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육적인, 너무나 비교육적인 유시춘 EBS이사장의 뒤틀린 모성
비교육적인, 너무나 비교육적인 유시춘 EBS이사장의 뒤틀린 모성
  • 박한명 미디어비평가
  • 승인 2019.03.25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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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방통위 대국민 사과하고 유시춘 이사장은 사퇴해야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

뒤늦게 ‘마약 밀수 아들’을 둔 사실이 알려진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유시춘 이사장은 여론의 사퇴 압박을 “아들은 성인으로 독자적 인격이다. 만에 하나 아들이 실책을 했더라도 어머니에 책임을 물을 순 없다”는 말로 일축했다고 한다. 마치 자신에 대한 사퇴 요구가 연좌제에라도 해당되는 듯 교묘하게 선동했다.

분명히 하자. 유시춘 이사장의 논리라면 장차관 등 숱한 고위공직자 청문 검증에서 가족까지 거론하고 따지는 현행 대한민국의 도덕률과 법체계가 전부 잘못됐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장차관(후보자)에 부적격 딱지를 붙여 낙마시킨 정치권, 특히 야당 시절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대한민국 헌법 아래 있을 수 없는 연좌제로 무고한 사람들을 마녀 사냥했다는 뜻밖에 되지 않는다.

아들의 죄를 어머니에게 물을 수 없다는 논리로 자리를 지키는 유시춘 이사장의 진심도 그런가? 자신과 관련한 청와대, 방통위의 부실검증 문제를 따지고 사퇴하라는 여론의 요구는 연좌제와 무관하다는 것을 본인도 아마 내심으로는 잘 알 것이다.

유시춘 이사장 사태에서 문제의 핵심은 ‘마약 밀수범 아들’을 뒀다는 점이 아니다. 유시춘 이사장이 아들에 관한 여러 사실이 알려진 후 보인 비정상적인 태도가 바로 문제의 본질이다. 과거부터 그의 여러 행적과 발언을 보면 유시춘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공직을 맡기에는 부적격한 사람이다. 이번 논란에서도 언론을 통해 밝힌 입장이란 것이 대법원 판결부터 부인한 것이었다.

“대마초가 발송된 스페인에서 소포를 보낸 사람을 찾았다” “현지 경찰로부터 한국 경찰이 정식 요청을 해오면 수사를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아들은 모발, 피검사에서도 모두 음성판정이 나왔다. 엄마의 이름으로 무고한 이를 수렁에 빠트린 범인을 끝까지 찾고자 한다” 마치 아들이 모함을 받아 유죄판결을 받은 것처럼 호도하는데, 그의 아들은 이미 2014년에도 마약 수취로 기소된 전력이 있다. 모발 검사에서 마약 양성 반응까지 나오는 등 정황 상 혐의가 분명해 보였지만 날짜와 장소 등을 특정하기 어려워 무죄판결이 났다.

2017년 두 번째 마약 밀수 혐의 사건 1심에서 무죄판결이 난 이유도 비슷했다. 다만 당시 재판부의 판결 내용이 좀 납득하기 힘든 것은 “신씨가 대마를 밀수입했을 가능성을 의심할 만한 사정들이 나타나지만, 밀수 혐의가 유죄가 되려면 신씨가 대마라는 걸 알고 밀수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는 무죄판결의 근거 때문이다. 재판부는 또 “신씨가 우편물에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수령하려고 했다는 사실까지는 인정하기 어렵다”며 “설령 그렇다 해도 신씨가 대마를 어떻게 사들였고, 금전거래 내역이 있지 않는 이상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점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

마치 범죄자로 판결하려면 범죄사실을 본인이 순순히 인정할 때만 가능하다는 논리와 비슷한 것 아닌가? 마약 밀수를 하는데 그럼 자기 이름으로 금전거래를 했겠나. 그리고 ‘우편물에 관심은 보였지만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와 같은 주관적 생각이 어떻게 무죄판결의 근거가 될 수 있나. 여러 유력한 정황 증거에도 무죄판결이 난 1심이나 과거 사건이 오히려 더 수상하다면 수상하다.

항소심 재판부는 ‘던지기’를 당했다며 계속 발뺌하는 신 모씨에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살면서 두 번이나 ‘던지기’ 수법으로 음해를 당할 수 있느냐”며 오히려 그를 꾸짖었다고 한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이 맞는다며 그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유시춘 이사장은 이런 아들을 옹호하며 사법부를 비난한 것이다. EBS 이사장이 사감에 휘둘려 대법원 최종 판결까지 부인하고 자리를 지키겠다고 버티는 태도는 정상이 아니다.

유시춘 이사장이 당장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결정적인 이유다. 유 이사장의 아들이 마약과 관련한 수상한 의심과 혐의를 받아온 것은 짧은 세월이 아니다. 그 오랜 세월동안 아들의 문제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을까. 혹시 알고도 모른 척 해온 것은 아닌가. 그가 아들의 범죄사실을 정말로 믿지 못하겠고 진짜 범인을 본인이 찾겠다고 한다면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알아서 할 일이다. 눈물 나는 모성애는 그때 발휘하기 바란다. 국민의 혈세나 다름없는 수신료로 월급을 받는 EBS 이사장직에 눌러 앉아서 한다면 직무유기다.

전문성 부재, 부도덕, 탐욕 '부적격자의 전형' 유시춘 이사장

유시춘 이사장이 부적격자라는 사실은 그가 조현옥 인사수석 등 청와대를 팔고 검찰 고위층을 파는 모습에서도 알 수 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EBS 이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작년 7월 장남이 2심에서 징역 3년을 받자 “1심에선 무죄가 나왔는데 2심에서 이렇게(유죄 선고) 됐다”며 “나중에 모르고 당하면 안 되기 때문에 알고 있으라고 내가 일러준다. 3심에서 잘될 거다”라고 청와대에 통보했다고 했다.

유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그 사실을 당당히 밝혔다. “청와대에 후배가 많이 들어가 있고 조현옥 수석도 따지고 보면 후배” “(통보받은 사람을) 누구라고 밝히지는 않겠다” 또 “(마음만 먹으면 고위층에) 내가 왜 선이 안 닿겠나. 내가 왜 윤석열 검사장을 모를 것이냐”며 “그 사람들에게 하소연해 재판을 바로잡아달라고 할 수도 있었다”고 했다. 자신이 권력을 동원해 아들을 무죄로 만들 수도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들린다.

유시춘 이사장은 원래 작가 출신으로 교육과 관련한 전문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비전문가 중 비전문가로 애초 이사장에 거론됐을 때부터 부적격 인사란 말들이 많았다. 이번 논란으로 유 이사장이 보여준 것은 비뚤어진 모성애와 어떻게든 손에 쥔 권력은 놓지 않겠다는 탐욕, 법치를 무시하는 비민주성이다. 이런 사실은 교육방송 이사장으로서 빵점에 가까운 인물이라는 뜻이다.

공적 자리에서 사적인 일을 앞세우는 인물이 EBS를 농단하도록 그냥 두어선 안 된다. 이런 최악의 인사는 하루라도 빨리 거둬들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검증 문제다. 유시춘 이사장 말이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EBS 이사장 아들 마약 밀수 사실을 알고도 임명을 강행했다. KBS 이사가 2천5백 원짜리 김밥 한 줄 사먹은 것도 잘못이라고 내쫓은 청와대와 여당, 방통위 아닌가. 그런 엄격한 도덕 기준이라면 유시춘 이사장은 백번 쫓겨나도 할 말이 없다.

과거 숱한 고위 공직자들은 법적으로 문제없는 본인 문제로, 또는 가족의 일로 도덕적 책임을 지고 낙마하거나 사퇴했다. 유시춘 이사장이 아들의 그런 전력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한국교육방송 수장을 맡았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유 이사장이 자리를 지키는 것만큼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비교육적인 일로 비춰지는 일도 없을 것이다. 청와대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인사검증에 실패한, 또는 묵인한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법적으로 아들 문제는 유 이사장 결격 사유라고 볼 수 없다”며 버티는 EBS 이사 임명권자 방송통신위원회 이효성 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청와대의 불법적 간섭과 지시에 따라 어쩔 수 없었다면 사실을 고백하고, 그것이 아니라면 부실검증에 대해 대국민 사과해야 한다. 그리고 과거 공영방송 이사들의 옷을 벗긴 똑같은 잣대로 유시춘 이사장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

박한명 미디어비평가·미디어연대정책위원장(전 미디어펜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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