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가짜뉴스 퇴치법
5·18 가짜뉴스 퇴치법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2.14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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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해법은 가짜뉴스 퇴치 아닌 조장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가 열린 뒤 정국이 벌집을 건드린 듯 난리법석이다. 특히 드루킹 댓글 여론공작 사건으로 김경수 경남지사가 구속되고 김태우 전 수사관의 폭로, 손혜원 의원의 각종 비리 의혹, 경제실정 등 온갖 악재에 시달리던 여권과 친정부 언론이 5·18 공청회를 계기로 결집하는 양상까지 보인다.

그 중 아무래도 필자 눈에 들어온 건 정부와 여당에 미운털 박힌 유튜브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다시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민주당은 공청회에 참석한 지만원 씨로 인해 여론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돌아간다고 판단했는지, 5·18 관련 가짜뉴스 유튜브 영상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겠다고 신속하게 발표했다. 보도에 의하면 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가 문제를 삼은 영상은 5·18 북한군 침투설을 다룬 58건, 5·18 유공자가 북한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다거나 공무원 자리를 싹쓸이했다는 등 유족과 관련한 영상 6건 등 64건이다.

재미있는 것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이와 동시에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전격적으로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사실이다.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란 일정한 금액을 지불하면 광고 없이 콘텐트를 볼 수 있거나 스마트폰에 영상을 저장해 오프라인에서도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말한다.

방통위가 조사하겠다는 이유는 1개월 무료 체험 기간 이후 유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유튜브가 가입자에게 가입여부 의사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의혹 때문이라고 하는데 시기가 참 오묘하다. 유튜브 이용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프리미엄 서비스로 전환됐다는 불만이 어디 하루 이틀 된 것인가. 민주당이 5·18 관련 동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겠다는 것과 동시에 방통위가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조사하겠다는 것은 ‘우리가 요청한 동영상 삭제하지 않으면 가만 안 두겠다’는 신호, 요컨대 누가 봐도 유튜브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압박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유튜브에 치명적인 가짜뉴스가 돌고 있다면 삭제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광우병 보도와 같은 가짜뉴스로 인해 대한민국이 치른 사회적 비용이 얼마나 막대했나. 가짜 뉴스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경제·사회적 비용이 무려 30조원을 넘는다는 추정도 있다. 가짜뉴스를 규제해야 한다는데 원론적으로 반대할 사람들은 없다. 그런데 민주당이 삭제를 요청했다는 5·18 가짜뉴스는 누구나 동의하는 진짜 가짜뉴스일까.

구체적으로 64건의 동영상 목록을 확인하지 못해 조심스럽긴 하지만 민주당이 밝힌 내용만 보면 의문이 든다. 5·18 북한군 침투설을 다룬 동영상이 가짜뉴스라는데, 북한군 침투설은 지금 국회가 통과시킨 ‘5.18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5·18특별법)’에서 진상규명을 해야 할 범위 안에 정확히 들어 있다. 이 소리는 5·18 당시에 북한군이 개입했는지 사실관계가 아직 확정이 안 됐다는 얘기고, 따라서 더 조사해 볼 가치가 있다는 의미가 된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진상규명이 해법

5·18특별법은 자유한국당이 혼자 처리한 게 아니다. 민주당도 합의했기에 만들어진 법이다. 속내와 사정이야 어떻든 민주당은 민간인에 대한 헬기 사격 발포 명령자, 공군 전투기 무장 출격 대기 목적지 등의 사안과 같이 북한군 침투설을 진상규명 범위 안에 넣는데 동의한 것이다. 그래놓고 이제와 그런 의혹을 말하거나 또는 그렇다고 단정했다 해서 가짜뉴스이니 삭제를 강제하겠다니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다. 5·18 유공자가 북한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다거나 공무원 자리를 싹쓸이했다는 내용도 무조건 가짜뉴스라는데 그 주장도 말이 안 되긴 마찬가지다.

5·18 유공자가 북한에서 영웅 대접을 받는지 안 받는지 민주당과 방통위가 사실관계를 확인했나. 동영상 삭제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아주 중한 사안이다. 동영상을 삭제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부터 정확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군 침투설과 마찬가지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또 유튜브에 삭제를 요구하려면 그런 조사를 통해 나온 명확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5·18유공자 특혜 의혹은 5·18 관련 여러 사안 중 가장 많은 국민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라고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 5·18 공청회와 관련된 기사들이 대부분 비난 기사임에도 그 기사에 달린 댓글여론 대다수는 유공자수는 왜 시간이 흐를수록 증가하는지, 또 유공자들 명단과 그들이 정확히 어떤 혜택을 받고 있는지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하는데 너무나 당연한 요구 아닌가. 이 역시도 가짜뉴스로 매도될 내용이 전혀 아닌 것이다.

5·18 민주화 유공자의 명예를 위해서도 이 부분은 정확히 해야 한다. 가짜유공자가 공무원 자리를 싹쓸이한다는 식의 지나친 특혜 의혹도 5·18 유공자 명단과 혜택이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오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국민이 가짜유공자들이 우리들이 낸 혈세를 착취해간다는 오해를 계속하도록 놔두는 건 5·18민주화 운동의 의의를 죽이는 짓이고, 유공자들의 명예도 짓밟는 일이다.

5·18 관련 가짜뉴스 강제삭제 외에도 정부는 최근에 해외 성인 사이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https 차단 조치를 취해 중국과 같은 독재정부, 파쇼정부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해커가 가로챌 수 없는 보안기능이 강화된 https를 차단하니 정부가 인터넷을 감청, 검열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정부가 생각하는 도덕의 잣대로 수백만 명, 수천만 명의 국민을 교화시키겠다는 발상 자체가 파시즘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인터넷 게시물이 자기도 모르게 사라지지 않는 나라, 온, 오프라인 어디서든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나라 전체가 문 대통령의 약속과 반대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유언비어는 사회가 혼란할 때 유포되므로 정확한 정보가 충분히 전달되면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진상규명으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만이 루머, 유언비어, 가짜뉴스를 퇴치할 수 있다.

박한명 언론인·미디어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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