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를 넘어선 연동형은 국민주권 왜곡
비례대표를 넘어선 연동형은 국민주권 왜곡
  • 김광동 미래한국 편집위원.나라정책연구원장
  • 승인 2019.03.21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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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하려는 선거법의 문제는 연동형이라 말하면서 실제는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전체 의석수를 결정짓는 ‘잣대(yardstick)’로 삼겠다는 속임수에 있다. 혼선과 착시를 이용한 국민 주권주의를 왜곡시키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비례대표 지지율이 국회 구성을 위한 전체 의석의 배분 기준이 되어야 할 근거가 없다.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선거법이 탄생 직전에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을 포함한 4당은 지역구를 28석 축소하는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47석에서 28석 늘려 75석으로 만드는 법개정안 제출했다. 비례대표는 정당득표에 비례해 의석이 배분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선거법 개정은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득표율을 의석 배분 기준으로 설정한 뒤, 선거구별 당선된 의석수를 보고 비례대표 75석의 배분을 가감(加減)하는 방식으로 변형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민을 속이겠다는 꼼수정치의 전형이다.

예를 들어 선거구에서 불과 7명이 당선되었지만 비례대표 정당지지율이 15%였다면 전체의석 300명의 15%인 45석을 배정하는 것을 ‘기준(基準)’으로 설정해놓은 뒤에 의석배정 기준인 45석중 선거구로 당선된 7석을 제외한 나머지 38석의 50%인 19석을 우선 배분하자는 것이다.

19석의 비례대표 우선 배분으로 일단 27석 정당을 만든다는 방식이다. 또 호남, 영남 등 전국을 몇 개 권역으로 나눈 뒤 권역별로 아깝게 탈락한 후보들에 대해서도 비례대표제를 통해 우선 구제하겠다는 것이다.
 

김광동 미래한국 편집위원.나라정책연구원장
김광동 미래한국 편집위원.나라정책연구원장

연동형은 올바른 의석 배분의 기준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주권주의를 실현시키는 데 무엇이 의석 배분의 ‘기준’이 되어야 하느냐의 문제다. 개정하려는 선거법의 문제는 연동형이라 말하면서 실제는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전체 의석수를 결정짓는 ‘잣대(yardstick)’로 삼겠다는 속임수에 있다

. 혼선과 착시를 이용한 국민주권주의를 왜곡시키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비례대표 지지율이 국회 구성을 위한 전체 의석의 배분 기준이 되어야 할 근거가 없다. 나아가 비례대표 지지율이 비례대표 배분을 넘어 선거구별 선거결과와 연동되어야 할 그 어떤 민주적 정당성도 없다.

각 정당별로 쏟아낼 75명의 후보 리스트를 검토한다는 것이 극도로 어려운 현실에서 정당 인기투표에 가까운 비례대표 지지율을 국민주권 행사의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시도이다. 비례대표 지지율이 선거구별 선거결과보다 민주적 정당성에서 더 우선시키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궤변이자, ‘연동’을 내세운 속임수이다.

정확히 분석해보면, 오히려 개별 후보에 대한 검토와 그 후보에 대한 정당추천 결과까지 감안한 선거구별 선거결과가 더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다. 왜냐하면 선거구별 후보 선택은 정당선택까지 고려한 것이지만,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지지율은 후보별 검증 절차도 없고, 문제가 되는 후보를 배제할 선택권도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47명에 대한 후보 검토도 거의 불가능했는데, 개정안대로라면 최소 7개 이상의 정당이 각 정당별로 총 75명씩 제출한 리스트를 보고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후보 검증은 없이 거의 정당에 대한 인기투표를 해보라는 식에 불과하다. 실제 75명 중 어떤 불순세력이 들어 있는지 검증도 어렵거니와 부적격자를 찾았다고 해서 퇴출시킬 방안도 없다. 검증이 생략되는 정당에 대한 인기투표는 결국 선거를 희화화시키고 국민주권주의를 왜곡시킬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다 정확한 검증 과정을 거친 선거구별 선거결과와 연동해 비례대표 의석을 변동하는 ‘역(逆)’의 방법이 현재로선 더 민주적이다.

잘 알다시피 유권자의 후보 선택 과정은 후보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후보의 정당까지 함께 보고 결정한다. 문제 많은 후보라도 정당공천을 받으면 당선 확률이 높아지고, 유능한 후보라도 정당공천을 받지 못하면 당선 확률은 급격히 하락한다는 것은 바로 소속 정당까지 반영되는 선거의 성격을 말해준다. 그만큼 소속 정당은 대표자를 선출하는 과정상의 중요한 판단 수단이다.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후보선택 과정이란 정당까지 함께 고려된다. 정치결사체로서 정당이 국민주권의 실현과 의회민주주의 운용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어느 나라 선거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비례대표 의석을 위한 정당지지율을 가지고 선거구별 후보선택 결과까지 수정하겠다는 것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정치적 대표성 체계를 위한 보완 수단인 비례대표제를 지렛대삼아 국회 의석수를 ‘변형(變形)’시켜보겠다는 속임수다.

그런 발상이 나오려면 전제가 명확해야 했다. 선거구를 통해 선거결과보다, 비례대표를 선출할 목적으로 도입한 정당지지율이 더 민주적이고, 더 정당성이 있다는 전제가 그것이다. 어디에도 비례대표 지지율이 비례대표 배분을 넘어 특정 정당의 전체 의석수를 감소시키고, 혹은 증가시켜줘야 할 민주적 정당성은 없다. 당연히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 그런 결론에 입각한 선거법이 있다는 유래를 찾을 수 없다. 그것은 방식을 달리해 선거결과와 민주주의를 왜곡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지지율로는 현행처럼 정당별 지지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것으로 민주적 정당성은 충분하다. 그것을 넘어서면 그것이 바로 과대 대표성이다. 미국이나 영국, 혹은 프랑스에서 비례대표제를 별도로 두지 않는 것도 후보 선택 과정에서 ‘공천(公薦)한 정당’에 대한 평가를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별도로 정당지지에 따른 비례대표제를 두지 않는다고 해서 미국, 영국이나 프랑스가 민주주의를 왜곡시키는 것도 아니다. 거의 유일한 독일의 예를 가지고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연방(聯邦)국가제와 내각제를 유지시키려는 제도의 일환일 뿐이지, 연동형 비례대표가 더 민주적이기 때문은 아니다. 실제로 아직까지 우리가 도입해온 비례대표제가 민주적 대표성을 강화시켜왔다는 결론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고 비례대표 지지율을 전체 의석 배분과 연동시키는 것이 민주적으로 더 정당성이 있다는 분석 사례와 경험도 없다.
 

비례대표제가 더 민주적이라는 착각

비례대표제가 더 민주적인 것처럼 강변하는 것도 착시(錯視)를 만드는 것에 불과한 이유도 유권자의 후보 선택 과정에는 이미 후보의 소속 정당에 대한 지지 여부까지 함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도 그렇지만, 대통령 선거 결과는 후보 선호도와 정당 선호도가 함께 고려된 것이다. 실제 분리시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시.도지사나 구청장 등을 선택하는 지방자치선거도 마찬가지다. 후보 선택 과정에 소속 정당까지 감안되는 상황에서 굳이 비례대표를 별도로 두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인지부터 분석되어야 한다. 당연히 비례대표를 위한 정당득표율로 전체 선거결과를 변형시킬 근거는 더더욱 없다.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득표율대로 비례대표 의석을 결정짓지 않고, 정당지지도를 더 중시하고 비례대표 의석 50%에 대해 우선 반영시키는 것은 비례대표 선거결과를 중복(重複) 반영시키겠다는 것일 뿐이다. 당연히 선거구 투표와 비례대표 투표간의 표(票)의 등가성(等價性)을 차별하는 것이다. 비례대표 지지율에 과대 대표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왜곡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소수 정당(小數 政黨)을 보호하고 정치적 다양성을 확립해 나가려면 기존 정당에 기득권을 부여하는 최소 정당득표율 3%부터 더 낮춰 소수 정당이 우선적으로 국회에 진출하도록 해야 맞다. 또 선거구별 선거에서 나타나는 사표(死票)를 줄이자는 목적이라면 17개 광역시도중 먼저 6개 특별 및 광역시부터 중대선거구를 도입하면 된다.

그리고 민주정치제도에서 만약 정당지지율이 정말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된다면, 불과 41%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의 예에서 보듯이, 먼저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후보 선택과 정당 선택을 분리시켜 투표하게 하고, 두 가지 선택결과를 합산시켜 최종 결과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방식도 마찬가지이다.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지지율은 결코 선거결과를 결정짓는 기준이 될 수 없다. 그런데도 비례대표 의석을 넘어 전체 의석을 좌우할 과대 대표성(誇大代表性)을 부여하는 꼼수로 국민을 속이려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결코 배반하지 않을 동맹관계인 정의당 의석을 확대해주며, 그 대가로 문재인 정부의 파시즘적 독단과 장기집권에 필요한 각종 법률을 만드는 우군(友軍)으로 삼고자 함일 것이다. ‘정의당’으로서는 의석수를 늘려 교섭단체가 되어 활동하는 것은 물론이고, 과거 ‘이석기’의 비례대표 진출처럼 구체적 검증 때문에 선거구를 통한 의회 진출은 어렵지만, 그동안 장막 뒤에서 암약해온 실세 ‘반체제 투사’를 비례대표 명단에 끼어 의회로 등용시키자는 방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런 꼼수와 속임수를 세상에 내민 것은 국민을 바보로 알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은 비례대표 지지율이 선거구별 후보지지율보다 더 민주적 정당성을 가질 수 없다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정당지지율을 기준 삼아, ‘꿩먹고 알먹고’ 식으로 비례대표 의석비율도 결정짓고, 전체 의석수까지 ‘변형’시켜보겠다는 것이야말로 국민주권주의의 심각한 유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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