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비례제와 ‘의회 파시즘’
연동형비례제와 ‘의회 파시즘’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19.03.2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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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소는 ‘사회계약론’에서 영국의 대의제도를 다음과 같이 비판했다. “영국 사람들은 자신을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이다. 의회 의원 선거가 있는 그 때에만 자유로울 뿐이고 선거가 끝나는 순간 노예상태가 자유를 압도하며 자유는 무위로 돌아간다.”

루소가 영국의 대의제를 비판했던 이 문제는 오늘날 정치학자들이 ‘주인-대리인 문제’라고 부른다. 주권을 대의한 의원들이 주권자에게 충성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익에 충성하는 현상이다.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최근 우리는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을 통해 그러한 현상을 보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도대체 우렁잇속같은 여권 4당 합의의 ‘권역별 준연동비례제’의 계산방법을 묻는 기자들에게 ‘국민들은 이해할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지역구 의석에 권역별 비례를 적용하고 여기에 석패율제를 도입해 의석 정원 300에 맞춘다는 ‘권역별 준연동비례제’는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선거제도다. 그 계산 방식이 하도 복잡해서 한 매체는 ‘미적분 선거제’라는 이름을 붙였고 자칭타칭 ‘정치9단’이라는 박지원 민평당 의원은 ‘이걸 이해할 천재가 어디 있나’라고도 했다.

왜 그렇게 복잡한 계산을 해야만 하는 선거제가 여야4당 합의로 나오게 된 것일까. 여기에는 앞서 말한 ‘주인-대리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여권 4당은 대통령제 하에서는 맞지 않는 다당제 선거제를 오직 의석수, 밥그릇을 얻기 위한 방편으로 수용했다.

연동형비례제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의회로 옮기기 위한 취지로 내각제를 기반으로 할 때만 의의가 있는데 민주당은 소수정당 난립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의회권력을 약화시켜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더욱 강화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현행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비례제를 폐지하는 안을 내놓은 한국당의 안이 주권자인 국민이 바라는 것이었다.

이에 더해 여야4당은 제1야당인 한국당을 배제하고 자신들만의 합의로 선거제를 패스트트랙에 올리기로 합의했다. 패스트트랙이란 민생이나 국가안보와 같이 시급성을 요하는 법안에 적용하기 위해 합의된 의안처리 시스템인데 다수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게임의 룰’을 바꾸기 위해 사용한다면 이는 다수에 의한 ‘의회 파시즘’에 다름없다.

더욱이 공수처(고위공직자수사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 적폐청산과 정권연장의 도구를 연동형비례제에 끼워 팔기로 처리하겠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 체제를 통째로 바꾸겠다는 의도로 밖에 읽히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이 이끄는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가는가. 자유 주권자를 파시즘의 노예화 하려는가. 주권자의 준엄한 심판이 필요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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