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수 언론의 성공 비결
美 보수 언론의 성공 비결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8.07.2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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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언론이 늘 인용하는 NYT·WP·CNN 등은 이제 ‘가짜 뉴스’ 취급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뒤 한국에서는 ‘우파’라거나 ‘보수’라고 하면 ‘적폐세력’으로 몰리기 일쑤다. 어찌 보면 정반대 상황인 미국에서는 주류 언론과 비주류 언론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주류 언론이란 전통적으로 정치·사회·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던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CNN, ABC, CBS, MSNBC 등 한국에도 잘 알려진 매체들이다. 비주류 언론의 선두주자는 ‘폭스뉴스’다. 이 외에도 ‘제로헷지 닷컴’, ‘드러지 리포트’, ‘프리 비컨’, ‘내셔널 인터레스트’, 지방 유선방송 연합인 ‘싱클레어 방송그룹(SBG)’ 등이 있다.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든든한 우군이 되는 한편 좌파들이 장악한 ‘언론 기득권 세력’과 싸우고 있다.

우파 매체의 선봉 폭스뉴스

한국 언론계 또는 언론 관련 학계에서는 폭스뉴스를 “저질 3류 황색 언론”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국 언론계가 좌파 성향에 경도된 데다 ‘코드’가 맞는 미 주류 언론들의 보도를 인용해 국내에 전달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겨레와 시사인의 보도를 한 번 보자.

2010년 3월 16일 한겨레는 전 뉴욕타임스 편집장이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 ‘불공정하고 불균형하며 견제 받지 않는 폭스뉴스’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는 글에서 폭스뉴스를 가리켜 “공정성과 객관성이라는 언론의 가치를 파괴하고 있는 언론”이라며 “저널리즘이라 볼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한겨레는 미국 내 시청률 1위가 폭스뉴스라는 사실마저 숨길 수는 없었다. 미국 닐슨리서치에 따르면 2017년 폭스뉴스는 하루 평균 시간대별 시청자 수가 150만 명, 프라임 시간대는 264만 명으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뉴스 채널에 올랐기 때문이다.

2011년 1월 21일 시사인은 미국 유학 중인 한 공중파 방송 기자의 기고문을 실었다. 해당 기자는 “오만한 ‘미국 지상주의’는 폭스뉴스의 전략”이라며 “폭스뉴스는 정파적·이념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선정적”이라고 비하했다.

해당 기자는 이어 “(폭스뉴스는) 내용보다는 스타일을 앞세운다”면서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솔직히 재미있다”고 주장했다. 폭스뉴스를 보는 미국인들이 졸지에 ‘아무 생각 없는 사람’ 취급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 기자는 CNN을 비롯한 방송 뉴스들이 몇 년 전부터 폭스뉴스에 완전히 밀렸고, 2010년 케이블 뉴스 방송 시청률 조사에서는 1위부터 12위까지 모두 폭스뉴스였다는 사실도 인용했다.

2015년 1월 조선일보 보도는 미국 사회에서 폭스뉴스의 위상을 보여준다. 2014년 말 기준으로 13년 연속 뉴스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폭스뉴스의 1위는 2017년 말까지 이어졌다. 과연 미국인들이 한국 기자들이나 미 주류 언론의 기자들 주장대로 ‘아무 생각이 없어서’서 폭스뉴스를 보는 걸까.

폭스뉴스는 1996년 10월 7일 개국했다. 미 주류 언론들은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이끄는 뉴스 코퍼레이션과 20세기 폭스 엔터테인먼트 그룹이 함께 만든 언론사가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오너 루퍼트 머독은 폭스뉴스에 엄청난 투자를 단행했고 2001년 9·11 테러와 이후 미국 사회를 휩쓴 애국주의에 힘입어 2002년부터 MSNBC, ABC, CNN 등 기존 방송사들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걸프전 이후 할리우드와 언론계를 장악하고 있던 좌파 진영의 ‘정치적 올바름(PC)’ 강요에 짓눌려 있던 ‘보통의 미국인들’은 폭스뉴스의 주장에 동조했다. 특히 9·11 테러로 미국의 심장 뉴욕에서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좌파 지식인과 언론인들이 미국과 이슬람 테러조직 및 반미국가들을 동일한 선상에 놓고 비교하거나 “부시의 잘못”이라고 현 정부를 비난하자 보통 미국인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테러와의 전쟁이 계속되면서 미국 사회는 마치 2차 세계대전 때처럼 변했다. 테러 조직을 응징하기 위해 나선 미군과 제복 공무원들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존경과 감사 표시가 일반화 됐다. 소위 진보 진영이 활개를 치던 1990년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들까지도 존경을 받기 시작했다.

폭스뉴스는 평범한 미국인들의 이런 분노와 자긍심에 부합했다. 루퍼트 머독이 추구하는 자유주의, 즉 ‘클래시컬 리버럴리언’의 주장과 ‘미국 우선주의’를 촉구하는 미국인들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의 전쟁 승리에도 불구하고 테러 위협이 계속 증가하면서 불법체류자와 난민의 유입, 마약 조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법치’를 앞세운 폭스뉴스의 주장은 더 힘을 얻었다. 여기에는 특히 합법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얻은 이민자들이 강력히 지지했다.

폭스뉴스처럼 거대한 미디어는 아니지만 지적 허영심으로 가득 찬 좌파 언론과 지식인들의 ‘가짜 뉴스’를 저격하는 온라인 매체 또한 미국인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미 우파 매체들에게 엄청난 힘을 제공해준‘싱클레어 방송 그룹(SBG)’
미 우파 매체들에게 엄청난 힘을 제공해준‘싱클레어 방송 그룹(SBG)’

우파 저격수 제로헷지, 프리비컨, 내셔널 인터레스트, 데일리 시그널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제로헷지 닷컴’이라는 매체는 처음에는 미 좌파 진영이 좌지우지 하는 월스트리트 금융가의 문제점과 허상을 폭로하는 블로그였다. 이후 정확한 분석과 해설을 통해 입소문을 탔고, 현재는 정보 교류 커뮤니티와 같은 형태이면서 매체로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실제로 미 주류 언론이 다루지 않는 중국 공산당의 분식회계 문제나 중국 금보유량 급감과 같은 뉴스는 제로헷지 닷컴에서 먼저 다룬 뒤에 언론에서 보도하는 일도 있었다.

제로헷지 닷컴 운영자의 필명은 ‘타일러 더던’이라는 영화 주인공 이름이다. 영화 ‘파이트 클럽’에 나오는 배역 가운데 무정부주의자다. 그러나 일반적인 무정부주의자와 달리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규제를 위한 규제에 반대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5년 전부터는 전 세계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관계자들이 시장에 떠도는 루머를 확인할 때 제로헷지 닷컴을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프리비컨’으로도 알려진 ‘워싱턴 프리비컨’은 과거 전향한 우파 네오콘의 대변지에서 출발했다. 2009년 오바마 정부가 들어선 뒤 좌파 진영이 사회주의적 정책을 남발하던 2012년 2월 7일 온라인 매체로 공식 출범했다. 한국 언론들은 “미국의 보수우파 군사매체”라고 설명하지만, 적확하게는 미국의 애국주의 성향 안보전문매체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는 미 주류 언론들의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북한과 이란의 핵문제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프리비컨의 안보 관련 뉴스는 그 정확도가 높고 단독 기사가 적지 않아 다른 주류 언론들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는 네오콘의 거두인 ‘어빙 크리스톨’이 1985년 설립한 단체 ‘미 국익센터’를 근간으로 한 우파 매체다. 잡지와 웹진을 발행하고 있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가장 큰 특징은 네오콘을 비롯한 우파 진영의 목소리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이익을 위해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를 찾아내 전달한다는 점이다. 소개 글에 따르면 테러와의 전쟁이 끝난 뒤 미국을 위협하는 적대 세력을 억제하고, 이들의 위협을 어떻게 제거할 것인가에 대한 심층적인 리포트를 내놓고 있다.

‘데일리 시그널’은 우파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에서 갈라져 나온 정치전문 온라인 매체다. 정치를 주로 다루기는 하지만 좌파 매체들처럼 워싱턴 정가 내부의 계파 갈등이나 유명 정치인의 시시콜콜한 뒷담화가 아니라 미국의 국익을 증진하려면 내부적으로 철폐해야 할 걸림돌이 무엇이고 대외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주로 다룬다.

폭스뉴스 포함한 우파 매체 전체를 지원하는 SBG

미국에는 이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우파 매체가 있다. 그러나 이들의 힘을 모두 모아도 언론·영화를 포함한 미디어 업계, 월스트리트 금융계, 학계를 장악한 좌파 진영에 맞서기는 쉽지 않다. 이런 미 우파 매체들에게 엄청난 힘을 제공해준 곳이 ‘싱클레어 방송 그룹(SBG)’이다.

싱클레어 방송 그룹은 지난 4월 트럼프 미 대통령과 CNN 간에 가짜 뉴스 공방이 벌어졌을 때 트럼프의 편을 들면서 미국 사회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당시 싱클레어 방송 그룹 경영진은 계열 방송국 보도진에게 “CNN의 가짜 뉴스를 비평하라”는 지침을 내려 트럼프의 편을 들었다고 한다. 이 회사가 가진 미 전역의 방송국 수가 190여 개에 달해 큰 화제가 됐다.

싱클레어 방송 그룹은 1971년 4월 11일 줄리앙 싱클레어 스미스가 설립한 지역 민영방송 네트워크다. 원래 이름은 ‘체사피크 텔레비전’이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지역 방송국이 190여 개로 분사하거나 매각한 방송국까지 더하면 230여 개나 된다. 이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방송국을 보유한 것으로 미 전역을 커버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4월 하순 ‘트리뷴 미디어’를 매입하는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9개 방송국을 ‘스탠다드 미디어’에 매각하기로 결정했어도 여전히 미국 최대의 지역 방송 네트워크다.

이곳에서는 폭스뉴스의 방송뿐만 아니라 각 방송국 자체적으로도 다양한 우파 성향 보도를 내놓고 있다. 미 주류 언론들은 싱클레어 방송 그룹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것을 두고 맹비난을 퍼붓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떨어져 나가거나 하지는 않고 있다. 싱클레어 방송 그룹은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지난 1월 SK텔레콤과 차세대 방송 플랫폼을 공동개발하기로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

미 우파언론 성공 비결은 ‘말’이 아닌 ‘행동’하는 우파 시민

미국 우파 미디어들은 스스로의 능력에다 성장 가능한 환경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특히 사람과 자본, 미디어의 가치가 인정받는 시장,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는 한국과는 크게 다르다.

먼저 미국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규칙은 언론의 자유다. 모든 국민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 받으며, 이것이 국가안보와 정면 충돌한다고 해도 국익이 손상 받지 않는다면 그 자유를 먼저 보장한다. 최근 미 주류 언론이 우파 언론에 점점 밀리는 이유는 ‘딱 걸렸어’식으로 꼬투리 잡아 흠집내는 ‘가챠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 식 보도, 바닥 민심과 동떨어진 여론 몰이, ‘입’으로는 서민층, 기저 계층을 위한다면서 ‘몸’으로는 귀족처럼 군림하는 미국판 강남좌파, 소위 ‘리어제트 리버럴(전용 제트기를 타고 다니는 부유층)’에 붙어 그들을 대변하는 보도 등이 보통 미국인의 분노를 산 것이다.

미국에는 이런 사람들의 분노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이를 기사로, 여론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언론인들이 많다. 그리고 언론인들이 쓰는 글과 찍는 사진이 노동의 가치를 인정 받는 사회다. 한국처럼 포털 사이트에 일단 흘러 들어가면 누구나 함부로 훔쳐 쓸 수 있는 무법천지가 아니다.

또한 미국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정권이 바뀌면 적폐로 몰려 숙청당하는 일이 없다. 민주당을 지지하든 공화당을 지지하든 개인의 자유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비판의 성역도 존재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세월호’나 ‘5·18 사태’, ‘민주화 운동’, 김대중과 노무현 등 전직 대통령 등이 비판의 성역이 된 것과 비교된다.

물론 미국에서도 마녀사냥에 버금가는 일이 있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미국 내 좌익 세력과 무정부주의자, 극좌세력 등이 SNS와 온라인 등에서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워 보수 정치 세력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비난하고 배척하는 일이 잦았다. 심지어 ‘소수자 차별’과 ‘페미니즘’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며 공화당 지지자들을 사회적으로 매장하려는 시도까지 있었다.

8년 동안 이런 좌익 진영의 행패를 묵묵히 참던 보통 미국인들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부터는 정치적 올바름을 배격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우파 미디어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대목은 부자나 유명인, 거물 정치인뿐만 아니라 보통 시민들까지도 자신의 생각과 맞는 미디어, 단체를 지지하고 후원한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비주류 보수 우파 언론의 경우, 언론 시장 그 자체가 대단히 작거니와 따라서 후원에 의존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사정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온라인에서 좌파 단체들에 대한 감시와 비판기사를 주로 보도해온 ‘블루유니온’의 권유미 대표는 “민변이나 해당 단체들의 막무가내 고소 고발 공격이 많지만 이에 대응할 소송비용이 없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상황은 메이저가 아닌 보수 우파 언론들 대부분이 겪는 어려움이다. 보수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 시스템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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