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진짜 이야기를 쓰다...하버드 니먼재단의 논픽션 글쓰기 가이드
[서평] 진짜 이야기를 쓰다...하버드 니먼재단의 논픽션 글쓰기 가이드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3.20 06: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짜 이야기(true story)를 쓰기 위해 분투한 작가들의 모험기 

가짜 이야기가 넘쳐나는 세상에, 평생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최고 수준의 글쟁이들이 직접 진짜 이야기(true story)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하버드 대학 니먼재단 내러티브 팀이 기획하고, 3년여에 걸쳐 엮고, 조이고, 기름칠한 내러티브 글쓰기의 정본이 출간되었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출판까지의 모든 과정을 다룬 『진짜 이야기를 쓰다(Telling True Stories)』에는 30여 명이 넘는 퓰리처상 수상 작가들과 베스트셀러 저자, 유수의 저작상 수상자들이 들려주는 내러티브와 스토리텔링에 관한 최신 경험과 조언의 정수들이 담겨 있다. 모든 작가들의 글쓰기 바이블인 『시카고 매뉴얼』처럼, 『진짜 이야기를 쓰다』는 내러티브 글쓰기를 추구하는 논픽션 작가들의 참고서 혹은 개인교사로 여겨져 왔다. 

실제 이야기를 다루는 장르는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내러티브 저널리즘, 뉴 저널리즘, 문학적 저널리즘, 창조적 논픽션, 특집 기사, 다큐멘터리 내러티브 등이다. 이는 인간적 내용에 학술적 이론과 관찰된 사실(fact)을 혼합하며, 일상적 사건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하고, 복잡한 세상이 품고 있는 메시지를 해독해 낸다. 이는 전문가들이 새로운 것을 찾아 진짜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데서 시작된다. 

매년 가을, 하버드 대학교의 니먼재단은 1,000명 안팎의 중견 기자와 편집자 들을 초청해 콘퍼런스를 열고 있다. 이들은 미국 전역과 거의 모든 대륙의 각 나라에서 모여, 사흘 동안 내러티브 논픽션의 기예와 기법에 대한 강의와 워크숍, 토론회에 참여한다. 이 책의 거의 모든 글들은 니먼 콘퍼런스에서 기고자들이 발표한 내용에서 비롯됐다. 이 책은 현장에서 내러티브 논픽션을 쓰는 사람뿐 아니라 이를 배우고 가르치는 학생과 교사 등 광범위한 이야기꾼(storyteller) 공동체를 대상으로 한다. 

이 책은 논픽션 작가에게 도움이 될 자료집 구실을 한다. 내러티브 세계의 전반적인 흐름을 조망하는 데서 출발한 다음에 부문별로 탐험했다. 취재와 조사, 유사 장르(회고록, 여행 글쓰기, 에세이, 논평)와 서사 구조, 문학적인 인용, 윤리, 편집 과정, 편집국 스토리텔링, 경력 쌓기 등도 다뤘다. 
 

이 책의 필자들은 대부분 미국의 내러티브 논픽션 분야에서 가장 경력이 뛰어난 전문가이자 존경받는 작가/언론인들이다. 국내에서도 친숙한 말콤 글래드웰, 톰 울프, 데이비드 핼버스탬 등 저널리스트이자 저술가들이다. 이들은 ‘600시간분의 녹취록’과 씨름했으며, ‘100권의 수첩을 3만 5000단어로 정리’해 냈고, ‘원고지 1만 매를 갈아엎으며’ 피와 땀으로 쓴 논픽션을 펴내는 사람들이다. 51명의 저자들 대부분이 퓰리처상을 비롯, 유수의 저작상을 수상했다. 

총 60만 단어 분량의 니먼 콘퍼런스 발표문 및 녹취록은, 1/5 길이로 압축되어 재배열, 편집되었다. 이 과정에서 글들은 더 촘촘하고 단단해졌다. 결과적으로는 ‘내러티브 글쓰기를 추구하는 논픽션 작가를 위한 가이드’가 탄생하였다. 

따라서 이 책에는, 취재와 조사, 인터뷰 기술, 스토리텔링, 레코더와 노트북 사용, 캐릭터 및 장면 개발, 편집 등의 주제가 다루어진다. 또 윤리, 잡지와 책에서의 경력 구축이라는 장은 새로운 작가들에게 폭넓은 도움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근본적으로 더 좋은 이야기를 쓰기 위해 ‘분투’한 작가들의 모험기이다. 이들은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 이야기는, 정보의 전달만이 아니라 소통과 공감을 추구한다. 이들은 전통 저널리즘의 약점을 극복하고, 대안적 저널리즘으로써 ‘스토리텔링(이야기하기)’에 천착한다.전통 저널리즘과 내러티브 저널리즘은 구별된다. 

전통 저널리즘에는 몇 가지 약점이 있다. 월터 리프먼(Walter Lippmann)이 지적했듯이 결코 객관적이지도 않으며 정확하지도 않다는 것이 하나다. …… 둘째, 사태의 총체성을 전하지 못한다. 부분만 드러낸다. …… 셋째는 소통의 한계다. 차가운 정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다. 독자 나아가 세상을 변화시키지도 못한다. 

전통 저널리즘이 머리에서 머리로 전달하는 것이라면 내러티브 저널리즘은 ‘마음에서 마음으로’를 추구한다. 전통 저널리즘이 부분만을 전달한다면 내러티브 저널리즘은 사태의 총체성을 전하려 한다. 전통 저널리즘이 객관성을 표방한다면, 내러티브 저널리즘은 객관성에 얽매이지 않는다.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이 화자의 시각, 관점을 숨기지 않는다. 이야기에 대한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것이다

작가들은 부분적 사실이 아니라, 사태의 총체성을 전하려 한다. 이 책에는 논픽션 이야기의 ‘정서적 핵심(emotional core)’에 도달하기 위한 지혜 혹은 방법에 대한 조언이 담겼다. 무엇이 정서적 핵심인가? 어떻게 해야 소통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가? 10회분의 연재를 위해 18개월 동안 취재하고, 이를 다시 책으로 내기 위해 수십 만 단어를 책 분량으로 만들기 위해 3년을 매달리는 이들의 궁극적 지향점이다. 

니먼재단(Nieman Foundation)은 저널리즘 스쿨이 없는 하버드 대학에서 언론인들을 지원하는 유일한 기관이다. 매년 미국 기자 12명, 외국 기자 12명을 뽑아 1년간 하버드 대학 및 인근 보스턴 지역 주요 대학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주고, 개인 관심의 주제를 연구할 수 있게 지원함으로써 중견 언론인들이 전문성을 키울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1938년 시작된 하버드 니먼 펠로우십(Nieman Fellowship)은 가장 오래되고 저명한 언론인 연수 프로그램이다. 

이 책에서 ‘내러티브의 세계로 안내하는 51인의 모험가들’은 그 다음 모험가로 여러분을 초대할 것이다. 이 전문가들은 기초적이고 거친 아이디어 하나가 탐사보도나 책 혹은 그 어떤 내러티브로 완성되는 과정을 독자들과 함께한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언론인/작가이기에, 이 책은 학술적 방식이나 전문가의 조언에 앞서 “그들이 내러티브를 구축하기 위해 분투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제1장은 내러티브의 세계로 초대하는 글이다. 이야기의 힘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이야기가 진실을 담을 수 있을까? 

재키 바나신스키(Jacqui Banaszynski)는 미국 미주리 대학교의 나이트 석좌교수이다. 1988년 특집 기사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받았고, 퓰리처상 심사위원도 역임했다. 내러티브 세계로의 초대를 이끄는 글(29-35쪽)에서 재키 바나신스키는 이야기하기의 힘과 역사, 그리고 보편성을 처음으로 제대로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바나신스키는 에티오피아와 수단 국경지대의 난민 캠프에서 밤마다 들리는 노랫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 그것은 에티오피아 난민들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노래로 전하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그들의 학교였다. 자신의 역사와 문화, 법률을 전달하는 이야기하기 의식이었다. …… 사건은 지나가고, 사람은 죽고, 삶은 바뀐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대로다.” 

데이비드 핼버스탬(David Halverstam)은 국내에 출간된 『콜디스트 윈터』로 유명하다. 베트남전쟁 보도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핼버스탬은 내러티브에서 중요한 과정인, 아이디어와 발품을 파는 취재에 대해 말한다. 첫 책이자 가장 많이 알려진 『최고의 인재들』은 미국 케네디 정부의 최고의 브레인들이 어떻게 베트남전이라는 최악의 오류를 범했는지 파헤친 논픽션 작품으로, 출간 뒤 곧바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팀 동료』는 죽음을 앞둔 옛 동료 테드 윌리엄스(마지막 4할 타자)를 만나러 가는 도미니크 디마지오와 존 패스키와 함께한 여정을 다루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그것의 핵심을 포착하고, 뒤쫓고, 이를 우리가 오늘날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말해 주는 이야기로 바꾸는 것, 그것이 내러티브 저널리즘의 본질이라고 핼버스탬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캐서린 부(Katherin Boo)는 《뉴욕타임스》 기획기사 기자이며, 퓰리처상과 전국잡지상 등을 받았다. 그녀는 수년 동안 내러티브와 뉴스 사이의 긴장을 두고 씨름해 왔다. 그녀는, “아직 제대로 실현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하지만, 내러티브 보도의 위대한 잠재력은 진짜 어려운 뉴스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왜 우리는 내러티브라는 양식을 선택하는가? 어떤 주제의 경우, 내러티브를 선택하지 않으면 아무도 기사를 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녀는 독자가 끝까지 기사를 읽게 하고, 절반이라도 관심을 갖게 하자는 목표를 실현하고자 내러티브를 선택한다. 

2장은 취재 영역을 다룬다. 이는 적절한 이야깃거리를 직감적으로 알아채는 것, 이 넓은 세상에서 그것이 이루어지는 적절한 장소를 찾아내는 것, 거기서 만난 사람들과 생산적인 관계를 맺는 것, 실제 세상을 구성하는 뒤죽박죽한 혼란을 해석하는 것이다. 

테드 코너버(Ted Conover)는, 『뉴잭』으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 책은 미국 뉴욕 주에서 최고 등급 보안시설인 싱싱교도소를 다룬 논픽션이다. 코너버는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교도소라 불리는 곳에서 기자 신분을 숨긴 채 교도관으로 근무하면서 그 안에서 벌어지는 마약 거래와 폭력 문제 등을 취재했다. 미국의 교도 행정에 대한 광범위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탐사보도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테드 코너버는 “참여 리포팅: 감옥 체험”(99-106쪽)이라는 글을 통해, 『뉴잭』을 쓸 당시의 경험과, 내러티브 저널리즘에 관한 자신의 시각을 제공한다. 

앤 헐(Ann Hull)이 쓴, 노스캐롤라이나의 멕시코 이주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는 2000년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의 사연을 이렇게 풀어냈다. 

“그녀는 35세로, 샌들을 신고도 150센티미터도 안 될 만큼 작았다. 타메일 요리의 팬들이 점차 그녀의 엉덩이 높이까지 쌓여 갔다. 여덟 아이의 엄마였음에도 그녀는 온순했다. 암탉이 그녀의 손아귀 안에서 잠들면, 손도끼를 꺼내 그놈의 목을 쳤다.” 

앤은 위의 네 문장, 겨우 50개의 단어에서 수많은 놀라운 사실과 이미지를 담아냈다. 여성의 키, 나이, 체형, 아이 숫자, 신발, 가족의 먹을거리, 식재료가 등장하며 이들의 시골집 살림을 슬쩍 들여다보기까지 한다. 그녀는 그 여성의 온화하면서도 결단력 있고 위축되지 않는 몸가짐이 들어갈 공간도 만들었다. 많은 작가들이 글 전체를 통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앤은 50단어로 그 여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내러티브가 작동하는 것은 앤이 50단어가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분석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 탐사보도이다. 

3장부터 신문 저널리즘의 정립된 지침은 일련의 논픽션 쓰기로 확장된다. 이 장에서는 인물 소개, 여행 내러티브, 회고록, 사적 에세이, 논평, 역사 관련 글,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 라디오 다큐가 논의된다. 

질 르포어(Jill Lepore)는 하버드 대학교의 역사학과 교수이자 역사와 문학 프로그램의 책임자이고, 《뉴요커》 정기 기고자이다. 국내에 『원더우먼 히스토리』 등이 출간되었고, 밴크로프트상을 수상했다. 질 르포어는 영국 역사가 로런스 스톤(Lawrence Stone)이 1979년 학술적 역사 글쓰기에서 내러티브의 부활을 예고했으며, 같은 해 퓰리처상에 피처(feature) 글쓰기 부문이 처음으로 생겼음을 상기했다.

이야기가 돌아왔고, 이 부활은 스토리텔링에 적대적이기까지 했던 20세기의 역사 글쓰기와 이별하는 일련의 흐름을 대표한다고 한다. 질 르포어는 역사 글쓰기에서 기자가 빠질 수 있는 잠재적인 함정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첫째는 진기함을 피하라. 둘째는 역사학자들이 현재주의(presentism)라고 부르는 것을 피하라. 이야기의 핵심은 우리가 어떻게 오늘의 우리가 됐는지 독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이해는 우리의 현재적 삶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우리가 과거를 돌아보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동시대적 관심사를 잠시 접어둔 상황이라면, 관심을 가진 역사적 사건에 어떤 식의 질문을 던질 것인지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그는 조너선 스펜서의 『후의 질문』과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치즈와 구더기』를 권한다. 

4장은 ‘이야기하기’의 구조를 세우기 위한 방법들을 담고 있다. 

노라 에프런(Nora Ephron)은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 언론인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드는 밤」 등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노라 에프런은 저널리스트로서 《뉴욕 포스트》에서 글을 썼던 경험, 이후 영화 시나리오 「실크우드」를 쓰면서 동시에 소설 『가슴앓이』를 출간했던 경험을 다양하게 들려준다. 이러한 장르의 넘나듦은 서로의 장르에 영향을 미친다. 저널리스트 가운데 시나리오 작가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노라 에프런은 글 말미에 강조한다. “시나리오 작가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저널리스트가 되라. 그리고 현역 저널리스트에게 말하고 싶다. 저널리스트에 머물지 말라. 시나리오 작가가 되라.” 

5장은 질 높은 글쓰기에 관한 장이다. 합치면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글 다듬기를 했던 열두 명의 작가들/편집자들의 통찰과 더 나은 글을 향한 열정을 담고 있다. 

루이스 키어넌(Louise Kiernan)은《시카고 트리뷴》의 기자와 편집자로 일해 왔다. 2001년 퓰리처상을 받은 연재 기사의 첫 번째 기사를 썼으며, 같은 해 퓰리처상 최종 후보의 자리에도 올랐다. 루이스 키어넌에게 사람들은 가끔 묻는다. “당신은 탐사보도(investigative) 기자와 피처(features) 기자, 아니면 해설(explanatory) 기자 가운데 어느 쪽이죠?”루이스 키어넌은 복잡하고 뒤얽힌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 이 세 가지를 조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기자로서의 가장 큰 도전이다. 

2000년 6월 《시카고 트리뷴》에 아나 플로레스라는 이름의 여성에 대한 1면 기사를 썼는데, 그녀는 건물에서 떨어진 유리 조각에 맞아 숨졌다. 루이스는 글을 쓰기 위해 물리학자 두 명에, 유리 전문가 두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문단 안에는 중력 관련 계산도 포함돼 있다. 유리가 칼날처럼 떨어졌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였다.“유리가 바닥에 닿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렸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길어야 25초였을 것이다. 유리판은 한 번은 식탁처럼 평평하게 공중에 떠 있었거나 잎사귀처럼 공중제비를 돌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력은 결국 이를 끌어당겨 예각의 수직 상태로 만들었다. 칼날처럼 떨어진 것이다.” 복잡한 이야깃거리를 다룬다면, 소재에 절대적으로 숙달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취재를 마무리할 즈음에는 작가도 인터뷰 대상자만큼은 그 주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느낄 수준까지 올라가야 한다. 그 정도로 숙달되어야, 깨끗하고 강하며 읽기 쉬운 문장이 나온다는 것이다. 

6장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이다. 취재 대상자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윤리에 대해서는 고찰할 대목이 많음에도, 글쓰기 관련 책에서는 종종 이 주제가 빠져 있다. 

소니아 나자리오(Sonia Nazario)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기획 기사 기자이다. 2002년 「엔리케의 여정」은 퓰리처상과 로버트 F. 케네디 최우수상을 포함해 열 개가 넘는 전국적 상을 받았다. 그녀는 「엔리케의 여정(Enriques Journey)」을 취재하고 글을 쓰는 데 18개월이 걸렸다.

이 글은 온두라스 소년이 미국으로 불법 입국하는 과정을 담은 보도이다. 엔리케의 엄마는 소년이 다섯 살 적에 아이를 남겨두고 미국으로 떠났다. 11년 뒤, 소년은 혼자서 북쪽으로 가는 화물열차를 타고 멕시코를 통과해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엄마를 찾겠다고 길을 나선 것이다. 그녀는 엔리케가 오는 길에 경험한 것을 보고 느끼고 냄새 맡기 위해 다른 밀입국자와 함께 화물열차의 지붕 위에 올라갔다. 그녀는 오직 아이가 긴박한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했을 때만 개입하는 것을 기본 규칙으로 정했다. 그런데 어떻게 아이가 긴박한 위험에 처했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기자는 사건의 흐름을 바꾸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녀가 화물열차 지붕 위에 타고 있을 동안에는 열차를 세운 경찰은 평소와 달리 이민자들을 마구 때리거나 그들한테서 돈을 빼앗지 않았다. 그들은 기자의 존재에 대해 미리 경고를 받았음이 분명했다. 

기자들은 스스로 그 선이 어디 있는지 결정해야 한다. 그녀는 주요 등장인물인 엔리케를 돕지 않았다. 엔리케는 2주 동안 고군분투를 벌여야 했다. 엄마의 전화번호를 구하기 위해 온두라스에 전화를 걸 돈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아이는 세차를 하고 하루에 한 끼를 먹는 등 갖은 고생을 했다. 그러는 동안, 기자의 주머니 안에는 문제의 전화번호가 있었다. 기자가 개입하면 이야기의 흐름이 크게 바뀔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면, 또 다른 등장인물을 찾아야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자가 그런 결정을 내린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엔리케가 즉각적 위험에 처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소니아 나자리오는 취재 대상자와 이야기를 보호하기라는 부제를 가진 이 글 “위험 다루기”를 마무리 지으며 덧붙인다.“이런 종류의 보도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피해를 목격할 것이다. 이는 내러티브 보도에서 필연적이다. 우리는 현실을 목격하고 이를 강력하게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과 한 아이에게 끼칠 피해를 서로 견줘 봐야 한다. 독자들은 「엔리케의 여정」과 같은 이야기들을 통해 해당 쟁점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이는 때로 행동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내러티브 기자로서 최선을 다해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쓰겠다고 열망해야 한다. 이는 우리의 임무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이다.” 

7장 어떻게 100권의 수첩을 3만 5000단어 기사로 바꿀 수 있을까? 이 장에서는 원고 수정, 문체, 연재 내러티브에 관해 다룬다. 

소니아 나자리오(Sonia Nazario)의 “100권의 수첩을 3만 5000단어 기사로 바꾸기”라는 글에서는 위에서 취재한 「엔리케의 여정」이 연재 기사로, 그리고 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다루었다. 출간된 연재 기사는 그녀가 취재한 것의 10분의 1 정도만 포함하고 있다. 석 달 동안 엔리케의 여정을 되짚어 갔으며, 그 이전 석 달 동안 관계자 인터뷰와 자료 조사에 매달렸다. 마지막에 책상에 돌아왔을 때, 그녀한테는 110권의 취재 노트와 수백 시간 분량의 인터뷰 녹음테이프, 100통이 넘는 전화 인터뷰를 타이핑해 놓은 것이 있었다. 

노트와 녹음 테이프를 문자 기록으로 바꾸는 데 여섯 주가 꼬박 걸렸다. 다음으로, 그녀는 편집자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기’라고 부르는 걸 했다. 즉, 취재 수첩을 압축해 아주 거친 첫 원고를 쓰는 일이다. 첫 번째 원고를 마무리하는 데 여섯 달이 걸렸다. 그녀는 9,500단어로 된 전체를 편집자인 릭 메이어에게 넘겼다. 그는 연필을 쥐고 엄청 많은 부분을 잘라내면서 전체 원고를 편집했다. 그녀는 그의 편집 결과를 바탕으로 두 달 동안 글을 다듬었고, 드디어 글 전체를 3,500단어 분량의 본문과 1,100단어 분량의 딸림 상자 몇 개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러고도 열 번의 원고 손질이 이어졌다. 열 번의 손질은 1년에 걸쳐 레이아웃, 사진, 디자인, 그리고 말미의 주석 작업과 함께 이루어졌다. 기사는 드디어 2002년 10월에 신문에 실렸다. 

8장은 편집국 스토리텔링, 그리고 9장은 비전속기고가의 경력 쌓기를 다룬다. 

8장은 내러티브 탐사보도를 하기 위한 내러티브 팀 만들기, 팀 스토리텔링, 내러티브 이야기꾼을 다룬다. 9장은 이른바 프리랜서, 즉 비전속기고가로서 성공하기, 좋은 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등을 다루는데, 아이디어에서 계약까지 그리고 책과 시장, 에이전트에 관한 유용한 정보들이 수록된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