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딜리트....새로움을 만드는 창조의 명령어
[신간] 딜리트....새로움을 만드는 창조의 명령어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1.11 0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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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유열은 대한민국의 지식지도를 바꾼 콘텐츠 기획자이자 EBS PD. 1983년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에 입학해 방황과 허무로 얼룩진 대학 시절을 보냈다. 1988년에 졸업해 신문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1992년에 PD가 뭐하는 건지도 모르고 EBS에 덜컥 입사했다. 새로운 것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살았다. 그러다 입사 8년차에 느닷없이 평PD에서 편성기획부장으로 발탁승진되어 EBS의 편성개혁을 주도했다. 편성기획부장을 3차례 역임하면서 어린이와 교육 다큐멘터리 중심으로 편성을 혁신해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2008년 개편 이후 시청률이 10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프라임 타임대 시청률은 무려 600%나 올랐다. EBS의 성공 스토리는 크게 주목받아 삼성그룹에 가치혁신 성공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또한 EBS는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미디어’ 2위에 올랐다. 

EBS의 대표 프로그램인 ‘다큐프라임’, ‘세계테마기행’, ‘한국기행’, ‘극한직업’ 등을 기획했고, 그 이전에 도올 김용옥의 ‘노자와 21세기’, ‘중용, 인간의 맛’을 비롯하여 박재희의 ‘손자병법과 21세기’, 성태용의 ‘주역과 21세기’ 등을 기획해 대한민국에 인문학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국내 최초의 3D 입체 다큐멘터리 ‘신들의 땅, 앙코르’, ‘위대한 바빌론’을 연출해 호평받았고, 100만 관객을 감동시킨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 역시 그가 기획한 작품이다. 2015년부터 2년 9개월간 학교교육본부장을 맡아 수능 및 고교교재와 동영상 콘텐츠 기획제작 책임을 맡았다.
 

흔히 “창조하라!”고 말하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하지만 “딜리트하라!”고 하면 누구나 그리 어렵지 않게 실행할 수 있다. 주변에 구체적으로 ‘딜리트’해볼 것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컨셉, 전문가, 문법, 전례, 원칙, 기능, 시장조사, 디자인, 기존의 관행, 과거의 성공 등 무엇이든 딜리트할 수 있다.

이 책은 ‘딜리트’라는 키워드로 EBS 편성개혁을 성공시킨 기획자 김유열 PD의 책으로, ‘딜리트’라는 강력한 키워드가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를 어떻게 진보시켰는지 역사, 철학, 예술, 건축, 패션, 문학, 과학, 디자인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총망라했다. 피카소, 샤넬, 니체, 사카모토 료마…, 등 저자가 소개하는 동서고금 딜리터들의 활약을 읽고, 지금 당신 앞에 놓인 과제나 업무에 대해 ‘딜리트 매트릭스’를 적어보라. 깜짝 놀랄 일이 벌어질 것이다. 

때는 1999년, 뉴 밀레니엄을 맞아 모든 언론이 천문학적 제작비를 들여 휘황찬란한 디지털 판타지로 달려갈 때 EBS의 한 기획자는 이런 생각을 했다. ‘죽이고 죽여도 죽지 않고 남는 것, 깎고 깎여도 깎이지 않고 남는 것, 시공을 초월하고 변치 않는 것, 에센스, 본질….’ 고민 끝에 나온 프로그램이 바로 도올 김용옥의 ‘노자와 21세기’였다. 인류의 원형질에 잠재된 불멸의 DNA를 깨운 ‘비움과 부정의 철학’에 21세기 시민들은 열광했다.

방송계를 발칵 뒤집어놓은 사상 초유의 일이자 이후 대한민국에 인문학 열풍을 불러일으킨 중대 사건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편성기획부장으로 발탁되어 EBS의 편성개혁을 주도했다. 유아, 다큐멘터리 중심으로 본질에 집중한 결과 2008년 이후 시청률이 10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프라임 타임대 시청률은 무려 600%나 올랐다. 또한 EBS는 ‘국민들이 가장 신뢰하는 미디어’ 2위에 올랐다. 경영계는 가치혁신 성공사례로 주목했고, 유수의 언론들도 크게 소개했다. 

현상, 채움, 욕망의 21세기에 그는 어떻게 자연, 순수, 비움으로 대한민국 지식지도의 새판을 짤 수 있었을까? 이 책의 저자 김유열 EBS PD는 기획자로서 자신이 25년간 해왔던 업무의 성패를 분석하다가 ‘딜리트’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 자신이 ‘딜리트’의 기술로 분명한 개선과 개혁의 효과를 맛보았기 때문이다. 

흔히 “창조하라!”고 말하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하지만 “딜리트하라!”고 하면 누구나 그리 어렵지 않게 실행할 수 있다. 주변에 구체적으로 ‘딜리트’해볼 것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컨셉, 전문가, 문법, 전례, 원칙, 기능, 시장조사, 디자인, 기존의 관행, 과거의 성공 등 무엇이든 딜리트해볼 수 있다.

저자는 노장의 무위사상과 니체의 니힐리즘에서 출발해 ‘딜리트’라는 강력한 키워드가 우리의 삶과 비즈니스를 어떻게 진보시켰는지 역사, 철학, 예술, 건축, 패션, 문학, 과학, 디자인을 종횡으로 넘나들며 총망라했다. 그러다 보니 출판사로부터 처음 출간제안을 받고 집필을 마치기까지 5년이 넘게 걸렸다. 원고지 3,000매가 넘는, 책 3권 분량의 초고를 쓰고 나서 생살을 베어내는 심정으로 2/3나 잘라내고 깎아내 1권으로 펴냈다. 

피카소는 “내 그림은 파괴의 총액”이라며 원근법을 버렸고, 샤넬은 장식을 걷어내고 치마를 잘랐다. 메이지 유신의 선각자 사카모토 료마는 탈번하여 운명의 족쇄를 벗었다. 필립 바롱 드 로트칠드는 오크통으로 와인이 유통되던 시절에 오크통을 없앴다. 제임스 다이슨은 선풍기 날개를 없앴고, ‘태양의 서커스’는 동물쇼를 없앴다. 오드리 헵번은 풀 세팅 후 마지막에 장신구 한두 개를 반드시 떼어냈고, 푸알란 빵집은 제빵사를 딜리트했으며, 낙소스는 클래식 음반에서 스타를 없앴다. 말보로는 여성용 담배라는 초기 컨셉을 버렸고, EBS의 인기 프로그램 ‘세계테마기행’은 ENG카메라와 1급지, 여행정보라는 여행 프로그램의 관행을 버렸다. 

이 책의 제목 《딜리트Delete》는 우리가 매일 키보드 위에서 만나는 그 ‘딜리트’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뭔가 꽉 막혔을 때, 고만고만한 아이디어를 짓고 허물길 반복하다 지쳤을 때, 갈피를 못 잡고 쓴 글을 왕창 지울 때, 딜리트 키는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그 딜리트의 마법을 실생활에서 부려보면 어떨까? 저자가 소개하는 동서고금 딜리터들의 활약을 읽고, 지금 당신 앞에 놓인 과제나 업무에 대해 ‘딜리트 매트릭스’를 적어보라. 라면 가게를 운영하든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하든, 우리는 남들과 다른 그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운명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편안한 반복에서 벗어나 동일성의 감옥에서 탈옥하는 법을 알려주며, “이단이 되어 전문가와 싸우고 일개 보병이길 거부하라.”고 독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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