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중국사상사...장대한 중국 사상의 역사를 평이한 용어로 밀도 있게 압축하다
[신간] 중국사상사...장대한 중국 사상의 역사를 평이한 용어로 밀도 있게 압축하다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0.0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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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한 중국 사상의 역사를 평이한 용어로 밀도 있게 압축한 통사의 고전

저자  모리 미키사부로는 노장 철학과 불교를 기축으로 한 중국 사상 연구자. 교토에서 태어나 교토제국대학 중국철학과를 졸업했고 오사카대학, 불교대학 교수 등을 역임했다. 저자가 말년에 평생의 연구를 응축시켜 집필한 『중국 사상사』는 장대한 중국 사상의 역사를 밀도 있게 압축한 최고의 중국 사상사 개설서로 일본에서 명성이 높은 책이다. 사상이 어떻게 역사를 만들어내고 그 역사가 또 어떻게 사상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이 책은 한 분야의 대가만이 획득할 수 있는 거시적 관점으로 장대한 중국 사상의 역사에 면면히 이어지는 흐름을 일반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중국 고대 신화』 『상고로부터 한대에 이르기까지 성명관의 전개』 『양 무제-불교 왕조의 비극』 『무의 사상 노장 사상의 계보』 『신 없는 시대』 『노장과 불교』 『육조 사대부의 정신』 『생과 사의 사상』 『무위자연의 사상』 등이 있고 『장자』 『묵자』 『세설신어』 『정토 삼부경』 등을 번역했다. 명강연가이자 명문장가로 후학들의 존경을 받았던 모리 미키사부로는 1973년 정년퇴임 후에 오사카대학 명예교수로 있으면서 강연과 연구 집필에 힘쓰다가 1986년 별세했다.

모리 미키사부로의 [중국사상사]는 전문 학자가 아닌 일반 교양인을 대상으로 한 개설서이지만 중국의 역사와 사상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이 전편에 걸쳐 드러나는 역작이다. 중국 사상사의 거장이 말년에 평생의 연구를 응축시켜 집필한 이 책은 일본 독자들 사이에서 ‘중국 사상사를 이해하기 위한 최고의 선택’으로 평가받을 만큼 명성이 높다. 파란만장하고 장대한 중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역사가 사상을 만들어 내고, 그 사상이 새로운 역사를 개척해 나가는 과정이 전편에 걸쳐 마치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속도감 있게 전개된다. 

이 책은 유교에 중점을 둔 기존의 중국 사상사와는 달리 실제에 비해 작게 다루어져 왔던 노장 사상과 불교의 영향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유가와 더불어 가장 큰 세력이었던 묵가나 중국 사상사에서 최초로 철학이라고 할 만한 수준에 오른 것으로 저자가 평가한 노장 사상에 대해 크게 다루고 있으며 유가 중에서도 순자의 항목이 인성론과 관련해 비중 있게 다뤄진다. 중세의 대분열이 시작된 남북조 시대에 들어온 불교 역시 문명사적인 시각에서 중국 사상의 역사에 큰 영향을 주었음이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의 다양한 사상적 갈래가 한대 이후 유교로 수렴되어 이후 송대에 이르러 원시 유학을 철학화한 신유학으로 발전했다는 것이 중국 사상사의 큰 틀이라면 유학을 철학화하는 데 큰 기여를 한 것이 바로 노장 사상과 불교이다. 

유교가 중국의 자생적인 사상이라면 불교는 대표적인 중국의 외래사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유교를 중국의 자생적인 사상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중국 불교는 외래사상의 산물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이 책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원시 유학을 철학화한 신유학을 일으킨 송대 사대부들에게 노장 사상과 불교는 교양으로서 그들의 정신세계에 깊숙이 침투해 있어서 무의식적으로, 혹은 선승들과의 교류를 통해 직접적으로 그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바가 결코 작지 않다. 

또한 노장 사상은 불교와 함께 흥망성쇠를 되풀이하는 파란만장한 중국의 역사에서 일관되게 현실 지향적인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종교적 구심점의 역할을 했다. 후한 말의 오두미교나 위진남북조 시대 지식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현학, 명 건국의 계기가 된 홍건적의 난 등은 노장 사상과 그것의 종교적 형태인 도교가 민중들과 현실의 역사에서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해 왔는지를 웅변한다. 

한대 이후 유학은 관학으로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쳐왔지만 그러한 유학의 발전은 장기적으로 학문의 교조화와 정체를 가져와 중국에는 불행을 초래했다. 송대의 신유학이나 양명학, 청대의 고증학처럼 학문에 새로운 혁신을 도입하려 한 움직임들은 유교 경전의 틀을 끝내 벗어나지 못했다. 

저자 모리 미키사부로는 중국 사상의 이러한 흐름들을 결정지은 중국 문명의 특징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다. 범신론적인 하늘 숭배 사상, 고립어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한자가 서양적인 의미의 철학의 부재를 초래했다는 점, 현세 지향적인 인생관과 지식인의 강한 정치 지향성 등이다. 이러한 중국 사상의 일반적인 성격이 시대를 내려오면서 어떻게 현실의 사상으로 열매 맺게 되었는지를 책의 전편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전개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 이래 청조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약 2,500년 동안 파란만장한 역사를 겪어왔다. 고대의 통일제국 진과 한이 등장했고 이후 북방민족의 침입으로 중세의 대분열이 시작되었다. 대분열의 끝에 통일을 이룩한 송은 이민족인 몽골에 멸망했으며 뒤이어 등장한 명 또한 송의 운명을 답습했다. 분열의 시기를 제외해도 왕조 순환의 교체 시기는 겨우 3백 년이 되지 않고 이민족의 침입은 중국의 역사지리에 큰 영향을 끼쳐 영토의 경계선이 바뀌고 한족의 민족의식을 자극해 근세에 들어 중화주의가 싹트기 시작했다. 중화주의란 말은 역사적인 용어에 그치지 않고 현재도 은연중에 현대 중국의 국가 정책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사상의 흐름을 이해한다는 것은 현재의 중국에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필수적이다. 그뿐 아니라 중국 사상은 한 나라의 사상을 넘어 우리를 비롯해 동아시아 전체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던 매우 중요한 주제이다. 이러한 주제에 대해 거시적이면서도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모리 미키사부로의 [중국 사상사]는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도 큰 자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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