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배움, 이룸, 바람.... 금융인 안승철 회고수상록
[신간] 배움, 이룸, 바람.... 금융인 안승철 회고수상록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07.2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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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안승철은 1935년 경암 함안에서 태어났다. 마산상업중.고등학교를 거쳐 1960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입행하여 금융인 경력을 시작하였고, 1968년 미국 UC버클리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고, 스티븐스포인트 위스콘신주립대와 풀러턴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교수 생활을 하였다. 

1970년 한국은행으로 복귀하여 싱가포르사무소장과 조사부장을 거친 후 1983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되었으며 그 후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중소기업은행장, 국민은행 이사장, 제일금융연구원 회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 금융인의 길을 줄곧 걸어왔다. 1998년부터 8년간 인천재능대학교 총장으로 교육계에 몸담은 후 사회 현역에서 물러났다. 

현역 재임 기간중 정부의 금융산업발전 심의위원,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위원, 교육개혁심의위원회 심의위원, 지방자치제실시 연구위원, 아시아개발은행(ADB) 베트남 정부연수 자문위원 등을 역임하였다. 논저로 [국제경제의 이론과 정책](법문사, 1977), [알기 쉬운 경제지표 해설](편찬책임, 한국은행, 1983), “한국경제와 종속이론”(1983), “중소기업 지원의 기본 시각”(1987) 등이 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러나, 개인차는 있을망정 총체적으로 순탄하지 않은 세대다. 일정 때 태어나고, 이남에서나마 청소년 때 6.25전쟁을, 사회생활 초년에는 4.19, 5.16, 한일회담 파동을 겪은 1935년생(만 83세)의 지나온 삶이 어찌 순탄하기만 할 수 있었으랴. 

지나온 길이 모두 다 축복이었고 인연들이 하나같이 고맙고 소중했다고만 기억되는 것은, 그 세대가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어둡고 비참한 시기로부터 (아직까지는) 가장 빛나는 시기까지를 그냥 겪어 온 것이 아니라 역사의 주역으로서 그 발전을 이뤄 낸, ‘나라와 함께 성장한’ 세대였기 때문이다. 

그냥 회고록이나 수상록이 아니고 굳이 ‘회고수상록’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의 첫 번째 독자는 그래서 저자 자신이다. ‘배움과 준비’, ‘도약과 성취’, ‘황혼의 안부편지’의 3부로 이루어진 책의 제1부가 이에 해당한다. 

우리는 일제 말~해방 초기에 태어났으니 아직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되기 전, 나라가 없던 시대였다. 중고등학교는 한국동란 중에 다녔고, 대학을 졸업하였을 때 한국은 1인당 GNP 100달러 안팎의 최빈국이었다. 선진국의 지식과 기술을 더 배우려 악전고투의 유학 생활을 마다 않은 세대다. _제1부 ‘배움과 준비’ 

읍소재지에서 초등학교를, ‘대처’ 마산에서 중고등학교를, 그리고 전후복구 한창인 1955년에 서울대 상대 입학까지, 유소년기와 청소년, 청년기까지 그렇게 착실하게 상승의 사다리를 밟았다. “금수저는 아니어도 은수저는 된 덕분”(27쪽)이라고 저자 자신 겸연쩍게 술회한다. 

나라와 함께 성장하다 

책의 두 번째 독자는 인생 여정을 함께한 ‘인’연(人緣)들이다. 로켓처럼 수직상승한 대한민국 ‘한강의 기적’ 바로 그 기간이 제2부에 해당한다. 개인적으로 ‘도약과 성취’였지만 대한민국 전체로도 그러했으니, 그야말로 개인과 나라가 함께 성장한 시기의 잔잔하지만 생생한 기록이다. 

생애 중 가장 왕성한 시기를 한국은행에서 보냈다. 지나고 보니 축복과 도약의 시기였다. 이후 KDI 원장, 중소기업은행장, 국민은행 이사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을 거쳐 대학총장으로 현역을 마무리할 때(2006년) 한국은 이미 선진국의 문턱까지 와 있었다. _제2부 ‘도약과 성취’ 

이름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 자부심을 가질 만한 업적도 적지 않았다. 이미 수급자가 생기기 시작한 국민연금제도를 KDI가 처음 입안할 당시 원장이었고, IBK기업은행이 뉴욕과 도쿄 사무소를 지점으로 승격시켜 해외 점포망 개척을 시작하고, 한.중 수교(1992)보다 4년 앞서 선제적으로 중국 금융시장에 진출할 당시 행장이었다. 경제.금융 현장실무자와 기자들 사이에서 ‘알경’으로 통칭되는 필독서 <알기 쉬운 경제지표 해설>(한국은행)을 처음 기획 발간한 것도 그였다. 모(母)재단 변경으로 대대적인 리뉴얼에 들어간 인천재능대학(구 대헌전문대) 총장으로 47년 현업을 마무리한 것은 ‘뼛속까지 금융인’ 한 길의 유일한 외도이자 웃고명이다. 

더 나은 다음 세대를 위하여 

마지막 세 번째 독자는 다음 세대의 ‘신(新)한국인들’이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 세대가 몸으로 겪어 온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알려줌으로써 다음 세대가 더 잘사는 미래사회를 만드는 데 길잡이가 되고 교훈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 회고수상록의 마지막 장들에 담았다.

운동(골프, 등산), 여행, 독서, 외국어. . . 은퇴 후에도 ‘공부’ 타령이다. 잘 준비한 노년은 ‘실버 에이지’가 아니라 ‘골든 에이지’라고 상찬하는 것으로 제3부 ‘황혼의 안부편지’를 시작한다. 은퇴 전, 유일하게 1년 4개월 쉰 기간조차 ‘알찬 휴식기’였다며 긍정 마인드로 똘똘 뭉친 저자다. 

생가를 보존하고 주거를 마련해 온 역사, ‘본의 아닌’ 노후대비에다 돌아갈 유택(幽宅) 마련까지의 이야기는 은근 배를 아프게도 한다. 다음 세대에 교훈과 기대를 전하기 앞서, ‘의연한 노년, 어른다운 노인’의 자기책임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자칫하단 ‘잔소리꾼 꼰대’로 전락하기 쉬운 장노년들이 참고하면 좋을 ‘옛날얘기쟁이의 지혜’다.

젊은 세대에 ‘글로벌인(人)’ ‘블루오션’을 기대하는 것까진 얼핏 상투적이나, ‘문화와 생활이 있는 철학인’이 되라는 마무리가 상큼하다.

“유한하고 귀한 인생을 보다 문화스럽게, 값지게 살아가는 신한국인들을 보고 싶어 하는 것이, 그러지 못한 우리 세대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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