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기 하동군수 “자치단체장도 기업가 마인드로 뛰어야 합니다”
윤상기 하동군수 “자치단체장도 기업가 마인드로 뛰어야 합니다”
  •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9.02.1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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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사진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 / 고성혁 미래한국 전문기자

경남 하동군은 경상도와 전라도의 화합의 상징인 화개장터로 유명하다. 하동군에 위치한 쌍계사는 우리나라에서 차의 시배지이기도 하다. 섬진강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벚꽃 시즌이 되면 국내 최대 인파가 몰리는 관광지다. 뿐만 아니라 남해 한려수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금오산(해발 849m)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 중이다. 작년 한 해 하동군을 방문한 관광객은 무려 800만 명에 달했다. 소설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가 되는 곳 역시 하동이다.

하동군은 ‘알프스 하동 프로젝트’, ‘섬진강 뱃길 복원’ 등 지리산과 섬진강, 그리고 한려수도를 잇는 다양한 인프라를 연결지어 ‘하동 100년 미래의 먹거리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88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남 하동군은 2018년 전국 228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기업하기 좋은 곳 5위에 올랐다.

본지 <미래한국>은 지난 21일 하동군청을 방문해 윤상기 하동군수와 인터뷰를 가졌다. 윤상기 하동군수는 1975년 남해군 산업과에 공직의 첫발을 내디뎠다. 경남도청, 김해시청, 경남도 문화관광체육국장, 진주부시장 등을 거치면서 공직생활 전부를 경남 도정에 임한 만큼 경남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행정가로 정평이 나 있다. 현재는 민선 7기 하동군수로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되었다. ‘일할 줄 아는 CEO형 군수’로서 하동군의 100년 먹거리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윤상기 군수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봤다.

윤상기  하동군수
윤상기 하동군수

- 하동군의 100년 먹거리산업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스위스 알프스 융프라우 꼭대기까지 기차가 올라갑니다. 그것이 언제 만들어진 줄 아십니까? 117년 전에 만들어진 겁니다. 아돌프라는 사람이 계획해서 만든 겁니다. 당시 스위스 사람들은 아돌프를 보고 ‘미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했어요.

그런데 스위스 알프스 기차는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스위스의 관광산업을 먹여 살리는 겁니다.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스위스에서도 100년 동안 얼마나 많은 시장이 바뀌었겠습니까? 그런데 일할 줄 아는 한 명의 시장이 100년의 먹거리를 만든 겁니다.

저도 스위스 알프스의 기차처럼 하동군을 위한 100년의 먹거리를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작년 12월 17일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장관회의를 하면서 전국에서 10개 사업을 승인하는데 우리 경남에서는 우리 하동건만 유일하게 선정되었습니다. 지리산 산악궤도열차건인데 5년 전 제가 공약한 사업입니다. 정부 예산과 승인을 받기 위해 기재부 등 정부 관련부처에 한마디로 전부 ‘쑤시고 다닌’ 결과입니다.

가만 앉아 있으면 누가 먹여줍니까? 제가 2014년 하동군수에 취임할 때만 해도 하동군 예산은 3400억이었어요. 작년은 6300억으로 늘렸습니다. 예산이 있어야 일을 할 수 있습니다.

- 예산 문제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지방세보다는 국세가 많은데요.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이라는 측면에서 국세와 지방세의 조정과 중앙정부 권력의 지방자치단체로의 이양이 필요하다고 보시는지요?

지방자치를 한다면 진작부터 지방자치단체로 권한을 돌려 줘야죠. 그런데 실권은 중앙이 다 쥐고 앉아있거든요. 사무관 하나까지 중앙의 승인을 받으라고 하니 한마디로 ‘미친짓’이죠. 어찌하면 지방자치단체를 손아귀에 넣을까 이런 궁리만 하는 것 같습니다.

국세와 지방세를 비교해보면 하다못해 6:4 정도는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8:2입니다. 이러면 안 되죠. 8:2 조차 제대로 안내려주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작년에 김부겸 행자부 장관과 1:1 면담을 하면서 엄청나게 따졌습니다. 처음에는 안만나 주려고 하더군요.

그래서 막말로 ‘쳐들어’ 갔죠. 왜 만나주려고도 하지 않느냐면서 따졌죠. 하동 출신 정홍원 총리때도 마찬가지로 따진 적이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방자치 지방분권에 걸맞는 국세와 지방세 조정이 있어야 합니다.
 

스타벅스에 납품하는 하동군의 가루녹차
스타벅스에 납품하는 하동군의 가루녹차

- 하동군의 지역내 총생산(GRDP) 규모는 어떻습니까?

하동군의 지역내 총생산(GDRP)은 전국에서 20위를 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연 평균 성장률은 11.9%를 달성했어요. 성장률로 본다면 전국 236개 자치단체 중에 20위인데 경남에서는 1위입니다. 금액으로는 2015년 기준으로 하동군민 1인당 GRDP는 3만 9843달러로 함안, 거제에 이어 도내 3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00년 미래 먹거리’를 위해 인프라 구축을 하고 발로 뛴 성과입니다. 저는 악양루 너른 들판을 10차 산업이라고 말합니다. 단순하게 농업과 관광으로 분리되지 않고 실제 몸으로 체험하고 기업과 산업이 연결되면서 해외로까지 네트워킹하는 것입니다. 국내에서만 머물면 안 됩니다.

지역 총생산이 늘려면 일단 기업하기 좋은 곳이 되어야 합니다. 기업이 요구하기 전에 규제를 풀어야죠. 그래서 우리 하동군은 중소기업 운영자금을 기존 3억 원에서 5억 원까지 늘리고, 시설 현대화자금은 5억 원에서 최대 7억 원까지 확대해서 시행 중입니다.

중소기업 육성기금 최대 7억 원은 도내 군단위 중에는 가장 높습니다. 관광 인프라 확충뿐만 아니라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하동지구에 갈사산업단지와 대송산업단지 조성사업이 추진 중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경제활동친화성’ 조사에서 전국 5위를 했습니다. 경남에서는 단연코 1등이죠. 전국 평균이 82.7점인데 우리 하동군은 90.9점을 받았습니다.

- 기업하기 좋은 곳이 되려면 규제 혁파도 필요하고 기반단지 조성도 선행되어야 하는데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동에는 아직 철도 연결이 미흡한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떻습니까?

현재 KTX는 대구를 거쳐 경주 울산 그리고 부산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진주까지 거쳐 하동으로 오려면 빙빙 둘러 와야 하니 시간이 많이 걸리죠. 그래서 김천에서 바로 이어지는 KTX를 건설해야 하는 겁니다. 김천-합천-진주-통영-거제로 이어지는 남부내륙고속철도 건설이 바로 서부경남발전을 위해서 그것입니다.

원래 이명박 정부 때는 무주를 거쳐 함양으로 내려오는 계획이었어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바꾼 거죠. 만약 무주로 이어지게 되었다면 고속철도가 되지 않고 완행이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예산 3000만 원을 들여 타당성 조사를 했어요. 청와대까지 들어가 설득했습니다. 제가 합천부군수로 있을 때입니다. 김천에서 고속철도와 연결하면 서울에서 2시간 반이면 합천, 진주를 거쳐 통영으로 이어지고 예산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당시 합천 군민들이 저보고 합천군수로 출마하라고 했었어요. 지금은 합천이 아니라 하동군수로 있지만 남부내륙고속철도 조기 착공과 경전선 고속철도 운행을 위해 광양시장, 진주·사천시장 등 9명의 시장·군수가 중앙정부에 건의해 놓은 상태입니다.
 

- 한려수도 해상국립공원인 남해안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금오산에 케이블카를 계획 중이신데 환경단체들 반발은 없었습니까?

왜 없었겠어요? 당연히 있었죠. 심지어는 섬진강 건너편 전라도 쪽에서도 건너와서 반대합디다. 그래서 내가 그랬어요. 여기는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 당신네 동네에서나 잘 하라고 말이죠. 스위스 알프스 기차처럼 잘 만든 인프라는 100년 동안 주민을 먹여살리는 먹거리가 됩니다.

저는 하동군을 알리는 데 국내에서만 머물지 않습니다. 기업도 국내에서만 먹고 살 수 없는 것처럼 우리도 눈을 해외로 돌려야 하는 겁니다.
 

- 말씀을 듣고 보니 일하는 CEO형 군수라는 느낌이 듭니다. 주식회사 하동군이라는 관점에서 역점을 두는 사업이 있으신가요?

국내에만 얽매이지 않고 해외 홍보도 적극적으로 합니다. 투자 유치도 하고 말이죠. 캐나다에서 첫 번째 가는 재벌인 ‘짐 패티슨’ 회장도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와서 하동에서 1박2일로 하루 자고 갔습니다. 괜히 자가용비행기 타고 왔겠습니까? 이제 자치단체장도 기업가적 마인드로 직접 뛰어야 하는 겁니다.

미국 스타벅스에는 하동에서 생산한 녹차가 들어갑니다. 미래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기업가적 마인드는 당연히 있어야 합니다. 뒤에 보시면 출입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저 방은 하동군을 방문한 기업인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한 방입니다. 사무를 볼 수 있는 각종 편의시설을 모두 마련해 놓았습니다.

- 이제 정치쪽으로 화제를 돌려보겠습니다. 내년에는 총선이 예정되어 있는데요. 단체장으로서 보는 정치상황은 어떻습니까?

제가 만나본 자영업자들은 다 힘들어 합니다. 자고로 세금 올려 제대로 잘된 정부는 없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도 담배값, 소주값 등 올려 결국 실패한 것 아닙니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뿐만 아니라 알게 모르게 각종 세금이 많이 오른 것이 사실이잖아요? 내년 총선에선 분명 변화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윤상기 하동군수와의 대화는 1시간 가량 이어졌다. 노크 소리가 들렸다. 결재를 위해 대기하는 공무원들이었다. 서둘러 인터뷰를 마쳤다. 윤상기 하동군수실에는 스탠딩 책상이 하나 더 있다. 공무원들 결재를 위한 책상이다. 서서 일하는 것이 능률상으로도 그리고 공무원들과 눈을 맞출 수 있어 좋다는 윤상기 군수의 말이다. 하루 속히 고속철도와 연결되는 하동군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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