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세계의 골칫거리....중국의 지적재산권 탈취
[분석] 세계의 골칫거리....중국의 지적재산권 탈취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9.01.31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적재산권. 창의적인 지식을 재산의 하나로 간주해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특허가 대표적이며 그 외에도 상표, 디자인, 문학·미술·음악 작품의 저작권도 포함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런 지적재산권을 법으로 보호하고 있지만 예외인 나라가 몇몇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중국이다. 중국의 지적재산권 해적행위가 어느 정도인지는 각종 신제품 발표회에서 드러난다.

지난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국제가전박람회(CES)가 열렸다. 세계 최대의 IT·가전 박람회인 만큼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신제품과 콘셉트 제품을 내놨다. 여기서 유독 눈에 띄는 브랜드는 모두 중국 업체들이었다. 대단한 제품을 내놔서가 아니라 다른 유명업체들의 신제품을 대놓고 베껴 내놨기 때문이다.

세계 3위의 TV 판매업체라는 중국 TCL은 불과 3분 거리에 있는 삼성전자의 ‘프레임 QLED 8K TV’를 그대로 베낀 TV를 이름까지도 ‘8K QLED TV’라고 붙여 자사 신제품이라고 내놨다. 삼성전자의 ‘프레임 QLED TV’는 8K 해상도에 QLED를 사용한 TV다. TCL은 또한 삼성전자의 고급 냉장고 ‘셰프 컬렉션 패밀리 허브’와 똑같은 냉장고도 자랑스럽게 내놨다. 삼성전자가 미래 디스플레이 소재로 사용하려는 마이크로LED로 꾸민 ‘더 월’도 그대로 베껴 ‘더 시네마 월’이라는 전용관을 만들어 놨다.

중국 화웨이는 LG전자가 2014년 출시해 국내에서만 수십만 대를 판매한 ‘포켓 포토 프린터’를 선보였다. 셀카를 찍은 뒤 스마트폰 앱을 사용해 바로 사진을 인화하는 방식은 LG의 그것과 판박이였다. 중국 공산당과 긴밀한 관계이며 반한 업체로 알려진 대만 폭스콘은 자신들이 인수한 ‘샤프’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중국 업체가 제작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일본 기술력’만 강조했다. 샤프의 디스플레이 기술로 만든 화면에는 기모노 입은 여자들 사진만 보여줬다. 이런 중국의 베끼기는 단순한 디자인 도용 문제가 아니다. 지난 15년 사이 전 세계를 골치 아프게 했던 ‘중국산 짝퉁’이 이제는 세계 각국 기업들의 창의성까지 죽이려 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먼저 칼을 빼들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2017년 8월 무역대표부(USTR)에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와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실태를 조사하도록 하는 대통령각서(행정명령보다 한 단계 낮은 대통령 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서에 서명하면서 언론을 향해 “오랫동안 워싱턴이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미국의 부가 빠져 나갔다”면서 “외국에 의한 지적재산권 해적 행위가 매년 미국의 일자리 수백만 개를 없애고, 수십억 달러 이상의 손해를 보게 만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서에 서명함에 따라 USTR은 지적재산권 침해 실태를 조사했고 2018년 3월 나타난 문제점에 따라 중국을 WTO에 제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대해 500억 달러 상당의 관세를 부과한 이튿날이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의 시작은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가 명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를 조사하라고 지시했을 때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가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크게 우려하던 문제를 건드렸다”고 평가하며, 그 타깃은 중국 의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프로젝트’라고 지목했다.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프로젝트’는 시진핑이 중국 제조업의 기술력을 높인다며 만든 계획으로, 표면상으로는 수입 비중이 50%를 넘는 첨단제품의 핵심 부품을 2025년까지 국산화율을 70%로 끌어 올린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이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혁신센터 40여 곳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중국 업체들의 핵심부품 국산화율 높이기 방법이다. 중국에 진출한 미국 등 서방 기업들에 기술이전을 강요하거나 산업기밀을 몰래 훔쳐 베끼는 식이다.

중국은 2018년 4월부터 미국과 본격적으로 무역분쟁-엄밀히 말하면 고율의 관세부과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중국은 처음부터 미국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중국의 대미무역흑자는 연간 4000억 달러로 전체 무역흑자의 80% 가까운 반면, 미국의 대중 수입 비중은 전체의 7~8% 수준으로, 수입처를 다른 곳으로 돌려도 별 문제가 없는 수준이다. 결국 일방적으로 피해를 입게 된 중국은 2018년 12월 자국 내 지적재산권 침해를 적발·처벌하겠다고 약속하고, 실제 몇몇 기업을 처벌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는 더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2019년 새해까지 이어지는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에서도 지적재산권 침해 단속 및 처벌 문제는 주요 이슈다.

한국, 구경만 하는 ‘글로벌 호구’

중국은 미국에는 “지적재산권 침해를 못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다른 나라들에는 그런 말을 않고 있다. 유럽산 명품 브랜드들은 10년이 넘는 소송 끝에 그나마 상표권을 인정받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상품들에 대해서는 중국 당국이 오히려 자국 짝퉁업체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12월 30일 중국 ‘신화망’은 “일본의 노브랜드 업체 ‘무인양품’이 중국 업체들을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 소송에서 패소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법원은 “피고 업체는 상표를 표기할 때 일본식 번자체가 아니라 한 글자를 간자체로 사용해 ‘무인양품’과는 다르다”며 이 같은 판결을 내놨다고 한다.

이 판결이 나왔을 때 일본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무인양품이 중국에서 어떤 해적행위에 시달리는지 소개했다. ‘미니소’와 ‘에모이’라는 중국 업체는 무인양품의 브랜드 로고와 색상, 매장 인테리어까지 그대로 따라했다고 한다. 이번 소송에서 승소한 ‘중국 무인양품’은 브랜드 글자 4개 가운데 첫 글자만 간자체를 사용했다고 한다. ‘짝퉁 천국’답게 최근에는 미니소를 또 베낀 ‘유비소’라는 짝퉁 업체도 생겼다고 한다. 이런 무인양품을 베낀 중국 업체들은 전국 곳곳에 1000개가 넘는 매장을 열어놓고 버젓이 영업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본 무인양품이 당한 것은 한국이 중국에 당하는 침해행위와 비교하면 장난 수준이다. 특허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 2년 사이에 한국 기업의 상표권이 해외에서 도용된 사례는 모두 1019건이다. 그 중에서 중국이 도용한 사례가 1005건이다. 이 가운데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진, 한국 기업 상표권 등 지적재산권 침해 사례도 적지 않다.

2015년 중국 ‘상하이아빈식품’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었던 디저트 카페 ‘설빙’은 중국 진출을 통한 성공을 꿈꿨다. 그러나 중국에 매장을 열자마자 짝퉁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오히려 타격을 입었다. 웃기는 점은 중국 파트너 업체 상하이아빈식품은 짝퉁 업체를 고소하지 않고 오히려 설빙을 상대로 계약 해지 및 부당이득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업체들은 ‘파리 바게트’를 베껴 ‘파리 필링’, ‘설화수’를 베껴 ‘설안수’나 ‘설연수’, ‘더페이스샵’을 베낀 ‘무무소(무궁생활)’를 출시하는 등 상도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지적재산권 해적 행위를 저지르고도 자국 정부의 힘을 믿고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기업 브랜드나 상표권, 상품을 베끼는 것보다 더 심각한 분야가 바로 저작권이다. 지금까지 표절 의혹이 불거진 것 가운데는 한국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미남이시네요’의 줄거리를 뒤섞어 만든 ‘행복삼과성’, 연예프로그램의 경우 ‘프로듀스 101’과 비슷한 ‘우상연습생’, ‘윤식당’과 비슷한 포맷의 ‘중찬청’, ‘쇼 미더 머니’와 유사한 ‘랩 오브 차이나’, ‘삼시세끼’를 따라한 ‘향왕적생활’, ‘안녕하세요’를 베낀 ‘사대명조’, ‘히든싱어’와 ‘은장적가수’ 등이 이미 국내 언론을 통해 지적받은 바 있다.

게임 업계도 중국 표절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웹젠’의 ‘뮤’ 후속작인 것처럼 속여 출시한 중국 ‘더 나인’의 ‘뮤X’를 시작으로, 엔씨소프트의 ‘아이온’, ‘블레이드 소울’, 넷마블 게임즈의 ‘스톤 에이지’,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넥슨의 ‘던전 앤 파이터’ 등도 중국 업체들의 ‘짝퉁 게임’ 때문에 적지 않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11월 당시 이 같은 소식이 국내에 보도됐음에도 정부는 반응하지 않았다.

사실 한국 정부가 중국의 지적재산권 해적 행위에 침묵한 지는 오래됐다. 그 민낯을 보여준 때는 2016년 7월 이후부터다. 당시 한미 양국 간의 협의에 따라 경북 상주에 사드 포대를 배치하기로 하자 중국은 한국을 향해 비난과 저주를 퍼붓는 동시에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괴롭혔다.

이때 중국은 현지에서 한국 기업들이 하는 서비스나 상품의 재산권을 보호하지 않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연예 프로그램이나 게임 등의 경우 중국이 한국 기업들의 서비스를 금지하자 중국 업체들이 너도나도 끼어들어 짝퉁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때부터 시작된 중국 업체들의 한국 짝퉁 만들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 기업들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음에도 국내 친중파 세력들은 “섣불리 법적 분쟁을 시작했다가는 중국의 보복을 당할 수 있다”거나 “중국의 대중 수출액이· 전체 수출액의 25% 수준이므로 대중 보복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한 뒤에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아예 중국에 대한 문제 제기나 비판을 삼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통일 정책이 중국·북한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 또한 중국의 지적재산권 해적행위에 대응하지 않는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중국도 앞으로 잘 살게 되면 지적재산권 해적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낙관론을 펴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일본 무인양품 사태 당시 ‘닛케이 아시안 리뷰’와 인터뷰를 한 중국인은 “미니소 등 중국업체가 일본 상표와 디자인을 도용한 것은 맞지만 어차피 다 같은 ‘노 브랜드’ 제품인데 짝퉁이건 뭐건 뭔 상관이냐”며 “중국산 제품이 저렴하니까 살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막무가내식 지적재산권 도축질에 칼을 빼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2000억 달러 관세 보복에 서명했다.
중국의 막무가내식 지적재산권 도축질에 칼을 빼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2000억 달러 관세 보복에 서명했다.

무개념·몰염치 중국 정부

중국 정부는 더 하다. 자기네는 “소국이 어찌 감히 대국을 거스르려 하느냐”는 등 한국의 내정에 간섭하는 발언이나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하면서도 방공식별구역 침범, 불법조업, 차별행위 등에 한국 정부나 기업이 반발하면 “너무 신경 쓰지 말라”거나 “별 일 아닌 것으로 과민반응한다”는 식으로 뭉갠다. 이처럼 무례하고 몰염치한 나라에 대응하는 모범 사례가 있으니 바로 트럼프 미 행정부다.

미국과 중국은 6개월 이상 지속된 무역분쟁 끝에 지난해 12월 차관급 무역통상 회의를 가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 통화를 했다. 이 자리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같은 날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2019년 1월 1일부터 특허 등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을 당 법원이 새로 설립하는 지적재산권 법정에서 심리한다”고 밝혔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은 “이번 결정은 공산당의 중대결심이자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중요한 진보”라며 “국내외 지적재산권 보호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밝혔다. 당연한 말 같지만 2018년 말까지도 외국 기업들은 지적재산권 소송을 했을 때 패소하면 상소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2019년부터는 지적재산권 소송에서도 항소할 길이 생긴 것이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최근 중국 정부가 외국기업을 상대로 기술이전을 강요하지 말라는 법안을 내놓은 것과 일맥상통한다”며 “중국 정부가 미국이 만족할 만한 카드를 내놨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으로부터 적지 않은 양보를 끌어냈지만 대중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오는 1월 30일에는 류허 중국 부총리가 워싱턴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를 만날 예정이다. 지난 12월 차관급 회의의 후속 조치 격이다. 미국 언론들은 이 회의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지적재산권 침해, ‘메이드 인 차이나 2025 프로젝트’ 관련 기업에 정부 보조금 지원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이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인정하고 침해 사범에 대해서는 처벌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보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이제 마무리 단계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트럼프 정부는 “지금은 90일 간의 휴전 상태이며 협상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무역 분야에서는 한 발짝 물러난 것처럼 행동하지만 남지나해와 동지나해에서 군사적 행동을 증강한 점, 김정은의 4차 중국방문 등을 지적하며 협상이 잘 안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아무튼 중국은 “미국의 과도한 양보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며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여기서 물러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최근 미국이 EU와 일본을 향해 대중무역전쟁 동참을 종용하거나 “안보 무임승차를 하는 동맹은 동맹이 아니다”라며 압박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 문제는 겉으로만 보면 “돈밖에 모르는 트럼프”라고 해석할 수 있지만, 조금 더 나아가 보면 동맹국에까지 경제적 문제로 압박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봐줄 가능성이 낮다는 대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 중국에 붙는 나라는 어디든지 간에 중국·북한과 같은 꼴을 당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국은 여전히 스스로를 “미국과 중국, 북한 간의 중재자”라고 부르며 뇌내망상(腦內妄想)에 빠져 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