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 장로 임기제가 한국 교회 사는 길”
“목사 · 장로 임기제가 한국 교회 사는 길”
  • 인터뷰 강시영 미래한국 기자 / 정리 박주연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2.07 1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인터뷰] 이종윤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개혁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 (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 est)
 

작년 10월 독일 비텐베르크교회에서는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 국제기념행사가 있었다. 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이종윤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서울교회 원로목사)을 비롯한 한국 교회 지도자들은 세계 기독교계로부터 깊은 찬사를 받았다.

가톨릭의 면죄부를 비판하고 ‘오직 성경으로, 오직 은혜로, 오직 믿음으로’를 주창한 루터의 종교개혁 정신이 오늘날 한국 교회에서 다시 강조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 교회는 목회 세습, 교회나 교단 선거 때의 금품 살포, 목회자의 물질과 윤리적 타락 등으로 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개혁 501주년을 맞아 <미래한국>은 한국 교회 원로 이종윤 목사로부터 개혁되어야 할 한국 교회의 면면에 관해 들었다.

이종윤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목사·장로 임기 10년으로 하고 재신임 받자”

- 제2의 종교개혁 차원에서 목사 장로 임기제를 주장하셨습니다. 어떤 취지인지요?

한국 교회 대부분의 문제가 목사나 장로의 문제입니다.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고 깊이 기도했습니다. 장로교를 세운 칼빈은 교회에는 항존직(permanent)이 있다고 했습니다. 교회에 항상 있어야 할 직분이죠. 목사, 교사, 장로, 집사 등 특정인이 아닌 직분입니다. 이는 칼빈의 영적 아버지로 18년 선배인 인 마르틴 부처가 칼빈에게 전한 것입니다.

유럽 각 나라에서 여러 사람이 칼빈의 제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러 제네바에 모여들었어요. 그 중에 스코틀랜드의 존 녹스가 있었습니다. 존 녹스의 후계자인 앤드류 멜빌이 세인트 앤드류스대의 신학부인 세인트 메리스칼리지 학장을 지냈는데 그가 스코틀랜드 <제2치리서(Second Book of Discipline), 1578>를 작성하고 총회 보고를 했습니다.

그것이 세계 장로교 효시예요. <제2치리서> 2장 6절에 정의를 내립니다. 선지자, 제사장, 사도직 이런 직분들은 그 당시 임시로 특정직(extraordinary)으로 있었는데, 그 시대가 지나고 없어진 직분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직 아닌 상시직(ordinary)에는 목사와 장로가 있다는 것을 <제2치리서>에서 이 분이 밝혔어요. 그것이 전 세계 장로교 뿌리가 돼 미국, 영국, 독일, 심지어 한국 장로교로 확산됐습니다. 즉, 목사와 장로는 상시직이라는 것이 <제2치리서>부터 파생된 거예요. 문제는 여기서 밝힌 대로 한국 교회가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평양신학교 실천신학 교수였던 클락(Allen Clark, 한국명 곽안련)이라는 선교사가 있었는데 이 분이 강의하면서 상시직을 그만 항존직으로 번역을 했어요. 그 오류가 지금까지 계속된 거예요. 미국 교회는 장로가 임기제입니다. 나도 미국 장로교회에서 장로를 했어요.

임기제에서는 장로를 몇 년 하면 끝나지요. 심지어 대학생도 장로가 될 수 있어요. 제네바에서는 본래 장로가 시의원이에요. 그래서 교회에서 월급이나 생활비도 줍니다. 개혁교회에서는 월급은 줄 수 없지만 당회를 구성하려면 장로가 필요하니 목사 수준의 신앙을 가진 사람을 투표로 뽑습니다.

아무튼 우리 한국 교회는 클락 박사가 상시직인 장로를 항존직이라고 잘못 번역해 가르쳐온 영향으로 장로에 대한 그런 인식이 한국 교회에 지금까지 내려온 거예요.

16세기 종교개혁을 이끈 프랑스 출신 개혁교회 신학자이자 종교개혁가 존 칼빈

- 미국에서 목사는 임기가 없는 항존직 개념인가요 아니면 임기제인가요?

목사는 아직도 영구직(항존직)으로 돼 있지요. 최근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총장을 했던 조지 C. 풀러라는 분이 세계개혁주의협의회(WRF : World Reformed Fellowship)에 글을 올려 목사도 교회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목사는 직위가 너무 고상한 직분이고 인격이 높아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게 지금까지의 상식이었는데, 그 분은 목사도 재신임 받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 여론이 확산됐어요. 그리고 한국의 통합측 교단이 종교개혁 500주년기념사업회를 만들어 세미나를 하는데, 발제문 중에 장로 목사는 항존직이지만 임기제로 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습니다.

목사와 장로를 10년 임기로 하고 임기가 끝나면 평가받아 재신임 여부를 묻자고 장로교 통합측에서 하나의 제안으로 나온 게 있지요. 또 하나는 서울교회에서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서울교회는 임기 7년째 안식년을 합니다. 목사, 장로가 안식년에 들어가는 7년째 돌아오기 2개월 전에 당회에서 재신임 투표를 받아요. 재적 인원 3분의 2를 통과해야 합니다.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임기제로 국민이 투표로 선출하게 돼 있는데, 교회 목사와 장로가 직을 평생하면 교만해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문제가 생겨요. ‘내가 담임목사이니 죽어도 이 교회를 못 떠난다’ 이러면 정말 곤란하죠. 어떤 면에서 철밥통이 되는 거예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제2의 종교개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주교에서 교황은 항존직이에요. 목사는 하나님의 종이라는 의미입니다. 종이란 글자 그대로 종에 불과한데, 주인의 뜻은 받들지 않고 자기 뜻을 받들려고 하니 문제가 돼요.

한국 교회가 살려면 이제라도 목사와 장로는 상시직으로 하되, 임기제로 안식년을 통해 당회와 공동의회에서 재신임 받도록 하는 개혁을 해야 합니다. 목사와 장로가 평가 받지 않으니 교만해지고 자기 멋대로 하려 들지요.

- 어떤 교회는 분권개념으로 목회와 행정, 사역을 분리해서 설교와 목회는 목회자가 하고 행정은 운영위원회가, 사역은 각 그룹에서 평신도가 참여하는 방식으로 하는 교회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가 아는 대로 회중교회들이 그렇게 해요. 회중교회로는 침례교회가 속하지요. 이런 교회는 평신도들을 활용해 위원회 중심으로 합니다. 장로교도 위원회가 있지만 그 정도 가지고는 안 돼요. 노회든 총회든 치리기관은 당회예요. 장로교 제도가 그렇게 돼 있어요. 감리교는 감독제예요. 이건 민주주의가 아니죠. 회중제도의 침례교회는 신학교 졸업을 안 해도 교인 투표로 목사가 돼요.

- 천주교에서는 신부들이 5년마다 인사이동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독교의 노회나 총회는 연합기관이지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은 아니지요?

그렇습니다. 그건 행정상으로는 상위기관이 틀림없지만, 지교회의 치리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순 없어요. 지교회가 제일 중요한 거예요. 지교회는 지교회 규정에 의해서 움직이는 겁니다. 총회와 노회는 지교회가 이단이 아님을 입증해주는 병풍과 같은 역할을 해주지요. 총회장이 지교회 행정에 대한 권한이 없지요.

16세기 독일 슈튜라스부르크의 종교개혁사 마르틴부처, 칼빈에게 큰 영향을 미친 '영적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16세기 독일 슈튜라스부르크의 종교개혁사 마르틴부처, 칼빈에게 큰 영향을 미친 '영적아버지'로 알려져 있다

칼빈도 목회자의 영구항존직 말하지 않아

- 목사의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임기제 도입이 가장 바람직해 보이긴 합니다. 임기제와 관련해 내년 3월 세미나를 연다고 하셨는데 문제는 기득권자들이 이런 움직임을 막거나 저항할 텐데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내년에 학회에서 세미나를 하게 되면 각 교단에서 파장이 일어날 거예요. 찬반이 나뉘겠죠. 한국 교회가 잘해 왔는데 왜 항존직을 없애느냐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그러나 항존직이 잘못된 건 틀림없거든요. 칼빈이 항존직은 교회에 항상 있어야 할 직분이라고 말했어요. 상시직을 항존직으로 번역해서 잘못된 겁니다.

- 마지막으로 정리 말씀 부탁드립니다.

나는 임기제가 한국 교회를 살릴 수 있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고 봐요. 목사와 장로만 제대로 구실을 하면 한국 교회가 살아나요. 한국 교회와 같이 헌신하는 목사 장로가 어디 있어요. 작년에 독일 비텐베르크에서 열린 종교개혁500주년 행사도 내가 준비위원으로서 참여했는데, 한국 교회가 거의 전부 하다시피 행사를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다른 나라는 거의 아무것도 못했어요. 한국 교회가 할 일이 많습니다. 협력해주신 미래한국에 감사를 드립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