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방위산업 앞이 안 보인다
위기의 방위산업 앞이 안 보인다
  • 고성혁 역사안보포럼 대표
  • 승인 2018.10.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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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는 ‘2018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19)’이 개최되었다. 짝수 년마다 격년제로 개최되는 방위산업전시회다. 홀수 년에는 아시아 최대의 서울 ADEX(일명 서울에어쇼)가 열린다. 두 전시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방위산업의 현주소를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2018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KOREA 2018)은 2016년 보다는 다소 힘이 빠진 분위기다. 주최 측은 2016년의 189개 업체보다 많은 205개 업체가 참가했다고 발표했지만 규모와 내용면에서는 2016년보다 다소 떨어진 느낌이다. 2016년만 하더라도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첨단무기와 전자식 레이더 및 전투지휘체계 등의 전시가 많았다. 한국형 차세대전투기 사업(KFX)과 차기소형전술차량, 북한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대공무기체계 등 정부의 굵직굵직한 무기도입사업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대부분의 무기도입사업이 일단락 된 영향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판문점선언 등 대북 유화정책의 영향이 커 보인다.
 

미공군 차세대 고등훈련기 도입사업에 도전장을 냈던 한국항공우주산업 T-50A
미공군 차세대 고등훈련기 도입사업에 도전장을 냈던 한국항공우주산업 T-50A

2018 대한민국방위산업전 주최 측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이런 분위기가 짙게 배어난다. 판문점선언 때문에 ‘단계적 군 축소’가 포함된 만큼 추가 병력 감축 검토와 군 편제 축소, 상부 지휘구조 혁신, 새로운 전장 환경에 부합하는 전투체계가 절실하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조직위는 ‘남북 간 대화 국면이 이어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북한 위협이 감소되지 않은 동북아 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면 핵심 무기체계의 원활한 구매와 운영 정비는 필수적이 과제’라고 말하면서 ‘이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방위력 우위를 확보해야만 한다’고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다.

특히 ‘방위산업은 국가적인 과제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인식하여 육성하여 나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단계적인 군축(軍縮)은 국내 방위산업기업에게 중장기적으로 재앙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에서 드러난 일방적인 군축에 대한 방위산업계의 불만과 우려를 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남북 대치 국면이 완화될수록 무기구입 증가율은 낮아지거나 심지어 삭감될 수 있으며 결국 살 길은 해외시장 개척이다’라고 방위산업계의 자구책과 앞으로의 방향성도 언론 보도를 통해 언급했다.

비행금지에도 DX KOREA에 전시된 수리온 헬기

킨텍스 야외전시장에는 탱크를 비롯해 각종 장갑차가 전시되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수리온 헬기였다. 지난 7월 17일 포항 해군 6전단에서 해병대 ‘마린온’ 1대가 추락하면서 장병 5명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해병대용 마린온 헬기는 육군 기동헬기 수리온의 해병대용 버전이다. 그로 인해 2018 DX KOREA 기간 중에도 전체 수리온 헬기는 비행금지였다. 그런데 수리온 헬기가 전시장에 나타났으니 필자는 의문이 생겼다. 관계자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비행금지가 해제 되었습니까?”

“아닙니다. 아직 비행금지입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 특별점검과 특별비행허가를 받고 왔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로터 마스트 균열이 갔다면서요?”

“그렇다고 하더군요. 저도 더 이상은 자세히 모릅니다.”

헬기 조종사는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신분을 밝히자 옆에 있던 다른 관계자가 보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로터 마스트 균열은 사실입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것은 프랑스 에어버스사에 로터 마스트를 납품하는 업체의 실수로 열처리가 잘 못된 것은 확인했습니다.”

“열처리요? 어떤 열처리를 말씀하시는 건지요?”

“강도를 높이기 위한 열처리가 필수인데 수리온 헬기에 사용되는 로터 마스트는 공냉식으로 열처리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작업자가 잘못 알고 수냉식으로 열처리를 하면서 문제가 발생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리온 헬기 전량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재 확인한 바로는 문제되는 LOT 생산량은 총 4개입니다. 그 중 3개는 한국 수리온 헬기에 사용되었고 나머지 1개는 프랑스에서 사용되었습니다. 한국에 납품된 3개 중에 1개가 이번에 추락한 마린온에 사용되었고 나머지 2개는 수리온 헬기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여기 전시장에 온 수리온 헬기는 아무 문제가 없기 때문에 특별비행허가를 받고 왔습니다.”

마린온 추락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된 로터마스트
마린온 추락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된 로터마스트

국방부는 청와대에는 사고 조사 결과를 보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9월 18일 현재 언론에 공식적 조사 결과는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간간이 언론 보도를 통해 흘러나오는 이야기는 앞서 말한 관계자의 말과 거의 일치한다. 군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조사 결과 육군의 수리온에서도 파열 직전 상태로 보이는 균열이 발견됐다”며 “해병대에 배치된 마린온 3대를 비롯해 육군의 수리온 90여 대도 전수조사할 것”이라고 보도되고 있다.

한국 방위산업의 명암(明暗)

사실 필리핀은 한국의 수리온 헬기를 구매할 의향을 갖고 있었다. 얼마 전 한국을 방한한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도 수리온 헬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필리핀은 한국 방산무기 수출시장의 단골 고객이다. 이미 T-50 고등훈련기 개량형인 A-50 경전투기를 12대 도입했다.

필리핀 반군 소탕에 큰 역할을 했다하여 추가 도입도 거론된다는 후문이다. 필리핀은 한국 육군이 사용하는 일명 ‘닷지’ 트럭도 도입해 필리핀 육군에서 운용 중이다. 그 여세를 몰아 필리핀에 수리온 헬기 수출 막바지 단계에서 ‘추락’이라는 악재가 발생하고 말았다. 수리온 헬기를 생산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게도 큰 손실이지만 더 나아가서는 한국 방위선업계에도 큰 악재다.

국산 헬기라고 선전하는 수리온 헬기는 사실 프랑스 유로콥터사의 기술이전과 제휴로 만들어졌다. ‘회전익기’로 통칭되는 헬리콥터 개발은 기술적 측면에서는 기존 비행기보다 더 까다롭다고 알려지고 있다. 월남전에서 유명해진 UH-1헬기를 대체하기 위한 국산헬기 사업은 2005년 말부터 시작되었다. 해외협력업체는 미국이 아닌 유럽의 유로콥터사로 결정되었다. 유로콥터와 KAI는 ‘AS532 쿠거’(Cougar) 헬기를 기본 베이스로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비용과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쿠거 헬기는 과거 우리나라가 대통령 전용헬기로 도입했었던 ‘AS332 슈퍼퓨마’를 군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어찌 보면 수리온 헬기는 프랑스의 ‘슈퍼퓨마’를 ‘다운사이징’한 헬기라고 봐도 별 무리가 없다. 그렇다보니 개발 과정에서 진동 문제 등 많은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다.

2010년 3월 초도비행에 성공한 수리온 헬기는 2013년 5월 20대가 육군에 실전 배치되기 시작했다. 앞으로 2022년까지 200여 대가 군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번 추락사고로 인해 수리온 헬기 수출이라는 목표는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의 무기수출시장에서 1위는 단연코 미국이다. 약 34%를 차지한다. 그 다음은 러시아(22%), 3위는 프랑스(6.7%), 4위는 독일, 5위는 중국이다. 한국도 무기수출 대열에 합류했다.

과거 소총 위주의 소량 수출에서 이제는 K9 자주포와 T-50 고등훈련기까지 수출해 2014년에는 방산 수출액이 약 36억 달러에 이르기도 했다. 특히 K9 자주포는 그 성능을 인정받아 최근 노르웨이, 폴란드, 핀란드, 에스토니아에까지 수출을 했다. K9 자주포는 5개국에 총 572문의 수출계약을 성사시켰다. 자주포 시장에서만큼은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항공분야로 시야를 돌리면 앞길이 멀기만 하다. 수출을 기대했던 수리온 헬기는 마린온 추락으로 중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 KAI에서 생산한 T-50 계열 항공기는 지금까지 64대를 수출했다. 수출 대상국은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태국으로, 수출 금액을 합치면 약 20억~3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이는 극히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원천기술이 없는 우리는 수출에 많은 제약이 있다. 사실 T-50 고등훈련기도 원천기술은 미국의 록히드마틴이다. 특히 항공분야의 국산화율은 40% 내외다. 주요 항전장비는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국내 소재산업의 미비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 항공분야 주요 군사기술은 미국의 철저한 통제 하에 있다. 적성국에 기술이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투기 분야는 기본적으로 제한된 시장임을 의미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한국의 항공산업은 꾸준하게 발전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미국의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해서 미 공군 차세대 고등훈련기 도입사업(APTㆍAdvanced Pilot Training)에 도전장을 냈다. 한국 공군에 실전 배치된 T-50을 개량한 T-50A로 미국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1차 도입 물량만 총 350대 분량으로 사업 규모는 17조 원에 달한다. 처음에는 경쟁자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보잉-사브 컨소시엄이 강력한 경쟁자로 모습을 드러냈다. 보잉-사브 컨소시엄은 복합소재를 대폭 적용해 경량화 되고 무엇보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미 정부에 어필하고 있다.

한국의 무기시장은 사실 좁은 시장이다. 군납품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가장 강력한 총기소유 억제 국가다. 따라서 국내 방위산업 시장은 군납과 해외시장으로 양분된다. 문재인 정부 들어 방위산업은 사실상 위기에 봉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0대 방산기업 매출은 줄어들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생산액의 84%를 차지하는 우리 군 수요가 전년 대비 13.6% 줄었기 때문이다. 공군의 고등훈련기 도입사업, 탱크 및 장갑차 등 주요 무기의 전력화 사업이 일단락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김정은의 만남이 이어지는 한 군(軍)의 신규무기 도입사업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한국 방위산업의 최대 걸림돌은?

방산제품 수출 실적도 2018년 급감했다. 지난해 국내 10대 방산기업의 수출액은 약 15억 달러 정도였다. 2016년과 비교하면 약 34.5% 감소했다. 방산제품 수출 증가세는 완전히 꺾였다. 고등 훈련기 시장에서 이탈리아의 M346에 KAI는 거듭 고배를 들었다. T-50 계열 수주물량 납품이 끝나면서 KAI의 수출이 전년 대비 83.3%가 급감했다. 그만큼 미 공군 차세대 고등훈련기 입찰에 성패는 KAI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최대 걸림돌은 방위산업과 무기도입사업을 비리인양 매도하는 분위기다. 해군참모총장은 방산비리 주범으로 몰려 구속되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결났다. 물론 일부 비리로 처벌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굵직굵직한 사건은 대부분 무죄로 판결된 경우가 많다. 무기도입의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언론의 과장 보도와 검찰의 무리한 기소도 한 몫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보다 국방비를 대폭 올렸다고 선전하고 있다. 정부는 2019년 국방예산을 8.2% 증액한 46조 7000억 원을 편성하고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8.2% 증액은 2009~2014년 이명박 정부의 평균 국방비 증가율은 5.2%, 2014~2017년 박근혜 정부의 평균 국방비 증가율은 4.1%에 비해 거의 2배에 이르는 수치라고 말한다. 2019년 국방예산 중 방위력개선비는 전년 대비 8.2% 증가한 46조 7000억 원으로 편성됐다. 8.2%는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인 것은 맞다. 그러나 내막은 이미 이전 정부에서 도입 확정한 F35 스텔스 전투기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데 따른 비용이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국내 방위산업체들이 거액을 들여 북한의 핵, 미사일 방어를 위해 개발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에 대한 비용일 뿐이다. 북핵 위협과 최근 한국의 KADIZ를 자주 침범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에 비한다면 현재의 국방예산은 절대로 많다고 볼 수 없다.

한국의 GDP 대비 국방예산 비중은 2.4%선에 불과하다. 한국의 안보 여건에 비춰 볼 때 2.4%는 현격하게 낮은 수치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남북 화해를 빌미로 바야흐로 한국 방위산업은 위기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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