이 계속 통화를 하고 있는 건 맞는 것 같더군요.

전 미국이 북한 김정은에 끌려 다닌다고 비판했는데, 그 사람들은 ‘특이한 환경에서 특이한 미국 대통령을 만나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일들을 한다. 지켜보자, 두고 봐라’ 하는 게 요점이었습니다. 아무튼 NSC는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해요. 소위 선제타격, 예방타격 이런 말도 원래 미국에서 먼저 나온 이야기 아니냐고 물으니까 “지켜보자”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치켜세우고, ‘포괄적 비핵화 얘기하지 않았으면 지금쯤 전쟁하지 않았겠느냐’ 말한 것처럼 이 사람들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 정세는 긴장돼 있었을 것이다, 몇 십 년 동안 미국과 북한은 대치해왔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건 당신들 생각에 불과하다”고 말해줬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부통령실에서도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긴급하게 만났습니다. 그런데 부통령실에서는 다른 곳과 조금 다른 말들이 나오더군요. NSC에서 하는 이야기와는 조금 달랐어요. 묘한 말을 하더라고요. 쉽게 말하면 우리말로 속상하다는 뜻이더라고요. 국무부도 두 번 갔어요. 국무부는 무조건 폼페이오 장관 편이더군요.

저는 폼페이오 장관 엄청 욕했죠. “왜 북한에만 가면 바보가 되냐”고 그랬어요. 과거 올브라이트처럼 김정은과 북한에 대해 좋게 말하고, 북한에 대해 환상을 가지고 그러냐고요. 그래서 아찔한 결과만 나온다고 비판했더니, 그런 발언은 취소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런 생각은 접어두고 지켜보라고 해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아무렴 덮어놓고 자기 생각 없이 대통령 얘기만 따르겠느냐, 다 자기 생각이 있어서 하는 것이다. 포괄적으로는 대통령 의지를 따르지만, 아무 협상권 없이 평양 가서 무조건 오케이 한 게 아니다. 지켜보자’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래서 알겠다고 했어요. 저는 애초 미북협상에 대해 생각이 확고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금도 사실 그래요. 미국이 김정은에 끌려다닌다는 것이지요.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도 구체적으로 지적했고요. 그런데 미국에 가서 보니 결과적으로 각각 너무 다른 말들을 하니 혼란스러웠습니다. 미국 내에는 싱가포르 회담과 진행되는 협상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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