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뒤엉킨 관계의 끈을 푸는 기술... 친한 사이와 불편한 사이 그 어디쯤에 있는 당신을 위한 심리 수업
[리뷰] 뒤엉킨 관계의 끈을 푸는 기술... 친한 사이와 불편한 사이 그 어디쯤에 있는 당신을 위한 심리 수업
  • 김나희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3.20 06: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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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손정연은 소스토리 마음상담코칭 대표, 법무부 교정위원, 지역 공동체를 위한 사회공헌 프로젝트 ‘심리야살롱’ 운영한다.  

그녀를 한 번이라도 만나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빨강머리 앤을 떠올릴 것이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세상 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만들어내는 그녀이기에 가능한 찬사다. 지금 여기 이 순간을 뜨겁게 살아가며, 그 따뜻한 열정을 주변 사람들과 나누기 위해 작은 일도 서슴지 않는다. 

심리상담을 기반으로 한 ‘스트레스 관리, 힐링, 감성코칭,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분야를 교육하며,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개인과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는 기업교육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2012년부터 무료 감성치유 모임을 주최하며, 소외된 사람들이 고된 삶 속에서 자가치유를 꿈꾸도록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개인의 스트레스 관리와 힐링을 위한 《감성, 비우고 채워라》, 직장 내 대인관계에서 겪게 되는 감정노동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하는 《오늘도 상처 입으며 일한 당신에게》, 남녀 간의 관계 심리학을 다룬 《그때 알았더라면 내 사랑이 조금은 달라졌을까》, 애틋하면서도 같이 있으면 답답한 모녀 관계의 불편과 갈등을 이해하기 위한 《나는 엄마와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가 있다. 그중 《오늘도 상처 입으며 일한 당신에게》는 2016년 세종도서 교양부문에 선정되었다
 

관태기(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인간관계에 권태를 느끼는 시기)를 견디다 못해 관계 단절을 선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기적으로 인맥을 정리하는가 하면, 넘어오지 말라고 선을 긋듯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나와 타인을 구분 짓는다.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을 속이며 불편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바에는 혼자서 편하게 지내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확고한 수직적 위계질서 속에서 개성을 드러내기보다는 한목소리를 내는 데 애를 쓰고, 내 의견과 다르더라도 참고 수용하는 게 배려와 예의라는 생각에 본심을 숨기다보니 일방적으로 상처받을 때가 많은 탓이다. 정말 혼자서 지내면 편안해질까?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친한지도 안 친한지도 않은 어중간한 관계를 유지하는 게 나은 걸까? 관계 속에서 상처받을 일은 애초에 만들지 않으면 되는 걸까? 

어떤 인간관계가 이상적 관계라고 단정해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인간人間은 결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혼자인 듯 살아가지만 결코 혼자가 될 수 없는 인간의 운명. 그럼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걸까?

이 책은 이런 물음에 심리학적 해답을 알려준다. 심리상담가인 저자는 관계 형성과 유지, 관계 속에서 경험하는 갈등을 각자 가지고 태어난 ‘관계의 끈’에 빗대어 설명하며, 원만하고 성숙하게 인간관계를 꾸려 나가도록 기술을 전수한다. 숱하게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관계를 맺으며 서툴게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관계의 민낯을 속속들이 보여주고,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나만 힘든 게 아니었어’를 느끼며 다시 관계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될 것이다. 꼬일 대로 꼬인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닫게 될 것이다. 

친구의 가시 돋친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을 두고 속 좁다고 자책하는 L, 직장 상사의 날벼락 같은 불호령에 퇴사를 고민하는 V, 연인을 믿지 못하고 자꾸만 사랑을 확인하려 드는 Y, 따뜻한 말 한마디는 못해줄망정 수수방관하는 남편 때문에 이혼을 고려하는 A… 뒤엉킨 관계의 끈을 풀지도 끊어내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연 속 주인공들도 마찬가지다. 무 자르듯 관계를 정리하기엔 이제까지 함께한 시간이 아쉬워서, 나만 상처를 끌어안은 채 속 끓이는 것 같아 억울해서, 서로에게 마음의 틈을 조금만 내보이면 곧 괜찮아질 텐데 그 물꼬를 트지 못해 조바심이 나서 등 저마다의 이유로 관계 갈등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하기보다는 나만의 지각을 통해 타인을 해석하는 탓에 오해와 추측이 난무하고, 오만과 편견 속에서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것이다. 

이 책 《뒤엉킨 관계의 끈을 푸는 기술》에서는 이럴 때 서로의 관점을 존중하는 것부터 시작해보기를 제안한다. 내가 느끼는 감정처럼 상대방도 분명 느끼는 감정이 있을 테니 그것을 세심하게 바라보라는 것이다.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되면 대개 내 감정에만 집중하느라 관계를 망치기 때문이다. 갈등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갖게 되면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것은 물론, 불필요한 감정 대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서로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원하는 방향으로 말과 행동이 변화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다. 관계 갈등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면 나와 상대를 지배하는 감정은 어떤 것인지 흘려보내지 말고 알아차리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낯선 이와 부딪히거나 거리가 좁혀지면 왠지 모를 거부감을 느끼곤 한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침범당하고 싶지 않은 무의식적 자기 경계선인 퍼스널 스페이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퍼스널 스페이스는 나와 상대의 친밀도에 따라 그 거리 폭이 달라진다.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에 따르면 직장 동료와의 거리는 120~360cm, 친한 친구와의 거리는 46~120cm, 연인이나 부모 자녀와의 거리는 15~46cm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고 한다. 이 거리를 고려하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해도 결코 하나로 묶일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사람은 서로를 구분 짓는 경계선 안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해야만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원치 않게 경계선을 침범하고 침범당한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라는 그럴듯한 핑계를 대며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경계선을 넘어가는 우를 범한다. 그럴수록 관계는 악화되기만 할 뿐인데 말이다. 이렇게 악화된 관계 속에서 마음 한구석이 텅 비어버린 사람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그 자리에 ‘연민’을 채워보라고. 연민은 그저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만을 뜻하지 않는다. 미움과 원망,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상대가 직접 되어보는 것이고, 더러는 그 상대를 위해 울어줄 수 있는 것이다. 

개선될 여지가 없다며 마음의 문을 닫아걸고 혼자가 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저자는 좋든 싫든 사람들과 어울려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면 용기를 내서 기꺼이 관계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연민을 발휘해 나와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일깨운다. 관계 밖에서 서성이며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면, 뒤엉킨 관계의 끈을 끊어버릴까 말까 고민하고 있다면 저자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선택을 내리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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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윤 2019-03-20 11:23:38
관계에 피로감을 느낀 사람에게 그것을 끊어라는것이 아닌 현명하게 이어가는 방법과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받는 책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