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팩트풀니스...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신간] 팩트풀니스...우리가 세상을 오해하는 10가지 이유와 세상이 생각보다 괜찮은 이유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3.08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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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해외 언론에 빌 게이츠와 한 권의 책을 다룬 기사가 일제히 실렸다. 빌 게이츠는 2010년부터 매년 5~6월마다 대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을 추천해왔는데, 이번에는 추천을 넘어 미국의 모든 대학교와 대학원 졸업생들에게 직접 책을 구입해 선물한 것. “자신이 읽은 가장 중요한 책이며 세계를 명확히 이해하기 위한 유용한 안내서”라는 것이 추천 이유였다. 세계적 석학 한스 로슬링의 《팩트풀니스(Factfulness)》가 바로 그 책이다. ‘팩트풀니스’는 ‘사실충실성’이란 뜻으로 팩트(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태도와 관점을 의미한다. 

이 책은 출간과 동시에 세계 지성계를 사로잡으며 뜨거운 화제를 모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 목록 5권 중에 하나로 추천했다.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학 심리학과 교수는 풍부한 데이터를 통해 우리의 인지과정이 어떻게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끌 수 있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한 책으로, <네이처>는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세계관이 완전히 뒤바뀔 거라며 극찬했다. 또한 <옵저버>는 금세기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고,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가디언><선데이타임스> 등 유수 언론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출간 이후 6개월 만에 100만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40여 국가에서 출간이 확정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확증편향이 기승을 부리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에, 《팩트풀니스》는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이기는 팩트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역작이다. 빈곤, 교육, 환경, 에너지, 인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와 실제 세계의 간극을 좁히고 선입견을 깨는 통찰을 제시한다. 우리의 편견과 달리 세상이 나날이 진보하고 있음을, 사실에 충실한 명확한 데이터와 통계로 이를 낱낱이 증명한다. 
 

빌 게이츠가 사회로 진출하는 청춘에게 이 책을 선물한 이유는, ‘세상은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의 시각을 심어주는 동시에 자기 신념이 사실과 부합하는지 돌아보라는 충고이기도 할 것이다. 우물 안에 계속 갇혀 살기보다 올바르게 사는 데 관심이 있다면, 세계관을 흔쾌히 바꿀 마음이 있다면, 본능적 반응 대신 비판적 사고를 할 준비가 되었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기 바란다. 한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한스 로슬링은 의사이자 공중 보건 전문가이자 통계학자라는 독특한 학문적 배경을 갖고 있다. 이는 통계학적으로 전 세계인이 처해 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그는 연구에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한다. 바로 사람들이 세상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 더욱 심각하게는 세계의 실상을 체계적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로슬링 박사는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을 테스트하기 위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13가지 문제’를 만들어 풀어보게 했다. 그 결과, 평균 정답률은 16%에 불과했다. 침팬지가 정답을 무작위로 고를 때의 33%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다. 더욱 놀라운 점은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일수록 실상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21쪽) 

그 이유는 무엇일까ㆍ 바로 ‘느낌’을 ‘사실’로 인식하는 인간의 10가지 비합리적 본능(간극 본능, 부정 본능, 직선 본능, 공포 본능, 크기 본능, 일반화 본능, 운명 본능, 단일 관점 본능, 비난 본능, 다급함 본능) 때문이다. 사람들은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추측하고 학습할 때 끊임없이 그리고 직관적으로 자신의 세계관을 참고하는데, 비합리적 본능으로 세계관에 오류가 발생하면 구조적으로 틀린 답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스 로슬링은 사실과 주장을 혼동하는 것을 사회 갈등과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세상은 겉보기만큼 극적이지 않다. ‘팩트풀니스’를 숙지하면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을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대체할 수 있다.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진짜 위험성과 여러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되 엉터리 정보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다. 더 나아가 오해를 없애고 긍정적이 되며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침팬지를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 평생을 헌신해온 한스 로슬링 박사는, 이 책의 집필을 마무리한 직후 췌장암으로 2017년 2월 7일 세상을 떠났다. 《팩트풀니스》는 그의 평생 연구의 핵심 완결판이자 유작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세계의 진짜 모습을 알기 위해 극빈층의 비율부터 여성의 교육 기간, 기대 수명, 세계 인구의 변동 추이, 자연재해 사망자 수, 아동의 예방접종 비율, 평균기온 변화 등 폭넓은 분야를 다룬다. 최신 통계 데이터를 제시하고 이를 바라보는 올바른 견해를 소개한다. 나아가 세계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언론에 휘둘리는 대중의 습성, 위기를 증폭시키는 부정적인 심리 등 우리가 보편적으로 겪고 있는 현실과 그 해결책도 체계적으로 밝히고 있다. 

인간에게는 인분법적 사고를 추구하는 본능이 있다. 예를 들어 지구상의 국가들을 선진국 vs 개발도상국, 서양 vs 그 외, 저소득층 vs 고소득층, 북부 vs 남부 등과 같이 두 집단으로만 나누는 방식이다. 

“전 세계 인구 중 몇 퍼센트가 저소득 국가에 살까ㆍ”라는 질문에 다수가 50% 이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답은 9%. 전 세계에서 겨우 9%가 저소득 국가에 산다. 세계 인구 다수는 저소득 국가도, 고소득 국가도 아닌 중간 소득 국가에 산다. 중간 소득 국가는 세상을 둘로 나누는 사고방식에는 존재하지 않는 범주이지만, 현실에서는 엄연히 존재한다. 그곳에 인류의 75%가 산다. 
이 책에서 로슬링 박사는 4단계 국가 분류법을 제시한다. 하루에 2달러 남짓을 벌면 1단계, 2~8달러는 2단계, 8~32달러는 3단계, 32달러 이상은 4단계다. 현실은 우리 생각처럼 극과 극으로 갈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간극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그곳에 사실은 인구 대다수가 존재한다. 간극 본능을 억제하려면 다수를 봐야 한다. 

뉴스는 극적이고 부정적인 소식을 주로 보도한다 

인간은 일반적으로 극적인 상황에 주목한다. 그로 인해 우리는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건보다 전쟁, 자연재해, 부패, 유행병, 대량 해고, 테러 등 빈도수가 현저히 낮은 일에 더욱 주목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2015년 세계는 9,000명이 사망한 네팔의 상황을 열흘가량 지켜보았다. 그런데 같은 기간 전 세계에서 오염된 물을 마시고 설사를 하다가 죽은 아이 역시 9,000명에 이른다. 그러나 카메라는 울부짖는 부모 품에 안겨 의식을 잃은 이런 아이들을 비추지 않는다. 2009년 처음 몇 달 동안 신종플루로 수천 명이 사망했다. 언론은 여러 주 동안 이 뉴스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공포심을 자극했다. 하지만 같은 시기에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는 6만 3,066명. 신종플루보다 결핵으로 죽을 위험이 훨씬 높지만 우리는 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우리는 뉴스가 부정적이고 극적인 면에 주목해서 보도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나쁜 소식이 우리에게 전달될 확률이 훨씬 높다. 그래서 주변 세계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 인상을 받기 쉽다. 뉴스는 항상 극적인 사건만 보도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어떤 사건이 있을 때 비교하고 나누면 팩트가 명확해진다 

사람들은 비율을 왜곡해 실제보다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큰 수는 항상 커 보고, 수치가 달랑 하나만 있으면 오판하기 쉽다. 이로 인해 우리는 세상의 발전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하게 된다. 
2016년 신생아는 1억 4100만 명, 죽은 아이는 420만 명이다. 한 해에 420만 명의 아이가 죽다니 너무나도 비극적이다. 사망률은 3%로 100명 중 첫 번째 생일이 되기 전 죽는 아이는 3명이나 된다. 하지만 통계학적으로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떨까ㆍ 

1950년의 신생아는 9700만 명이고, 사망한 아이는 1440만 명이다. 이때 아동 사망률은 15%. 신생아 100명 중 15명이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전에 죽었다는 뜻이다. 영아 사망률이 15%에서 3%로 줄다니! 420만이라는 수치만 보면 엄청나게 커 보이지만 비율을 비교하자, 최근 수치가 갑자기 놀랍도록 낮아 보인다. 

우리는 크든 작든 어떤 수치가 있을 때, 그 수가 인상적으로 보이지만 달랑 하나뿐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수를 관련 있는 다른 수와 비교하거나 다른 수로 나눴을 때 정반대 인상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크기 본능을 억제하려면 비율을 고려하라. 

세상은 비록 느리지만 분명히 나아지고 있다 

한스 로슬링은 30개 국가에 “세계가 점점 좋아진다고 생각하는가, 나빠진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그대로라고 생각하는가ㆍ”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모든 국가가 ‘나빠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한국은 터키, 벨기에, 멕시코 다음으로 부정적 답변이 높았다. 우리나라 인구의 80% 이상이 전 세계의 미래를 비관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점점 나빠진다”는 말은 우리가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다. 테러와 내전이 점점 늘고 있고, 어류 남획과 바다 오염 또한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얼음은 녹고 해수면은 계속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는 정말로 계속 나빠지기만 할까ㆍ 그러나 통계학적으로 전 세계를 보면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은 1970년대와 비교하면 100분의 1, 재해 사망률은 10분의 1로 줄었다. 전 세계 문맹률은 10%에 불과하며, 여학생의 90% 정도가 초등학교를 나왔다. 안전한 상수원의 물을 이용하는 사람과 예방접종을 받는 아이의 비율은 90%에 달하며, 전기를 공급받는 비율은 85%, 휴대전화 사용자 비율은 65%다. 

우리는 국민, 국가, 종교, 문화를 포함해 많은 것이 변화가 느린 탓에 늘 똑같이 보일 수 있다는 알아야 한다. 비록 사소하고 느린 변화라도 조금씩 쌓이면 큰 변화가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세계시장의 무게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유엔은 21세기 말이 되면 아메리카와 유럽 인구는 거의 변하지 않지만, 아프리카는 30억이 늘고 아시아는 10억이 늘 것으로 예상한다. 2100년이면 세계 인구의 80% 이상이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살게 된다는 이야기다. 

오늘날에는 북대서양 주변의 부유한 국가에 사는, 세계 인구의 1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4단계 소비자 시장의 60%를 차지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전 세계에서 소득이 꾸준히 높아진다면 그 비율은 2027년 50%로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2040년에는 4단계 소비자의 60%가 서양 이외의 지역에 살 것이다. 그렇다. 서양의 세계경제 지배가 조만간 끝난다는 말이다. 

우리는 세계 인구 상당수가 아시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경제적 영향력 면에서 서양인은 80%가 아니라 20%가 되어가고 있다. 세계시장의 무게중심이 대서양에서 인도양으로 옮겨가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놓치면 미래에 무역을 장악할 사람들을, 큰 시장을 쉽게 놓쳐버리는 꼴이다. 이렇듯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미래의 위기와 기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지식과 시각이 아닌 명확한 팩트를 확인해야 한다. 닫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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