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공사에게 듣는다 “베트남식 북한 개혁 개방은 불가능”
태영호 공사에게 듣는다 “베트남식 북한 개혁 개방은 불가능”
  •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0.26 10: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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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를 놓고 한반도 상황이 급변하는 가운데 본지 <미래한국>은 지난 8월 27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를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했다. 태 공사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이 종전선언 등을 둘러싸고 전례 없이 맞대결 국면으로 가는 상황을 진단하면서, 북한 체제가 임계점에 다다랐다고 내다봤다. 태 공사는 “북한은 결국 자체 모순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날 태 공사의 강연을 지면을 통해 연속기획으로 소개한다.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

김정은, 북한 경제 한계점 느껴

다음은 북한의 신경제전략을 이야기하겠습니다. 북한은 김정은조차 경제적 한계점을 느꼈다고 봅니다. 그래서경제특구나 관광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북한은 최근 원산 갈마해양관광지구를 짓는다고 합니다.

1년 동안 역량을 투입해 열심히 건설했습니다. 그러니 북한이 제재를 풀어 갈마지역과 금강산을 연결하는 거대한 해양관광벨트를 만들지 못하면 이걸 어디에 쓰겠습니까. 김정은은 핵무기는 숨긴 채 빨리 제재를 풀어 한국과 관광 교류를 시작하고 2~3년 동안 지속되면 신뢰가 쌓일 것이라고 보는 겁니다. 그러면 한국 돈주머니를 풀고 그때를 이용해 북한 내에 개성공업단지와 같은 특구를 적어도 14개 정도 만들겠다는 것이죠. 그러니 중국, 베트남식 개혁개방은 불가능한 겁니다.

최근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는 북한과 우리가 아주 중요한 위치에까지 왔다고 봅니다. 우선 첫째는 지난해 제재를 가해 북한이 공개적으로 핵개발하겠다고 말 못하고 구호도 못하게 한 것은 성과라고 봅니다. 최근 중국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온 한국 사람들이 말하길, 북한 사람들이 달라졌다고 합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는데 당신은(북한 사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술 먹으면서 물어봤답니다. 그런데 지난 시기 같으면 핵포기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얘기했겠지만 최근에는 ‘김정은 동지께서 결심하고 하시는 일이기 때문에 우린 잘 모르갔시오’라고 뉘앙스가 달라졌다는 겁니다. 북한은 외부에 나가서 한국인이나 외국인을 만났을 때 핵무기를 끝까지 갖고 간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한 겁니다. 어쨌든 겉으로나마 핵을 끝까지 안고 가겠다고 말을 안 한다는 것이죠.

두 번째로는 김정은은 거의 매주 북한 간부들을 질타합니다. 내용도 달라졌습니다. 옛날 김정일 때는 ‘일 좀 잘해라’ 이런 식이었다면 김정은은 북한 구조를 때리는 식이라는 겁니다. 과거 같으면 생각도 못하는 김정은 급의 조직인 북한 중앙당을 일 못한다고 때리는 겁니다. 이건 김정은이 북한 구조를 다그치기 시작한 것을 의미합니다. 소련 고르바초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산당의 구조 문제, 국가 구조 문제를 자꾸 치다가 걷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최근 언론 보도에서 알 수 있듯 70여 년 북한역사에서 북한 지도자가 당조직부, 말하자면 북한 핵심 부서를 연이어 공격한다는 건 처음입니다. 그래서 전 김정은이 중앙당 조직부에 대해 이제는 언론을 통해 북한 주민에게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정도로 이야기하는 건 김정은 개인 불만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 불만을 김정은이 읽고 가만있으면 안 되겠으니 그들 불만을 어느 정도 대변하고 나온다는 생각이 듭니다. 임계점으로 가고 있는 것이죠. 5월 20일 북한에서 만든 비디오 영상 파일을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스스로 구조상의 허점을 공개한 적이 없었습니다.

과거엔 비판을 해도 모두 내부 강연이나 회의에서 했지만, 지금은 온 국민이 보는 TV에 나와 지금 북한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는 겁니다. 장사하는 사람들, 학생들, 밑의 사람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이걸 방치하는 당과 학교, 청년동맹정치조직, 경찰 등 말하자면 북한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공개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돈벌이와 자본주의에 눈이 멀어 있다는 식으로 국가와 개인을 대상으로 비판했는데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북한 행정, 당의 정치조직 기능이 마비돼 가고 있다고 인정하는 것입니다. 당 정치 조직이 가만있으니 큰일 났다는 것이죠. 장마당을 오후 4시 전에는 열지 말라고 했는데 몽땅 상점 열어놓고 장사한다, 버젓이 하지 말라는 것들을 한다, 교육기관, 검찰 보위부, 사법당국도 다 가만있다는 겁니다.

과거엔 한국 상품도 돈 좀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조용히 팔았는데, 이제는 대놓고 차려 놓고 판다는 겁니다. 이제 중앙에서 검열대가 내려가 영상으로 찍어 전국에 방송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김정은 표현대로 하면, 동물도 한 해 동면 하는데 북한 보건부는 몇 년째 동면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몇 년째 개선이 없다는 것이죠.

베트남은 개혁개방으로 삼성전자 등 외국기업을 적극 유치하면서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하고 있다.
베트남은 개혁개방으로 삼성전자 등 외국기업을 적극 유치하면서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하고 있다.

북한 구조 문제를 때리는 김정은, 개혁 개방에는 실패할 것

김정은이 직접 말은 안 하지만 중앙당 조직부 등이 똑바로 안 해서 보건에서 개선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북한 사회를 구조적으로 때리면 사람들은 의문을 갖게 되고 계속 이의를 제기하게 되면 무상치료라는 북한의 구조적 문제와 현실에 눈을 뜨게 됩니다. 그래서 유료화로 가게 되는 것이죠. 겉으로는 권력 눈치를 보는 것 같지만 개인에게로 돈이 다 들어가는 모양새인 것이죠.

그래서 저는 결론적으로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시기와 같은 시기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때와 같은 경제적 위기는 생기지 않을 겁니다. 이제는 사람들도 다 눈을 떠서 그야말로 생존과 먹이사슬을 알아 당이나 국가가 하라는 대로 안 하고 생존해 나갈 겁니다. 봉기든 혁명이든 사람들이 굶어서 일어난다고 보지 않습니다.

현 상태에서 구조적인 문제, 정치적 정책을 갖고 북한이 더 잘살 수 없다는 인식이 보편화되고 한국과 같은 곳에서 정보가 계속 유입이 되면 현 상태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게 되는 것이죠. 북한도 한국처럼 자본주의 식으로 가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할 수 있고요. 김정은이 북한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내니까 사람들은 그럼 대안이 뭐냐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지요.

저는 북한이 중국과 베트남처럼 전면적 개혁개방으로 못 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통일만 되면 북한 사람들은 자기들이 안고 있는 문제, 말하자면 생활의 궁핍이 일시에 해소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 그 어느 땐가 들고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봅니다. 그래서 북한은 외부의 정보 유입을 통제하고 돈줄을 더 강하게 조일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베트남식 개혁개방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베트남식 개혁개방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남북이산가족 2차 상봉까지 끝냈는데 북한 노동신문은 이걸 보도도 못합니다. 지난 시기에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늘까지도 노동신문과 인터넷 우리민족끼리만 간신히 보도했지, 북한 사람들이 알 수 있는 매체를 통해 보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결국 북한 이산가족 상봉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 아무리 이게 4·27 판문점 선언의 정치적 성과라는 둥 미사여구를 붙여도 듣는 사람은 그렇게 듣지 않을 겁니다. 북한 사람들 인식이 달라졌다는 걸 북한 당국도 인정하기 때문에 보도하지 않는 겁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했다고 들으면 북한 사람들은 ‘한국 친척 만난 사람들은 좋겠구나, 돈 좀 받았겠지’ 이렇게 부러워하는 말부터 먼저 나올 겁니다. 오늘 노동신문에 이런 기사가 나왔습니다. 이 기사는 북한이 부르주아 사상을 허용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일심단결하고 영원 단결한다 했는데, 사상문화 침투 때문에 망할 수 있다는 게 오늘 노동신문 기사의 요지입니다.

북한은 사상문화 침투를 막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주장하느냐면, 첫째 방송을 통한 문화 침투를 막아야 한다, 둘째 사상문화선전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철저히 배척해야 한다, 셋째 우리 사상과 문화를 발전시킬 사상을 심화시키라고 말합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국 것을 안 본다는 식으로 말하는 겁니다.

변화하고 있습니다. 김정은과 북한 당국도 북한 자체가 마지막 한계에 다다랐다는 걸 인정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 여러분들이 올바른 대북정책으로 한 번 더 목표를 세워 앞으로 가면 북한은 무너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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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연 2018-10-30 10:46:23
태영호 대머리 아찌말도 옳긴해요~!!!!! 중국이나 베트남 라오스 쿠바등은 가능할지 몰라도 북한만 안되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