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길] 사법부의 자해(自害)를 바라보며
[미래길] 사법부의 자해(自害)를 바라보며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19.03.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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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년 파리의 대법원 형사재판소에는 특별한 그림이 걸렸다. 화가 프뤼동의 대표작 중 하나인 ‘범죄를 뒤쫓는 정의의 여신과 복수의 여신’이라는 제목의 그림이었다.

이 그림에는 사람을 살해하고 돈주머니를 빼앗아 달아나는 범인과 그를 잡으려 횃불을 든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Nemesis), 그리고 저울과 검을 든 정의의 여신 디케(Dike)가 그려져 있다.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는 범인을 잡아내는 검경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검이 아니라 범죄를 밝히는 횃불을 들고 있다. 그렇게 찾아낸 범인에 대해 정의의 여신 디케는 심판을 의미하는 저울과 검을 들고 있다.

김범수 발행인
김범수 발행인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법파동을 이 네메시스와 디케로 그려 본다면 어떤 그림이 될까.

범인에게 반드시 복수한다는 검찰의 네메시스는 횃불을 버리고 디케를 향해 검을 들고 있고, 법원의 상징 디케는 자신의 저울에 자신을 달았으며 자신의 검으로 자신의 목을 베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정의와 인권의 마지막 보루라는 법원은 지금 내부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 법원 조직법에도 없고 법관들에 대한 대표성도 없는 ‘전국법관회의’라는 기구가 ‘사법농단’이라는 비법(非法)적 정치용어를 앞세워 법관들을 탄핵 의결했다. 참석자들이 누구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내에 있었던 법원행정을 ‘권리남용’이라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여당인 민주당이 김경수 재판에 불복하자 김명수 대법원장은 마지못해 짧은 코멘트를 내놨고 김경수 지사 유죄 판결을 내린 담당 판사는 법원내 자율적인 행정 지침에 응해 상부에 업무를 보고한 것에 대해 ‘공무상 기밀누설’이라는 죄명으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법원내 좌파성향의 사조직 출신 판사들이 완장을 차고 법원 요직을 장악하면서 법원은 마치 소련 혁명기의 소비에트를 방불케 하는 인민재판장이 돼버렸다.

그들은 자신들과 이념적 코드가 다른 판사들에게 적의를 드러내며 ‘재판거래’나 ‘사법농단’과 같은 만능보검의 요상한 용어를 동원해 동료 판사들을 공격했다.

검찰도 이를 편들어 수사에 수사를 거듭했지만 불법이라 할 만한 것을 밝혀내지 못했다. 그러자 10명에 달하는 판사들이 독립적인 법원 내에서 행한 업무에 대해 ‘직권남용’으로 기소됐다.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이를 법관회의로 대체하겠다는 김명수 대법원 체제는 특정 이념 판사들의 완장질로 침묵하는 다수의 법관들을 겁박해서 사법부를 문재인 정권의 시녀로 전락시키겠다는 의도로 밖에는 읽히지 않는다.

그래서 묻게 된다. 과연 누가 대한민국의 사법을 농단하고 있는가?

법관들이 헌정을 무시하면 주권자가 나설 수 밖에 없다. 법관의 지위와 자격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정권이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주권자를 무시하는 법관들과 정치세력은 반드시 주권자에 의해 심판대에 오르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그렇게 만만하고 호락호락한 나라가 아니며 주권자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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