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평양공동선언의 진실
9월 평양공동선언의 진실
  • 유동열 미래한국 편집위원·자유민주연구원장
  • 승인 2018.09.2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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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9일 평양에서 문재인-김정은 3차 회담의 산물인 ‘9월 평양공동선언’(이하 평양선언)이 발표되었다. 총 6개 조항으로 된 평양선언은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 이산가족 문제, 남북 교류협력, 비핵화, 김정은의 서울 답방 등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언론이 한반도 비핵화, 군사적 긴장완화와 전쟁종식, 평화의 여정 운운하며 진전된 선언이라 극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미리 배포된 보도자료에서 이번 회담으로 남북관계가 전환적인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으며 미북관계(북미관계라 표현)와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을 촉진하는 동력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안보 해제의 군사부분 합의

우리 정부가 이번 회담에서 가장 큰 성과로 내세우고 있는 평양선언 제1조 군사분야를 살펴보자. 남북은 비무장지대를 비롯한 대치지역에서의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하고 실질적인 전쟁위험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의 해소를 위해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채택하고,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시켜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하고 있다.

첫째,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전쟁위험 제거, 우발적 무력충돌 방지 등의 용어에 환호하나, 이는 이미 남북 간에 기 합의한 문서들에 다 명기된 것으로 결코 새로운 내용들이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합의를 북한이 이행하지 않고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합의를 해도 이행, 실천하지 않는 지난 70년간의 북한 정권의 행태를 직시해야 한다.

둘째, 더 큰 문제는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이다. 여기서 2018년 11월 1일부터 지상과 해상, 공중 등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겠다며 ①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각종 군사연습 중지 ② 군사분계선 상공에 비행금지구역 설정 ③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철수 ④ 서해 해상에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 설정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종전선언을 압박하려는 조항으로 보인다.

먼저 군사연습의 중지는 국토방위와 안보수호를 위한 대비 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군의 전투력을 저하시키는 反 안보적 합의다. 특히 우리 군은 북한뿐만 아니라 제3국의 안보위협 행위에도 대응해야 하는데 북한을 배려(?)해 평상훈련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군의 존재 의의를 없애는 것이다. 훈련받지 않는 군이 무슨 필요가 있나? 특히 판문점선언 이후 정례적인 한미 군사훈련까지 중지한 마당에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군의 훈련까지 봉쇄한다는 것은 군의 무장해제나 다름없다.

비행금지구역 설정은 북한군보다 우위에 있는 우리의 항공정찰자산과 항공전투자산의 경계 및 항공방어활동을 포기하는 것이다. 또한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GP) 철수는 비례성에 어긋나는 조치이다. 한국군은 60여 개, 북한군은 160여 개의 감시초소(GP)를 운영하고 있는데, 1대 1로 철거하면 북한군 100여 개 감시초소(GP)만 남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의 설정이다. 일단 시범 공동어로구역 범위는 남측 백령도와 북측 장산곶 사이에 설정한다지만, 구체적인 경계선은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하여 확정짓겠다고 했지만) 결국 10.4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어로를 가장한 북한특수함정이 강화도 앞바다까지 자유롭게 드나들며 정찰 및 침투활동을 할 수 있는 허가권을 내준 것과 다름없다. 우리 해상안보의 대문을 열어준 격이다.

특히 이는 휴전협정 이후 해상군사분계선 역할을 했던 NLL(북방한계선)의 무력화에 부응하는 명백한 反안보적 조치이다. 진정으로 북한이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무력침공을 하지 않겠다면 한국군의 2배 병력인 128만여 명의 북한군과 대남간첩부서인 정찰총국 및 대남 특수테러부대(11군단 등)들부터 감축 및 해체해야 할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역행하는 민족경제(?) 발전

평양선언 제2조에서 남북이 교류와 협력을 증대시키고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①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 ②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정상화 ③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협의 ③ 남북 환경협력 추진 및 산림분야 협력 ④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 및 방역 보건ㆍ의료 분야 협력 강화 등을 합의했다.

첫째, 이는 민족경제 발전이라는 정체불명의 구호에 우리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북한에 지원해주는 합의이다. 지난 9월 11일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2018-2019년에 소요되는 판문점선언 이행 비용으로 4712억 원을 계상해 놨다. 2007년 10.4선언 이행 비용으로 14조 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추산이 있었지만, 일부에서는 판문점선언 이행비용이 무려 40조 원에 달한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북한이 핵폐기 등을 이행하지 않으면 휴지조각으로 전락할 판문점선언이나 평양선언을 위해 국민 혈세를 쏟아 붓겠다는 것은 이제 발상이 아니라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이제까지의 남북경제협력이라는 것이 실제로 일방적인 우리 정부의 대북경제 지원이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전 정권이 북에 퍼준 혈세가 핵과 미사일이 되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둘째, 유엔 및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조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거듭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자, 이에 대응해 유엔, 미국,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는 수차례 강화된 대북제재결의안을 채택하고 이를 실행 중이다. 지난 6월 싱가포르선언에서도 대북제재만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도전하는 평양선언은 한미공조나 국제공조보다도 김정은이 내세우는 허울뿐인 민족공조에 부응하는 조치로 향후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를 어렵게 하는 것이다. 먼저 북한이 북핵 폐기 등의 실천적 조치를 이행하고 유엔 등 국제사회가 대북제재를 철회한 후 북한에 대해 경제 지원하는 것이 순서인데, 문재인 정부는 막대한 국민 혈세를 자기 개인 돈처럼 지원해주겠다는 ‘대북퍼주기정책’의 시작을 선언한 격이다.

국군포로, 납북자 송환이 빠진 인도적 협력

평양 제3조에서는 이산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인도적 협력을 강화하겠다며 ① 금강산 지역의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 ② 이산가족의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 해결을 합의했다.

이는 새로울 것이 없는 합의다. 이미 10.4선언(2007) 제7항에 “남과 북은 인도주의 협력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흩어진 가족과 친척들의 상봉을 확대하며 영상 편지 교환사업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이를 위해 금강산면회소가 완공되는데 따라 쌍방 대표를 상주시키고 흩어진 가족과 친척의 상봉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기로 하였다”고 합의했으나, 이를 북한이 이행하지 않는 것을 재탕하고 있는 것에 다시 문재인 정부가 합의해준 것이다.

문제는 평양선언에서 북한의 참혹한 인권 개선 촉구는 커녕, 현안인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인권적 반인도적 조치이다.

그들만의 소통, 남북교류

평양선언 제4조에서는 남북이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 등을 과시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적극 추진하겠다며, ① 문화 및 예술분야 교류 증진, 10월 중 평양예술단의 서울공연 ②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 등 국제경기 공동 진출, 2032년 하계올림픽의 남북공동개최 유치 ③ 10.4 선언 11주년 기념행사와 3.1운동 100주년 공동기념 방안 협의 등에 합의했다.

그러나 진정한 남북화해를 지향한다면 먼저 249만여 명의 사상자를 양산한 6.25 남침 도발과 아웅산 폭파, KAL858기 폭파, 천안함폭침사건 등 3000여 건의 대남테러도발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를 파괴하고 현 분단 상황을 야기한 책임에 대해 참회하지 않는 ‘평화’ 운운은 사기이다.

진전 없는 말뿐인 북한 비핵화

평양선언 제5조에서 남북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나가고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 나가겠다며 ①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적 폐기 ②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 용의 ③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 협력 등에 합의하였다.

이는 판문점선언에서도 언급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라는 용어를 반복하는 구호 수준이며, 실질적 진전이라고 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및 영변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등도 미래의 핵에 대한 언급이지 과거, 현재의 핵폐기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는 반비핵화 선언이다.

이전의 북핵 관련 협약인 9.19 공동선언(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 포기, 2005)과 2.13 합의(영변 핵시설 폐쇄와 봉인, 핵프로그램 목록 협의, 2007) 및 10.3 합의(현존하는 핵시설 불능화, 2007년 12월 31일까지 핵프로그램의 정확한 신고 및 핵물질, 기술, 노하우 불이전 공약, 2007)보다 한참 후퇴한 선언인데, 뭐가 실질적 진전이란 말인가?

북핵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란 북한의 과거·현재·미래의 핵무기, 핵시스템, 핵물질, 핵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까지를 완전히 해체하자는 것이다. 한국의 자유민주진영과 서방세계가 말하는 비핵화이다.

반면 한반도 비핵화란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정확히 말하면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로 미국과 한국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북한 비핵화이다. 이는 2016년 7월 6일 북한당국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미국과 남조선당국의 북 비핵화 궤변은 조선반도 비핵화의 전도를 더욱 험난하게 만들 뿐이다’라는 성명에 잘 나타나 있다. 결국 북한의 북핵 폐기나 북한이 비핵화란 용어를 피하면서 한반도 비핵화를 운운하는 것은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평양선언에서 김정은이 생각하는 비핵화의 길이 분명해졌다. 김정은은 미래 핵과 미 본토를 공격할 ICBM급 탄도미사일(화성 15형 등)만을 만들지 않고 해체하겠다는 것이다. 풍계리 폭파쇼도 그래서 한 것이며,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및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 주장이 뒷받침해준다.

북한은 적절한 시점에 화성-15형 해체쇼를 할 것이다.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핵과 운반수단을 가지고 있지만 포기하며 트럼프를 만족시킬 것이다. 실제 트럼프는 김정은의 조치에 만족하며 환호하고 있다. 즉, 과거와 현재의 핵은 유지하고 미래의 핵은 트럼프와 정치적으로 타협하며 북핵 폐기를 뭉갤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진짜 의지만 있다면 비핵화를 1개월이면 끝낼 수 있다. 미국과 같은 민주국가는 핵을 없애기 위해서는 국민적 합의와 의회(상하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법적 절차가 있어서 오래 걸리겠지만 북한은 다르다. 수령절대주의 폭압체제 하의 이른바 최고존엄(수령)인 김정은이 핵을 없애는 게 내 방침이라고 선언하고 핵무기를 없애라고 지시하면 1개월도 안 걸린다.

한 달이면 가능한 일인데 2년을 언급하다가 대북특사단에게 트럼프 임기 내(2022년 1월)를 비핵화 운운하며 3년이 넘게 필요하다는 것은 결국 비핵화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비핵화 의지가 없기 때문에 기술적 문제, 절차와 과정(핵신고, 사찰, 폐기, 검증) 등을 이야기하며 질질 끄는 것이다. 사안이 이러한데도 여기에 환호는 트럼프와 문재인 및 대다수 국민들이 안타깝기만 하다.

남쪽 대통령 문재인!

끝으로, 9월 19일 평양선언을 마치고 저녁 문재인 대통령은 평양 5.1 경기장에서 북한 사회주의체제를 선전하는 ‘빛나는 조국’이라는 대집단체조 예술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후,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소개로 15만 명의 평양 시민 앞에서 7분간 연설하는 감격을 맛보았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북한 주민 앞에서 공개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평양선언의 내용과 관련 없이 나름대로 의미 있는 장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필자는 문 대통령의 연설을 보면서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서두에 “평양 시민 여러분, 북녘의 동포, 형제 여러분. 평양에서 여러분을 이렇게 만나게 되어 참으로 반갑습니다. 남쪽 대통령으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소개로 여러분에게 인사말을 하게 되니 그 감격을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이렇게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만들고 있습니다”라며 본인을 ‘남쪽 대통령’으로 호칭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상 대한민국 대통령이지 남쪽 대통령이 결코 아니다. 한반도의 주인인 대한민국을 ‘남쪽’으로 폄하하고 자신을 ‘남쪽 대통령’으로 소개한 사실은 명백히 대한민국 헌법체제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행태임을 지적한다.

남북 통일전선의 평양판 선언

결론적으로 이번 평양선언은 대한민국 자존은 존재하지 않고 북한 당국의 주장을 전폭 수용한 남북 통일전선의 평양판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평양선언은 핵심 의제가 되어야 할 북핵 폐기는 뒷전으로 밀리고 우리의 안보무장력을 해제하는 반(反)안보적인 선언이며, 막대한 국민 혈세를 북한에 퍼주는 유엔 및 국제 공조에 반하는 선언이며 북한의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론’에 부응하는 반(反)비핵화 선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수령절대주의 폭압통치자 김정은을 다시금 평화의 사도로 등극시킨 장이었다. 북이 평양선언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의 우리의 대책은 무엇인가? 그럴 줄 정말 몰랐다며 한탄만 할 것이다.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 언급된 것과 같이 북한 정권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북핵이 폐기되고 한반도에서 평화가 구축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 70년과 김정은 정권의 실체를 되새겨 보면 이는 ‘착각’이고 ‘사기’임을 알 수 있다. 부디 이러한 단호한 평가가 틀려서 북한이 핵을 폐기하고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가 구축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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