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사냥 당한 우병우와 손혜원 사건이 주는 의미
마녀사냥 당한 우병우와 손혜원 사건이 주는 의미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1.0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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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석방, 손혜원 여론재판은 어둠의 시대가 걷히는 징조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법원이 구속기한 만료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석방한 사실에서 칠흑 같은 어둠의 시대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다. 우리 형사소송법은 구속의 사유로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로 한정한다. 이러한 구속 사유는 박근혜 정권 때나 문재인 정권 때나 똑같지만 현 정권에서 남발된 이유는 모호한 문구가 적극적으로 해석, 적용된 탓이다.

과거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삽입된 ‘범죄의 중대성’이나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과 같은 문구가 정치적인 이유로 인권보다 적극적으로 반영돼 왔다. 범죄의 중대성 등을 고려한다는 건 달리 말해 사법부의 주관적 판단에 달렸다는 뜻도 된다. 김동연 부총리가 적자국채 발행에 관해 ‘정무적 판단’을 이유로 차관보를 꾸지람했다는 것처럼 사법부의 ‘정무적 판단’이 얼마든지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 정무적 판단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목격해왔듯 여론일 수밖에 없다. 아직은 서슬 퍼런 문재인 정권의 법원이 검찰의 세 번째 구속기간 연장 요구를 거부하고 우병우를 석방한 것은 사법부가 여론의 온도를 이제 달리 느끼기 시작했다는 징조처럼 느껴진다. 대책 없이 하향 곡선을 긋는 대통령 지지율과 반비례로 아우성을 치는 민심이 여론 동향에 민감한 사법부의 변심을 이끌어냈을 법하다.

국정농단 방조 및 민간인사찰 등의 혐의가 씌워진 우병우의 구속은 박근혜 정부에서 일하다가 구속된 상당수의 다른 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상식을 벗어난 것이었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그 결과를 비선으로 보고받은 것이 범죄 혐의로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구속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것이었는데, 웃기는 주장이다. 고위 공직자 감찰은 민정수석의 당연한 직무에 해당한다. 이석수 감찰 문제는 그것이 불법인지 합법인지 다툼의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는 얘기다.

또 우병우가 시중의 잡범들처럼 자신의 혐의를 지우려 증거인멸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매우 비현실적이다. 그의 혐의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 또 그의 혐의는 애초 구속사유가 안 된다는 것, 지금 조국 민정수석이 저지른 직무유기들을 상기해 비교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애초 법원이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인멸 운운하며 구속영장을 발부해준 것 자체가 여론 눈치 따라 정무적 판단이 개입한 엉터리였다는 얘기다.

우병우 수석이 석방되자마자 “웃음 띤 우병우 ‘달라진 눈빛’” “석방된 우병우 오묘한 미소”와 같은 표현으로 묘사하는 언론에선 마녀사냥 프레임이 또 꿈틀댄다. 어떤 매체는 “우병우 석방,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한가” “이제 국정농단의 주범 한 명이 또 다시 대명천지를 활보하게 됐다”며 선동을 시작했다. ‘레이저 눈빛’이나 ‘오묘한 미소’와 같은 수사는 그를 먹잇감처럼 사냥하던 세력의 전형적인 수사였다. 법평등 운운하며 개인의 인격과 권리를 말살하려드는 것은 종북세력의 오랜 수법이다.

희생양 찾는 대중의 마녀사냥을 잠재우는 방법은 법치확립

아무리 박근혜 정권 적폐인사라 미움 받는 사람이라지만 그에게는 법과 상식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 여론이 미몽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만큼 법원이 마녀사냥에 계속 휘둘리지는 않을 것이다. 우병우 석방 시점과 맞물려 특히나 필자에 오묘하게 다가오는 건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국민 밉상으로 등극했다는 사실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손혜원은 기재부 전 사무관 신재민의 폭로를 비난하는 과정에서 “고시공부 기간 길어 머리가 나쁜 사람” “양아치” 등 끊임없는 악담과 비방을 퍼부어 여론으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

현 정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던 국민감정은 이제 거의 일방적이다시피 손혜원을 패대기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또 다른 형태의 마녀사냥이다. 그가 여론 흐름도 무시하고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을 보호하려는 과잉충성심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손혜원이 소위 최순실 사태에서 다른 민주당 의원들처럼 우병우 마녀사냥을 즐기던 대중의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격세지감마저 느끼게 한다. 유럽 등에서 횡행하던 마녀사냥 현상은 중세의 몰락과 근대의 시작을 알리는 징후 중 하나였다.

마녀사냥이 득세한 이면에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묵인한 세속권력과 가톨릭교회가 도사리고 있었다. 마녀사냥은 권위 또는 권력의 공백이 발생했을 때 폭발할 수 있는 사회적 광기를 드러내는 현상이다. 변화에 직면한 공동체의 가치관이 흔들리고 도덕적 경계가 흐려지자 대중은 ‘희생양’에만 몰두했던 것이다.

지식과 과학이 폭발적으로 발달해가던 시대였지만 정작 마녀사냥을 잠재운 건 과학이 아니었다. 근대 사법체계가 확립돼가면서부터였다. 우병우의 석방과 손혜원의 과잉충성이 빚은 마녀사냥 혼란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만하다. 얼토당토않은 원시적 마녀사냥을 잠재울 수 있는 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법치뿐이다. 우병우 전 수석이 정치나 정무적 판단이 아닌 법에 따라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기 바란다.

이는 시민단체에 고발된 손혜원 의원도 마찬가지다. 손 의원에 대한 여론의 몰매가 문재인 정권 권력 누수의 한 현상으로 보인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공익제보자에 대한 그의 이중적 행패가 아무리 ‘피꺼솟’(피가 거꾸로 솟는) 말종처럼 보인다 해도 그에게 주어진 천부적 권리는 지켜져야 하지 않겠는가.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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