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PC의 저주, 변희재 보석을 허하라
태블릿PC의 저주, 변희재 보석을 허하라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3.11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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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PC 조작설, 탄핵불복론 키우는 집권세력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박근혜 대통령 탄핵 2년 전후로 태블릿PC가 다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태블릿PC는 좌파언론이 주장하듯 소위 최순실(최서원) 국정농단의 스모킹 건으로 불리며 탄핵을 촉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탄핵 2년이 지났는데도 이 태블릿PC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세상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태블릿PC 조작설을 부추기는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 태블릿PC를 이제 탄핵박물관에 집어넣으려는 세력들이 그러한 의혹들에 납득할만한 반박을 전혀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라면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한 미디어워치 대표고문 변희재를 현 정권이 이례적으로 감옥에 가둠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세계 자유민주진영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언론자유 현실에 주목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재 태블릿PC 조작설이나 의혹을 제기하는 쪽을 좌파언론이나 친정부 쪽 인사들이 비판하는 근거는 아주 단순하다. ‘태블릿PC는 탄핵 증거로도 채택되지 않았다’거나 ‘국과수도 수정, 조작흔적이 없다고 했다’거나 ‘1심 재판부도 변희재의 주장이 허위라고 인정했다’는 등 주로 이런 사실들을 근거로 댄다.

그러나 태블릿PC가 탄핵의 직접적인 증거로 채택되었건 아니건 태블릿PC가 탄핵의 스모킹 건이 됐다는 점은 좌우 국민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런 태블릿PC가 조작됐다는 의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탄핵을 인정하기 힘든 국민들을 양산하고 이는 국민통합의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자유민주정부의 성숙한 사회라면 태블릿PC 의혹을 제기하는 쪽을 무시하고 억눌러 입에 재갈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의혹을 푸는데 앞장서는 것이 맞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언론 사회가 과연 그런 열린 민주적 태도를 취하고 있나. 탄핵불복 논란을 키우는 세력이 과연 누구인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수정, 조작흔적이 없다고 했다’는 반박은 맞는 이야기일까. 이 주장도 사실과 거리가 있거나 쟁점과 관련이 없다고 봐야 한다. 우선 분명히 해야 할 점은 미래한국 등 여러 언론이 취재한 결과 국과수 측은 태블릿PC 조작, 수정흔적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사실이 없다는 사실이다. 국과수는 태블릿PC 분석결과만 내놓았을 뿐이고 이 결과에 대해 조작설을 제기하는 쪽과 JTBC 등 조작설을 부인하는 쪽이 제 각각 해석해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검찰 포렌식 보고서와 국과수 포렌식 보고서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인데, 이러한 점들이 조작설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 사실은 변희재 형사사건 등을 통해 확인이 된 것인데, 예컨대 검찰 포렌식 보고서에는 카카오톡 채팅방이 445개였는데, 국과수 포렌식 보고서에는 채팅방 목록이 30개로 대부분 삭제되었다는 사실이다.

‘태블릿PC 조작설’ 드러난 사실에 반박하지 못하는 세력들

태블릿PC 특검 추진과 변희재 구명 운동을 벌이는 쪽에서는 태블릿PC 검찰 보관 기간 동안 수정, 삭제, 조작, 변경시도가 있었다며 카카오톡 내용을 전부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태블릿의 동선과 최서원 동선을 비교하기 위해 기지국 위치를 확인해야 하고 시스템 로그 자료 및 업타임 자료를 통해서 실제 사용기록을 확인해야 한다는 등의 요구를 하고 있다.

국과수는 수정, 조작흔적이 없다는 식의 결론을 내린 일이 없다는 사실, 오히려 검찰 포렌식과 국과수 포렌식을 통해 검찰 보관 기간 동안에 누군가에 의해 태블릿PC가 조작된 흔적이 발견됐다는 사실에서 태블릿PC조작설을 잠재우는데 국과수 분석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주장이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하는 쪽이 이러한 구체적인 의혹들을 제기하고 있는데, 부인하는 쪽은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못(안)하고 있다는 사실도 태블릿PC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지 못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1심 결과를 태블릿PC에 대한 반론을 막는 근거로 활용하는 것도 맞지 않다. 1심은 검찰 포렌식 결과와 국과수 포렌식 결과를 제대로 검증해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다. 1심 재판부가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JTBC 측의 위증 의혹 등, 물증을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다루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여지가 많다. 그리고 1심 결론이 정답이 아니라는 점이다. 1심 결론이 전부라면 우리나라가 왜 2심, 3심까지 두고 있나.

1심에서 발견하지 못한 사실논쟁을 항소심에서 다시 다툴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결론도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현 정권은 하다못해 수십 년 과거 3심 재판으로 결론이 난 역사적 사안까지 다시 조사하고 뒤집고 있지 않나. 변희재 1심을 가지고 ‘거 봐라, 법원이 허위라고 하지 않느냐’고 태블릿PC 조작설을 잠재울 수 없다는 얘기다.

‘정치재판 혐의’ 우리법연구회가 도맡은 변희재 재판

태블릿PC 조작설을 제기한 언론인들이 감옥에 갇혀있다는 사실도 태블릿PC 논란을 부추기는 한 원인이다. 3월 초 미국 최대의 보수진영 연례행사인 보수주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개최한 ‘한국인의 자유, 절체절명의 위기’ 포럼에서 구속된 변희재와 황의원(미디어워치 대표) 사건이 언급됐다고 한다. CPAC 행사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릭 페리 에너지 장관, 라이언 징키 내무장관,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 등이 참석했다고 하니 CPAC이 가진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CPAC이 초청한 연사들이 태블릿PC와 언론인 구속 사건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미루어 보건대 미국 정부도 대한민국 대통령 탄핵 스모킹 건인 태블릿PC에 대한 여러 의혹과 논쟁, 이로 인해 구속된 언론인 사건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희재 항소심을 또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가 맡게 됐다고 한다. 우리법연구회가 어떤 단체인지는 굳이 이 지면에서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본다. 구속심사부터 1심을 거쳐 항소심까지, 어떤 사건을 3연속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맡게 된 경우가 이전에 있었던가. 필자가 과문해서 그런지 몰라도 지금까지 이념성 짙은 특정 단체 출신 판사들이 한 사람의 사건을 도맡아 했다는 얘기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는 전체 판사 중 고작 3%에 불과하다고 한다.

3연속 우리법연구회 출신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확률이다. 이 사실은 국민에게 또 미국과 세계에 어떤 생각을 심어줄까. 변희재 태블릿PC 재판이 정치재판, 마녀사냥이라는 의심을 굳히도록 만들어 줄 뿐이다. 변희재 측이 법관 기피신청을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 필자는 오히려 김명수 사법부가 항소심 배당을 다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궁극적으로 문재인 정권을 위해서도 낫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봐도 정치재판, 마녀사냥 의심을 더 키워주는 꼴 아닌가. 국민 다수가 보기에 불공정한 재판이라는 인식을 불식시키지 못(안)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태블릿PC 조작설에 힘을 싣는 것이고 탄핵불복론에 기름을 끼얹는 결정이 될 것이 뻔하지 않은가. 상식에 맞지 않는 김명수 사법부의 이런 사법행정이야말로 집권세력에 큰 부담을 지우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과 지지 세력이 태블릿PC에 어떤 초조감을 갖고 있다는 의심을 하도록 자초하는 일이기도 하다.

항소심을 앞둔 변희재 측이 보석신청을 했다고 한다. 변희재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것도 여러 논란을 잠재우는 하나의 방법이다. 미국과 세계 자유민주진영에 박혀 있는 ‘언론인을 탄압하는 독재정권’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김명수 사법부가 어떤 선택이 미래를 위해 좋을지 전향적인 판단을 했으면 한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전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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