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 전 유엔대사 “유엔은 더 강해질 것”
오준 전 유엔대사 “유엔은 더 강해질 것”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8.11.0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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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유엔 총회는 인권탄압국으로 지명된 북한의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 이에 안보리에 참석해 북한 유엔대사에게 ‘이제 그만 하십시오’라는 마무리 멘트로 전 세계인들로부터 감동과 박수를 받은 이가 있었다.

바로 오준 전 유엔대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로부터 4년, 미국에서 멀어지고 중국에 흔들리는 유엔은 과연 인류 평화의 선결 문제로서 인권 문제에 진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오준 전 유엔대사를 <미래한국>이 만나 진단과 전망을 들어봤다.

오준 전 유엔대사

- 유엔 인권이사회가 안보리에 3년 연속 북한 인권 탄압의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게 된 것은 북한인권 문제에 중요한 압박 모멘텀이라 생각됩니다. 어떠한 과정을 거친 것이며 그 배경은 무엇입니까.

2차 세계대전 후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자는 것이 유엔의 단연 최고의 목표입니다. 존재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죠. 하지만 안보조치만 가지고는 안 되고 먹고 살 수 있는 개발, 인간 존엄의 인권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다만 유엔이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안전보장이사회만이 강압적인 조치를 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모든 나라는 유엔에 가입하려면 이러한 안보리의 강제조치를 받아들인다는 것을 수용하고 들어가는 것이죠. 그러면 문제가 제기됩니다.

개발의 경우 유엔의 권고조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인권의 경우는 인간의 생명과도 관계되는데 단지 인권이 전쟁과 평화의 문제가 아니라고 해서 안보리의 조치처럼 강제적인 제재조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됐죠. 그래서 유엔은 초기에 ‘네이밍 앤 쉐이밍’, 즉 칭찬과 망신을 주는 것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비판들이 있었죠. 인권을 탄압하는 국가에 망신을 주는 것으로 무슨 효과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인권 탄압국 개입, 진화하는 유엔

이후에 유엔은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주목하게 됩니다. 국제형사재판소는 국가의 범죄뿐만 아니라 전쟁 범죄, 개인의 범죄에 대해서도 다룰 수가 있는 것이죠. 그리고 R2P라는 보호책임이 등장했습니다. 국가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지 못할 경우 국제사회가 들어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유엔 헌장 2조에 의해 모든 국내 사안에 대해서는 유엔은 개입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변화가 온 것입니다. 유일한 예외는 안보리의 집단안보였던 것이죠. 하지만 앞서 지적한 국제형사재판소와 보호책임 R2P는 인권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국내에 개입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해 준 것이죠.

지난 20년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실제로 2014년 유엔은 북한인권보고서(COI)에 따라서 북한의 인권 탄압의 책임자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는 유엔 총회 결의가 있었지요. 유엔 안보리에도 처음 논의됐습니다. 당시 북한은 안보리 당사국이 아니었기에 안보리의 결정이 있다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거기에서 연설을 했었죠. 이처럼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어떤 경우에는 인권 탄압국에 개입할 수 있다고 변화한 것이죠.

- 미국의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 배경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미국은 유엔 인권이사회 이전인 인권위원회 때부터 불만이 있었습니다. 미국이 인권 문제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유엔 인권위원회 회원국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죠. 2006년 당시 유엔 인권위 회원국은 50여개국이 넘었습니다. 줄었다는 인권이사회가 47개국입니다. 당시 존 볼턴 미 유엔대사는 이렇게 많은 회원국들로서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결국 인권 탄압국에 대해 지나치게 약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던 것이죠.

미국이 유엔 인권이사회를 탈퇴한 이유

당시 미국의 주장은 인권 문제가 있는 비민주국가들의 인권위원회 참여보다는 소수의 인권보장국가가 결정을 내리도록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야 강력한 조치가 나올 수 있다고 본 것이죠. 문제는 인권위원회가 인권이사회로 바뀐 후 리비아나 이라크, 중국과 같은 나라들이 인권이사국이 되어 이스라엘의 인권 침해를 집중적으로 제기하게 된 것이죠. 물론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대한 인권 침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볼 때는 지금 비민주적인 국가가 얼마나 많은데 이스라엘만 가지고 문제를 삼느냐는 불만이 생겼던 것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는 빠지겠다고 한 것입니다.

- 트럼프 대통령은 미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 뿐만 아니라 인권 문제도 제기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인권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문제와 인도주의 인권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고 함께 가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이 문제는 미국의 협상전략 차원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이 북한과 협상하려는 목적은 딱 하나입니다. 비핵화죠. 따라서 여기에 인권 문제를 결부하면 목적이 흐려질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저는 이렇게 접근하는 방법은 일단 맞는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미국이 북한에 대해 인권 문제를 등한시한 것이 아니고, 비핵화 이야기를 할 때는 비핵화 이야기를 하고, 인권 문제를 이야기해야 할 때는 인권 문제를 이야기하자는 것이죠. 비핵화 문제만 이야기해도 버거운데 인권 문제를 동시에 가져가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거겠죠.

다만, 우리는 북한과 비핵화 부분에 대해 협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북한인권 문제도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다고 봅니다. 또 미국도 앞으로 북한과 포괄적 대화를 하게 되면 인권 문제를 하게 될 거라고 봐요. 다만 우리의 경우 북한에 인권 문제를 제기할 경우 저는 비정치적이고 전문적인 접근 방식, 제도적인 접근 방식, 민간 차원의 접근 방식, 이렇게 세 가지 방식을 제안한 적이 있습니다.

- 중국은 유엔의 인권 문제에 대해 나라별 사정을 고려한 접근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인권이 보편적 개념이라면 국가별 사정에 따른 인권 문제 접근은 올바른 것일까요?

이 문제는 좀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권에는 두 가지 차원이 있는데, 유엔인권협약도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정치적 시민적 권리가 있고, 다른 하나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가 있습니다. 정치적 시민적 권리는 민주주의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즉 민주주의가 발전되면 이 정치적 시민적 권리의 문제는 많은 부분이 해결됩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발전하더라도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문제는 다른 양상을 갖습니다. 즉 사회적 약자라든지, 여성, 아동, 소수 인종의 문제가 그런 것이죠.

따라서 유엔인권협약에는 장애인권리에 관한 협약, 아동권리에 관한 협약, 이주노동자에 대한 권리협약처럼 여러 인권협약이 존중하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협약이 7개 정도가 유엔에 있는데 대부분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것입니다. 이러한 인권 문제는 반드시 민주주의가 성숙했다고 해서 함께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중국이 주장하는 각국의 현실에 맞는 인권 주장은 좋게 보면 정치적 시민적 권리에 대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약자의 권리를 각국의 실정에 맞게 전개하자는 취지로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만일 중국이 정치적 시민적 권리에 대해서 그렇게 주장한 것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죠.

- 마지막 질문입니다만, 미국의 자국 일방주의와 유엔의 다자주의가 충돌하고 있는 이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우리가 대응해야 할 입장도 궁금합니다.

지적하신 대로 유엔은 다자주의가 원칙입니다. 그리고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우선주의 노선을 고수하고 있죠. 이 때문에 유엔과 미국 사이에 갈등이 있을 수는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것으로 봅니다. 세계는 이미 미국 혼자의 힘으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죠. 일종의 세계화에 대한 반동인데 오래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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