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대를 보는 눈 ]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 시대를 보는 눈 ] 국가의 정체성을 유지하려면
  • 이종윤 미래한국 상임고문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 승인 2019.04.04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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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은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플라톤은 ‘신이 만물의 척도가 되지 않으면 올바른 삶을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에 신이란 인간의 주관적 생각을 넘어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가치체계를 뜻한다. 자유주의자 중에도 객관적·보편적 가치를 찾는 이들이 많다. 이런 점에서 다원주의(Pluralism)는 여러 면에서 자유주의와 비슷하다.

밀(J.S. Mill, 1806-73)은 근대 자유주의 기틀을 마련한 사상가로, 절대불변의 진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의 자유를 주장하면서 지적, 도덕적, 감정적 발전이 종합적으로 어울어질 때 참된 행복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이다. ‘배부른 돼지보다 고민하는 소크라테스가 자유주의 철학의 표상이 되었다.’ 자기실현, 공동선 등의 바탕 위에서 자유가 꽃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 때 가치 문제에 관한 불협화음을 어떻게 해소할까? 각자 자기 생각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국가가 그 자유를 잘 보존되도록 지켜줄 뿐이다. 이 범주를 넘은 것은 생각할 수 없고 절차주의를 제창한다.
 

이종윤 미래한국 상임고문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이종윤 미래한국 상임고문 한국기독교학술원 원장

대중독재(Mass Dictatorship) 개념은 언뜻 보기에 모순처럼 보인다. 이탈리아의 파시즘, 독일의 나치즘, 소련의 스탈린주의, 북한의 김일성체제, 일본의 총력전체제에 이르기까지 20세기 독재체제는 대중의 정체성을 놓고 다루던 경쟁자들을 제압하고 대중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함으로써 이들을 체제의 확고한 지지자로 만들어 이들을 동원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중독재의 개념은 독재체제의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의 자발적 참여와 동원의 메커니즘을 포착하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다. 폭력과 테러를 무기 삼는 독재체제에 저항하는 대중을 독재체제에 저항하는 대중에서부터 그것과 타협하는 대중, 체제에 열정적으로 환호하는 대중에 이르기까지 선동과 기만으로 다양한 매체와 상징으로 대중의 마음에 침투, 대중과 독재체제 관계를 다각도로 파악해 대중과 체제의 일체감을 갖게 하기 위해 고안한 개념이다.

유권자들의 손으로 직접 뽑을 수 없는 비례대표 대신 지역구 의원을 늘려야 한다면서 현재 300석의 의원수를 270으로 줄이고 비례대표제를 없애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개편안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대통령 분권 논의 없이 연동형비례대표제 국가를 패스트 트랙에 태우겠다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합동 개편안에 대한 응전을 한 셈이다. 그는 “이는 대통령 독재국가를 시도하는 것”이라고 까지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의원내각제 하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는 시대적 변화와 사회환경의 변화 속에서 순기능도 하고 있다. 하지만 연동형비례대표제는 다당제를 양산하고, 의원내각제에서는 여소야대 현상을 만들어 행정부와 입법부 간의 견제기능보다 비효율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다원주의로 인한 정체성의 혼란, 대중독재로 가는 길목이라는 지적이 팽배한 연동제가 자유, 정의, 평등, 인권 등의 가치 위에 건국된 대한민국 정치 선거제도로 적합한 것인가는 당리당략을 떠나 거시적 안목으로 봐야 한다.

시대와 공간의 변천 속에서 변화를 할 수 있으나 국가의 정체성의 변질은 안 된다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르게 흐르게 하는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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