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현대차 오너를 찾습니다
사라진 현대차 오너를 찾습니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8.12.1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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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차를 끌어 온 오너가 사실상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정몽구 회장은 2016년 12월 6일 최순실국정농단사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지금까지 공식 석상에 얼굴을 보이지 않고 있다. 청문회에서 정 회장은 동문서답을 하거나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여 ‘어디 아픈가?’라는 의문으로부터 ‘빠져나가려 쑈한다’는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언론들은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

매년 본인이 직접 주재하던 시무식에 정몽구 회장은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얼굴을 보이지 않았고,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재벌 총수들을 초청한 청와대 호프데이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드 문제로 중국 공장이 고전하던 시기에 대통령이 직접 현대자동차 중국공장을 방문했지만, 역시 정몽구 회장은 보이지 않았다.

현대차 사정을 잘 아는 이들로부터 현재 정몽구 회장은 외부에 노출될 수 없는 건강 문제를 안고 있다는 소식들이 들려온다.정몽구 회장은 38년생으로 81세. 현대차는 정 회장의 건강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문제는 삼성과 달리, 현대차의 후계자로 지목되는 정의선 부회장에게는 현대차의 중요한 경영 문제를 결정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이 현실적으로 없다는 점이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경영에서 정의선 부회장을 철저히 배제했다. 그 결과 현대차는 노조의 주도권 하에 끝을 알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근 현대차는 최악의 3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분기 영업이익 76%가 감소해 1.2%를 기록했다. 100원치를 팔아 1원 남짓밖에 벌지 못하는 참담한 수준이었다. 이는 2011년의 10.3%에 비하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준이다. 국제 평균 4.5%에도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이라 할 수 있다.

현대차의 이러한 위기 원인은 다양하게 지목된다. 노동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너무 높다든지,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다든지, 생산차의 성능에 문제가 있어서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을 불러오는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현대차가 가진 오너리스크(Owner Risk)라고 할 수 있다. 다름 아닌 정몽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현대차의 문제를 키워왔다는 것이다.
 

(c) 미래한국미디어

영업익 76% 줄어든 현대차, 위기를 만든 주인공은…

“현대차 노조가 문제라고들 합니다. 그러면 솔직히 한번 이야기해 보죠. 현대차 노조를 세계 최강의 강성 귀족노조로 키운 이가 누구입니까? 삼성과 현대중공업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잖아요. 지금의 민주노총은 정몽구 회장이 키운 거나 마찬가지예요” 현대차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인사의 말이다.

2006년 정몽구 회장은 비자금 문제로 검찰에 소환, 구속되어 재판을 받았다. 2007년 4월 서울고법 형사10부(이재홍 부장판사)에서 열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의 항소심 속행공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윤여철 현대차 울산공장 사장은 정몽구 회장이 500억 원에 달하는 비자금을 가지고 노조관리에 썼다는 폭탄 증언을 했다.

그는 재판정에서 “노동집약적인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생산 담당 직원의 사기를 진작하고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경조사비 같은 경우 영수증 처리를 하기 어려워 비자금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이러한 주장에 코웃음을 친다. ‘경조사비 관리에 왜 영수증 처리가 어렵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500억 원에 달하는 영수증 없는 비자금 노무비는 사실상 회사가 노조에게 준 현찰성 뇌물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노조가 파업하면 조기에 종결시키려 파업 때마다 사측이 노조에 뿌려댄 돈이라는 이야기.

실제로 검찰은 2007년 3월 현대차 전 노조위원장 이헌구 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해 기소했고, 이헌구 노조위원장은 징역과 함께 추징금 유죄판결을 받았다. 파업을 내세워 회사측으로부터 2억여 원을 받아낸 사건이었다.

당시 최재혁 판사는 “이번 사건은 그동안 세간에 떠돌던 회사와 노조 간부에 대한 소문들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 전국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며 “피고인은 노조위원장으로서 높은 도덕성이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회사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그 자체만으로 죄질이나 범죄가 무겁다”고 강조했다. 이헌구 전 노조위원장은 자신의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결국 정몽구 회장이 노조를 잘못 상대해 온 것입니다. 파업할 때마다 주동자들에게 돈이 들어 온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삼성과 현대중공업 같은 회사들은 직원 경조사비를 영수증처리 할 수 없어서 노무관리 비자금을 못 만들었다는 이야기인가요?” 전직 임원 A씨의 말이다.

정도를 벗어난 정몽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세계 최강 강성노조를 현대차 안에 키웠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보좌하던 임원들에 대해서도 덕이 없는 태도로 화를 초래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정몽구 회장의 비자금 출처를 수사기관에 모두 불었던 이들은 다름 아닌 정몽구 회장의 측근 임원들이었다. 그 중에 한 임원은 정 회장이 비자금 장부를 어디에 감추고 있는지 정확히 고백해서 정몽구 회장을 꼼짝없이 옭아매게 만들었다. 인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그러한 정몽구 회장의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현대자동차 유럽 현지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정몽구 회장
현대자동차 유럽 현지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정몽구 회장

정 회장은 대범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측근을 믿지 않는 스타일이어서 20년 넘게 자신에게 충성하던 임원을 어느 날 단칼에 잘라버리고 회사 관련된 일조차 막아버리곤 했다는 것. 삼성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현대차 정도의 대기업 전무급 임원이면 회사의 많은 비밀들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정 회장 자신의 측근이었다면 더 자신에 대한 여러 사정들을 잘 알고 있을 임원을 어떻게 그렇게 내칠 수 있느냐는 비판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러한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라는 왕국의 왕이었다. 정몽구 회장은 아버지 정주영 회장으로부터 혹독하게 단련을 받았다. 그 결과 정몽구 회장은 남다른 투지로 경영 후계 적자로 지목된 형제들을 제치고 현대차 오너에 등극했지만, 그는 아버지 정주영 회장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후계 경영에 대한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유능한 전문경영인들을 키워낸 것도 아니었다. 물론 정몽구 회장은 유별난 뚝심과 고객 서비스의 가치를 알아본 혜안으로 현대차의 생산방식과 글로벌화에 박차를 기한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만하더라도 현대차는 성공한 글로벌 기업이었다.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를 누비는 현대차 성공 신화는 대한민국 수출의 14%를 자동차가 차지했다는 것만으로도 그 위상은 충분했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 특유의 고집과 카리스마가 ‘포스트 정몽구체제’라는 경영 준비와 덕을 수반하지 못하면서 현대차와 함께 몰락의 길을 가고 있다는 전망은 비극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 전체에 먹구름을 몰아 오는 중이다.

현대차 문제를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정몽구 회장의 부재 그 자체는 아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처럼 후계 구도가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고 그 방법만이 문제라면 다른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현대차의 유력한 경영 승계자로 지목되는 정의선 부회장의 경우, 아버지 정몽구회장으로부터 경영 지분을 물려받아 65%라는 세금을 내고도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약 8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그가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1조 안팎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이를 위해 정의선 부회장은 여러 방안을 추진해 왔지만 모두 벽에 부딪혀 있다.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은 이미 무산된 채로 다른 개편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개편안이 성사됐다면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그룹 내 순환출자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개편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음에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이대로 흘러간다면 현대차는 주인 없는 회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지배적이다. 이때 우려되는 것은 망조의 기아차의 길을 현대차가 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이다.

‘봉고차’ 성공 신화로 한국 자동차산업에 스타였던 기아차는 경영 악화로 1997년 채권단에 의해 오너가 손을 뗀 후,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그야말로 아귀들의 각축장으로 전락했다. 하나의 기업이 어디까지 부패하고 타락할 수 있는가를 보려면 주인 없던 기아차가 모든 사례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경영진과 임원들은 각자 자기들만의 먹거리 하청업체들을 밖에 두고 회사돈 횡령에 나섰고, 사법기관의 수사를 막기 위해 정치권에 로비자금을 뿌렸다.

1998년 이기호 前 기아그룹 종합조정실 사장과 이재곤 전무 등은 수십억의 회삿돈을 횡령하고 이신행 전 한나라당 의원과 함께 130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30억을 건넨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주인 없는 현대차가 기아가 아닌 포스코와 같은 국민기업으로 가는 길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국민기업 포스코는 한국 경제의 도약기에 국내 산업을 담당할 때는 효율적이었을지 몰라도 글로벌 시대를 맞이한 결과, 심각한 경영 문제에 봉착해 있다. 중국의 공산당 주주 경영식의 자동차 회사들처럼 내수만으로 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결국 현대차에 오너십이 사라지게 된다면 현대차는 경영 악화를 겪다가 해외에 매각되는 수순을 밟게 되고, 그 결과 중국에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하다.

현대차를 위한 국민적 결단이 필요할 때

현대차는 역사만 50년이다. 6·25 전쟁 이후 폐허가 된 불모지에서 자동차를 만들었고 지난 2014년과 2015년에는 800만 대를 팔아 세계 5위 생산량을 자랑하며 자동차 선진국들을 긴장시키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대차의 성과는 현대차가 잘해서였다기 보다는 도요타가 리콜 사태를 겪었고 미국 GM이 파산 직후 경영 정상화가 더뎌지면서 얻은 반사 이익이 크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 평가다.

현대차는 국내와 해외 모델 차별 논란, 에어백과 급발진, 리콜 등 안전 문제 논란에 대해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했다는 지적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또 고급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는 차를 내놓지 못해 수입차에 시장을 내주고 노조의 ‘제 밥그릇 챙기기’에 국민적인 불신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미래 자동차 산업으로 전환이 이미 늦었다는 종말적 지적도 나온다.이 모든 것은 결국 현대차 오너의 리스크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지금도 현대차의 오너 리스크는 계속되고 있고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현대차는 앞으로도 주인 없는 기업의 길을 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가 무엇일지 섣불리 예상할 수는 없으나 현대차가 무너지면 대한민국 경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결단이 어쩌면 필요할 때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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