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 이후 진퇴양난에 빠진 북핵 협상
美 중간선거 이후 진퇴양난에 빠진 북핵 협상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8.11.16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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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예상대로 민주당이 하원을 차지했다. 상원은 공화당의 승리로 큰 변화가 없었다. NBC방송은 투표결과 직후, “민주당이 하원에서 승리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을 견제할 진정한 힘을 얻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다음날인 8일(현지시간) 언론과 인터뷰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의 만남은 불발됐고 내년 초에나 대화가 성사될 거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간선거가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심판적 의미가 컸다는 점에서 어떻게든 트럼프의 대북 스탠스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분명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간선거 이전과는 달리, 북핵 문제에 조바심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음 재선에 도전까지 아직 시간이 충분히 남았으며, 사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북핵 문제는 미 유권자들의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완화에 대해 ‘그렇게 하고 싶지만 북한도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 이것은 쌍무적 상황(Two way street)’이라고 말했다. 일단 북한이 먼저 마음에 드는 액션을 하기 전에는 버티겠다는 메시지다. 그렇다면 공은 김정은에게 넘어간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귀엣말을 하는 트럼프 / 연합

느긋한 트럼프, 갑갑한 김정은

북한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만한 새로운 제안이나 액션을 취하지는 않고 있다. 여전히 미국에 대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입장이 이전과는 달리 분명해서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美 민주당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어떤 정치적 공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미북협상은 또 다른 궤도에서 만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먼저 트럼프의 법률고문역을 맡고 있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지난 10월 민주당이 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하게 되면 탄핵보다는 각종 위원회를 통해 트럼프의 자진 사퇴를 유도할 것이라 말했다. 줄리아니가 예상하는 상황은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게 되면 하원이 탄핵을 발의하더라도 통과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트럼프 일가의 재산과 치부 과정을 각종 위원회를 통해 압박해 트럼프로 하여금 재산을 잃느니 차라리 퇴진을 선택하게 만드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무엇보다 공화당 상원에서도 림지 의원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와 이민정책, 건강보험 정책에 불만을 가진 의원들이 있다. 이 의원들은 트럼프가 어렵게 될 경우 경쟁적으로 도전할 것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치적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맞이하게 될 정치적 공세의 강도와 내용에 따라 미북협상이 트럼프 대통령의 당면 문제 순위에 영향을 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으며, 김정은 또한 이러한 점을 계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으로 관측된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도 신뢰하지 않는 여러 시그널들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미 재무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차원의 조사로서 국내 은행들과 컨퍼런스 콜을 통해 대북경협 상황을 체크한 것과, 북한 밀수 석탄 대금 지급의 경위에 대한 관세청의 재조사, 그리고 검찰의 수사 결과를 미 재무부가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VOA(미국의소리방송)를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한국이 북한과 동급으로 미국의 제재 대상이 아니냐는 우려가 금융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청와대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했던 문재인 정부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진퇴양난에 빠진 운동권 청와대

우려되는 것은 김정은이 조급증을 내서 다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이나 핵실험을 위한 행동에 나서는 경우다. 당연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이러한 행위를 도전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자신 앞에 놓인 정치적 상황을 공세적으로 타개하는 지렛대로 삼고자 하면 자칫 한국의 대통령은 누구 편이냐는 질문이 트럼프의 입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의 관측 포인트는 한미연합훈련이 과연 재개될 것인가, 미국이 다시 한미연합훈련을 제안해 올 때 문재인 정부는 이에 응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가 된다. 만일 미국의 요청에 응한다면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북한과 맺은 평양선언의 ‘민족자주’ 원칙과 ‘적대적 행위금지’를 지키지 않는 것이 되고 만다. 북한이 문재인 정부의 승낙을 침묵으로 대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결국 문재인 정부와 청와대, 그리고 민주당의 선택은 이제까지 야심차게 추진해 왔던 남북관계를 다시 원점으로 돌리기보다는 레짐 체인지의 연속선에서 ‘적폐청산’과 ‘한미동맹’을 연결하는 우회로를 구축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정부는 남북평화라는 가치 쟁점을 잃고 경제와 민생 문제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국민들과 마주하는 것은 대단히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문재인 청와대와 민주당의 운동권 주류들로 하여금 ‘정면 돌파’라는 그들 특유의 모험주의를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다.

그러한 선택은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득표율인 42%선에 다다를 때일 것이며, 그전까지는 ‘적폐청산 시즌 2’의 모멘텀을 새롭게 일으키려 들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말해 국내 정치 상황에 집중해서 성과를 얻어낸 후, 이를 바탕으로 남북관계를 한미관계와 투 트랙으로 다루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브레이크를 걸어 올 경우, 남북관계를 한미관계보다 더 상위의 가치로 포지션하는 정치적 심급을 국민의 의지로 만들겠다는 전략은 운동권 특유의 선동적, 투쟁적 사고로 충분히 전개할 만하다. 다만, 그 결과가 무엇일지는 자신들도 모를 것이다.

프랑스 속담에 ‘사람은 변화하면 변화할수록 다른 존재가 아니라, 자신의 본질에 가까워진다’는 말이 있다. 문재인의 청와대와 민주당의 반미, 친북 출신 운동권 주류들이 미 중간선거 이후 남북정책에 변화를 추구한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자신들의 본질일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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