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위기의 본질은 '오너 리스크'”
“현대차 위기의 본질은 '오너 리스크'”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사진 홍정석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8.12.1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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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

현대차 위기의 본질은 무엇일까. 이 점에 대해 김정호 전 자유기업원 원장은 명쾌하게 설명한다. 한마디로 ‘오너 리스크’라는 것. 현재의 오너는 부재하고, 미래의 오너는 없는 상태. 그렇게 되면 현대차는 주인 없는 회사가 되어 결국 노조에 의해 장악될 수 밖에 없다.

최근 이 문제를 날카롭게 제시하고 있는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를 <미래한국>이 만나 진단과 처방을 들어봤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전 자유기업원 원장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전 자유기업원 원장

'현재 오너'는 안보이고 '미래 오너'는 없는 현대차

- 요즘 현대차 상황은 어떻습니까.

아주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적자가 나는 상황은 아니지만, 영업이익률이 계속 떨어져 지금은 1%대까지 떨어졌어요. 팔아서 남는 게 없다는 얘기죠.

지난 2011~2012년 당시는 10%대까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는데 지속적으로 떨어지면서 1%대까지 떨어진 겁니다. 앞으로 마이너스가 될지 알 순 없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거죠. 그 걱정을 하는 이유는 차가 잘 안 팔리기 때문이에요. 중국이고 미국이고 안 팔립니다.

- 현대차가 수출증가율에서 국내 기업 중 최고를 석권하고 중국 시장도 석권했다는 게 엊그제 뉴스인 것 같은데, 영업이익이 70% 줄었다는 최근 뉴스를 보면서 많이 놀랐습니다. 안 팔리는 이유는 뭔가요.

직접적인 이유는 도요타 때문이라고 봐요. 도요타가 너무 잘 나가기 때문이죠. 사실 현대차가 잘 팔렸던 이유도 도요타 때문이었어요. 도요타가 1000만 대 대규모 리콜사태를 겪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했던 그 반사 이익을 현대차가 받았던 것이죠. 물론 현대차가 그럭저럭 꽤 괜찮은 차였기도 하고요. 그래서 정말 잘 나갔죠.

그러다가 도요타가 갑자기 잘 나가기 시작한 거예요. 도요타가 생산시스템과 같은 물리적인 개혁, 조직체계 등 내부개혁을 잘 해 완벽한 변신에 성공했어요. 대단한 회사로 다시 탈바꿈한 것이죠.

그러면서 도요타가 엄청 잘 팔리기 시작한 반면 현대차가 상대적으로 덜 팔리게 되었죠. 그런데 이 현상을 외부 요인만으로 얘기하기는 어려워요. 현대차 내부에도 문제가 있는 겁니다.

- 내부에 문제가 있다면 경영진이 모를 리가 없고, 바꾸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부에서 그 사실을 왜 모르겠어요. 다들 잘 알죠. 특히 경영진이나 엔지니어들도 모두 잘 아는데 문제는 바꾸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차 생산 방식만 해도 문제가 있죠. 차도 여러 종류가 많잖아요?

그러다보니 너무 복잡해져 이젠 어디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된 거에요. 도요타도 그런 복잡성을 감당 못했던 거거든요. 생산시스템을 단순화하면서도 차종을 여럿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죠. 도요타의 경우 레고 블록형의 생산 방식을 택했습니다.

부품들을 레고 블록처럼 만들어 차 종류가 달라져도 똑같은 부품을 써서 차를 만들어내는 구조를 만든단 말이죠. 이러려면 생산시스템이 다 바뀌어야 하고 노동자들도 그 시스템에 적응해야 하는데, 도요타는 이걸 매우 빠른 시간 안에 이뤄낸 거예요.

도요타는 하나의 회사를 아예 7개 회사로 쪼개버렸어요. 생산시스템, 조직시스템, 일하는 방식도 모두 바꿔 놀라운 변신을 했죠. 현대차라고 그걸 모르겠어요? 문제는 우리의 경우 누구도 움직일 수 없다는 겁니다.

- 움직일 수 없다는 건 무슨 의미인가요.

예를 들어 현대차는 그동안 정몽구라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에 의해 성장한 회사입니다. 현대차는 이 사람 때문에 성공한 거예요. 1998년부터 2012년 그 무렵까지의 성공은 정말 정몽구의 성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이 사람이 없었다면 현대차는 그 무렵 그냥 망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지금 실종 상태에요. 정몽구 회장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뒤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많죠. 그러나 현재 그가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면 그 배턴을 이어받을 사람은 있느냐, 없다는 거예요.

사람들은 아들 정의선 씨가 후계자라고 알고 있는데, 아직 배턴을 넘겨받지 못했어요. 만일 배턴을 넘겨받았다면 자기가 인사부터 다 해야 하는 겁니다. 아버지 가신들 내보낸 자리에 자기 사람으로 채워야죠. 또 아버지 가신들이라고 하더라도 정의선 자신에게 맞추겠다는 선서 이런 거라도 해야 하는 거예요. 그래야 회사에 리더십이 형성될 거 아닙니까.

- 경영 승계가 안 돼 있는 겁니까?

경영 승계가 안 돼 있어요.

- 이유는 뭘까요.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는 걸까요?

글쎄요. 예전 경우를 보죠. 과거 정주영 회장도 정몽구 회장에 경영권을 넘기지 않았죠. 그런데 우격다짐 식으로 해서 가져갔잖아요? 지금 그런 비슷한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정의선은 그런 우격다짐도 못하고 있는 것이죠. 경영 승계라는 게 아주 막연하게는 돼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들에게 권력을 넘긴 건 아니에요. 결정권을 넘긴 건 아니라는 의미죠.

-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경영권을 넘길 수 있지 않습니까.

아마도 정몽구 회장 유사시에 그렇게 될 테지만, 제가 보기엔 그럴 경우 65%에 이르는 상속세를 내고 나면 실질적으로 힘을 못 쓸 겁니다. 정의선은 사석에서 자기는 아버지처럼 그런 권력을 행사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사회 의장을 맡는 정도로 하고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겠다고 이야기를 한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그것도 쉽지 않으리라 봅니다.

현대차의 경영승계문제 역시 오너 리스크의 문제로 귀결된다. 정몽구 회장(좌), 정의선 수석 총괄부회장 (우)
현대차의 경영승계문제 역시 오너 리스크의 문제로 귀결된다. 정몽구 회장(좌), 정의선 수석 총괄부회장 (우)

자기들만 살겠다는 현대차 노조

- 현대차 오너리스크가 있는 거군요. 현재 경영 오너는 부재 상태이고 신 경영 오너는 없고요.

현대의 각각 계열사의 CEO들이 경영을 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 사람들은 큰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죠. 거의 현상 유지 수준이라고 봐야 합니다. 도요타처럼 미래를 위해 회사 생산방식 전체를 다 뜯어고친다? 이건 불가능한 거예요.

그런 개혁이 불가능하면 결국 무너지게 되는 것이죠. 예전의 기아자동차처럼요. 예전 기아차는 그래도 김선홍 회장이 있었어요. 그 사람이 카리스마가 강력하진 않았지만 회장 역할을 했죠. 지금 현대차에는 그것도 없다고 봐야 합니다.

- 현대차 위기를 말할 때마다 거론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노동생산성 문제입니다. 지금 현대차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격이 더 싸다고 하더군요. 보통 우리는 미국을 인건비가 높은 나라로 알고 있는데, 이건 어떻게 된 사정인가요?

노동생산성이란 한 사람이 몇 시간 만에 차를 한대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의미합니다. 달리 말하면 차 한 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 할 수 있죠. 이를 HPV라고 하는데 현대차 국내 공장의 HPV는 26.8시간으로 만 하루를 훌쩍 넘깁니다.

도요타는 24.1시간, GM은 23.4시간, 포드는 21.3시간입니다. 다시 말하면 한국 노동자들의 생산성이 굉장히 떨어진다는 얘기죠. 체코나 러시아와 같은 나라들은 노동자들이 젊고 기민해서 생산성이 높은 반면, 한국 노동자들은 굉장히 느린 거예요.

- 결국 비용 대비 노동생산성이 따라가지 못하니까 현대차도 압박이 크겠네요.

압박이 크죠. 현대차 경우 인건비가 전체 생산 비중의 14% 정도인데, 다른 회사들은 6~8% 수준이에요. 현대차는 인건비로 인해 다른 경쟁사보다 전체 생산비의 7%가 상승한다고 보면 됩니다. 이건 치명적인 겁니다. 그리고 사실 현대차는 인건비 비중이 굉장히 낮아도 되는 회사예요.

정몽구 회장이 노동력을 별로 쓰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죠. 노조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에요. 노조가 파업해도 웬만하면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들어놓은 거예요. 그게 모듈화라는 겁니다. 자동차에는 부품이 2만개 이상 들어가는데 원래는 그걸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정몽구 회장은 그걸 큰 덩어리 5개, 6개 정도로 먼저 조립해서 납품하도록 만들어 놓았어요. 그래서 현대차 생산공정에서는 할 일이 크게 없는 것이죠. 그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의 역할이 굉장히 큽니다.

모비스가 협력 기업들로부터 부품을 조달받아 덩어리로 조립해 납품하는 구조로 돼 있거든요. 모비스라는 회사는 원래 정몽구 회장이 장악했던 회사죠. 과거 갤로퍼를 만들었던 현대정공이란 이름으로, 원래는 컨테이너 박스를 만들던 회사인데, 정몽구 회장 자신의 회사죠.

그 회사는 노조 문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그곳에서 상당 부분 조립해 현대자동차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래서 현대차 근로자들은 별로 할 일이 없는 상태이고, 그러다보니 현대차 노조는 (생산에) 기여하는 것도 별로 없는 거예요. 반면 임금은 최고수준으로 높죠. 현대차의 가치는 엔지니어들과 모비스에서 만들어내는데 돈은 노조가 가져가는, 현대차 노조는 기여하는 바는 없는 정말 부도덕한 집단입니다.

- 광주에서 임금 반으로 낮추고 일자리 나누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게 이해됩니다.

그렇죠. 3000만~4000만 원만 해도 충분합니다. 심지어 노동자들 사이에서 그들끼리 우스개처럼 하는 말이 있어요. ‘동네 아주머니들 뽑아 단기 연수시켜서 투입해도 된다’고요. 그런 이야기가 돌 정도로 사람이 할 게 많지 않은 공정, 아주 단순한 것만 해도 되는 생산 공정으로 바뀌어 있는 겁니다.

현대자동차에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달렸다.
현대자동차에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가 달렸다.

한국 대기업은 오너가 없으면 부패하는 것은 공식

- 우리 사회는 아직 전문경영인 체제와 오너경영 체제에 대한 찬반 양론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경영 승계 문제에서 현대차가 오너 체제가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로 간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저는 과거 기아자동차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오너가 사라지고 나면 한국 기업들은 조직 구성원 전원이 썩고 부패합니다. 기아자동차가 과거에 그랬어요. 기아자동차 마지막까지 김선홍 회장 개인 비리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부분은 끝까지 안 나왔어요.

그런데 파보니 그 밑의 부사장, 전무, 상무가 다 자기 부품업체를 하나씩 갖고 있는 거예요. 거기서 부품을 납품하고 노동자들은 그 부품들을 빼돌려 팔아먹고 자기 차 고치는데 갖다 쓰고요. 아수라장이었던 겁니다.

그러니 자동차가 제대로 나오겠어요? 제대로 만들지는 못하면서 원가는 비싸고, 차 값을 제대로 못 받으니 팔면 팔수록 적자가 쌓이는 그런 구조였던 것이죠. 그런데 그걸 다 분식으로 감춘 겁니다. 1990년대 초반부터 1997년 망할 때까지 계속 분식을 해온 겁니다. 나중에 망하고 나서 들여다보니까 김선홍 회장과 노조가 거의 10년 동안 계속 거짓말을 해왔던 거예요.

1981~1982년, 1987~1988년 초반 봉고 신화를 거쳐 프라이드가 나올 때까지는 반짝하고 괜찮았어요. 우리끼리 잘해보자는 열정들이 있었던 거죠. 그런데 그 열정이란 게 오래 안 가잖아요. 감시자가 사라지면 썩기 시작하는 거죠.

기아자동차는 16년 동안 국민기업, 노조기업으로 지속돼 왔는데 1980년대까지 절반 동안은 괜찮은 기업이었고, 1990년대 들어서는 완전히 썩고 부패하고 부도덕한 기업이었던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오너 체제라는 건 오너십이 있을 경우 오너만 썩든가, 아니면 오너도 청렴하든가 둘 중 하나예요. 오너가 청렴하면 그 회사는 전체가 청렴한 것이고, 오너가 썩으면 그냥 오너가 썩은 회사인거예요. 그런데 오너가 없으면 전체가 썩는 체제가 돼 버려요. 이게 참 한국인의 부끄러운 얼굴입니다.

- 비단 현대차 뿐 아니라 우리나라 국민은 보통 재벌들이 돈을 정당하게 벌지 않았다는 걸 전제로 비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65%나 되는 상속세 문제도 낮춰주는 건 부도덕하다,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고요. 교수님은 자유기업원에서도 오래 계셨지만, 보기에 우리나라 기업, 재벌이 그렇게 부도덕한 게 맞습니까?

부도덕함이란 말하기 어렵고 부끄러운 문제예요. 왜냐하면 한국인들 대부분이 다 부도덕했기 때문이죠. 이야기 하나 해볼게요. 강원도 동해시 묵호가 고향이지만 서울에서 중학교를 다녔던 저는 방학 때면 집에 가려고 청량리역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기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서곤 했습니다. 그러다 개찰구가 열리면 그때부터 사람들이 앉으려고 뜁니다.

열 세 시간 동안 가야 하기 때문이죠. 저도 뛰어 기차 안에 들어가면 이미 사람들은 다 앉아 있어요. 다 돈 내고 뒤로 들어간 겁니다. 저도 아버지와 같이 탈 때 그런 적이 있어요. 아버지가 뒤로 돈 내고 들어가서 차에 탄 적이 있죠.

그땐 다 그랬어요. 엄마가 다 큰 자기 자식 데리고 목욕탕 가려고 하면, ‘너 국민학교 안 다닌다고 그래라’ 그랬어요. 엄마가 자식한테 거짓말하라고 가르쳤다니까요. 이게 한국인이에요. 그런데 오너만 썩었다? 아니에요. 모두 다 썩었어요.

1960년대, 1970년대에는 정부가 오너한테 금융 지원을 많이 해줬습니다. 중화학공업 투자 같은 것 할 때 특히 그랬죠. 그러면서 오너의 재산이 많이 늘어났어요.

박정희 대통령은 그것과 동시에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제도를 실시합니다. 기업공개명령제도예요. 과거 국민주, 공모주 기억나시죠? 이건 재벌들의 재산을 빼앗아 국민들한테 그냥 나눠준 겁니다. 그러니까 박 대통령도 내심 ‘야, 그게 네 돈이야?’ 그렇게 생각한 것이죠. 그러니까 “나눠줘” 이렇게 한 거죠. 강제로 나눠준 거예요.

그때 정확히 몇 퍼센트가 나눠졌는지는 모르겠는데 제가 볼 때 재벌들이 형성한 부의 거의 3분의 2는 나눴을 것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강제로 주식을 매각하도록 했는데 처음 그 가격은 액면가였거든요. 주당 약 만 원짜리를 500원에 팔라고 강제로 그렇게 한 것 아닙니까.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땐 그렇게 한 거예요. 그러니까 재벌이 특혜를 받았다? 물론 특혜 받았죠, 그러나 나누는 것도 이미 그 당시에 그만큼 나눴어요. 이런 사실은 아무도 기억 못하죠. 공모주 청약하면 몇 십대 일 이렇게 됐던 것이죠. 그게 다 나누는 과정이었던 겁니다.

- 지금 재벌 말고도 여러 재벌 기업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외환위기 때 다 망했어요. 시원찮은 기업들은 다 망하고 남은 재벌도 그때 절반은 망했죠. 그때 한국 기업들은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사업 정리를 합니다. 그때까지 한국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사업 정리를 못했어요. ‘지금까지 내가 데리고 있던 사람들을 어떻게 다 내보내나’ 한국식 정서 때문이에요.

사업을 정리한다는 것은 사람을 정리한다는 것인데 그런 정서로 어떻게 하냐고요. 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그때 처음으로 털어낸 거예요. 알짜 사업만 남겨둔 것이죠.

이걸 사람들은 신자유주의라고 부릅니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던 것이죠. 이 과정을 통해 새로 탄생한 기업들은 국가와 아무 상관이 없어요. 국가와 관계 있던 기업들은 그 전에 다 망했다고 보시면 돼요. 그 이후 성공한 건 다 한국을 떠나서 성공한 거예요. 공장은 한국에 있지만 시장은 해외에 있는 것이고, 또 공장 자체도 글로벌화 돼 있고요.

IMF이후 재벌은 과거의 재벌이 아니다

- 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들을 보면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 한 정책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소득주도성장의 경우, 박근혜 정부에서도 기업소득환류제도와 같은 것들이 있었고요. 차별점이 없었던 것 같은데요, 경제정책 면에서 보수우파에 어떤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박근혜 정부가 문재인 정부와 결정적으로 달랐던 것은 대북정책이었죠. 북한 김정은에 대한 태도는 달랐죠. 그러나 내치 특히 경제는 별로 다르지 않고 오십보백보라고 생각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방향은 기본적으로 같은 방향이라는 것이죠. 왜냐하면 한국인들은 기본적으로 좌파 성향을 갖고 있어요.

조선시대부터 계속 그랬어요. 나라님이 뭔가를 다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선시대 나라님 대신 지금은 대통령이 그 역할이에요. 대통령이 다 알아서 국민을 보살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한 좌파정책으로 가는 거예요.

우파정책이 가야 할 방향은 스위스가 보여줍니다. 스위스는 국민들이 대통령이 누군지 몰라요. 스위스는 대통령단이 있어요. 장관 7명이 1년씩 돌아가면서 대통령을 합니다.

국민이 대통령이 누군지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어요. 우리는 자잘한 일도 청와대에 청원하면서 대통령더러 해결해달라고 난리법석이지만 스위스 대통령은 특별히 하는 일이 없어요. 거긴 그렇게 해봐야 되는 게 없어요. 국민 각각 제 할 일을 알아서 하니까요.

국민 각자가 자신이 알아서 하는 것, 그게 스위스의 경제정책입니다. 스위스는 최저임금의 경우에도 시간당 3만 원짜리 안을 76대 24로 부결시켰어요. 스위스도 물론 사회주의자들이 있어요. 스위스 국민 성향은 좌파 1, 우파3 정도 돼요. 좌파1은 주로 화이트칼라예요. 반면 노동자들, 자영업자들은 다 우파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국인은 다 좌파라는 점, 그래서 그들 스스로 의지에 의해 뽑히는 사람은 다 좌파일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한국 대통령은 좌파든 우파든 오십보백보이지 스위스처럼 될 수 없는 겁니다. 스위스처럼 우리도 사상혁명을 거쳐야 하는 거죠.

제가 그래서 박근혜나 문재인이나 오십보백보라고 평가하는 겁니다. 반대되는 정책이 아니라 누군 좀 세고 누군 좀 약하고 그 정도이죠. 그래도 제가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는 건 사람들이 문재인을 너무 싫어하게 돼서 문재인이 하는 것도 다 싫어하게 된 점이에요.

<미래한국>과 같은 매체에서 ‘우리 스스로 책임지자, 대통령한테만 기대하지 말자’ ‘이제 대통령한테 손 벌리지 말자’와 같은 캠페인을 벌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희망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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