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사회주의’의 교훈, 너나 잘해라
‘연금 사회주의’의 교훈, 너나 잘해라
  •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인
  • 승인 2019.04.10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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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30년 이후 2057년 국민연금 기금은 완전히 바닥이 난다. 덜 내고 더 받는 구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한부 인생이다. 국민연금의 펑크를 막으려면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그 세금은 기업과 국 민들로부터 나온다. 청년세대들은 더 큰 부담을 져야 한다.

그러한 시한부 국민부담 국민연금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금년 마이 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손실액은 5조 9000억원에 달했고 국내 주식시장 투자 손실률은 16.8%나 됐 다. 국민의 재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국민 재산보다 스튜어드십 코드로 대기업 총수 일가의 소위 ‘갑질’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게 아닌가.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김범수 미래한국 발행인

공적 성격을 띠는 연기금의 주주행동권은 1990년대 들어 미국의 사회학자들 사이에 커다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주제였다. 1976년 피터 드러커가 ‘보이지 않는 혁명’이라는 저서에서 노동자들의 연 금이 기업의 주주로 참여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미국에 ‘연금 사회주의’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했던 이 후, 실제로 미국 최대의 연기금인 캘리포니아주 공무원연금 캘퍼스(CalPERS)가 의욕적인 CEO 데일 한 센을 맞아 1980년 말과 90년대에 주주행동을 활발하게 전개했기 때문이었다.

캘퍼스는 1992년 GM의 로버트 스템펠 회장을 ‘무능력한 지도자’로 낙인찍어 축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뒤이어 코닥,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웨스팅 하우스, 애플의 경영진들이 줄줄이 물러나 는 사태가 왔다.

2000년대에는 기업들에게 환경과 노동조건 개선과 같은 문제들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캘퍼스의 주주행동은 ‘요란만하고 효과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캘퍼스의 주주행동을 10여년간 연구해온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 스쿨의 우심(Useem)과 같은 학자들도 “주주들 의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해 연기금의 주주행동은 실제 효과가 없었다”고 결론짓는다.

결국 캘퍼스의 주주행동은 반기업, 친노동적 성향이라는 낙인을 얻었고 캘퍼스의 기금 운용의 목적과 효율성에 대 한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 이르자, 연기금 주주행동은 ‘너나 잘하라’는 비판 속에 지금은 이미 수익률 중심으로 방향을 틀었다. 원래 연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민간 연기금들 간에 자율협정으로 등장한 것이다.

기업의 사회 정의 실현이 목적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공헌을 통해서 기업가치가 상승할 수 있다면 그러한 것을 외면하지 말자는 취지다. 그렇기에 스튜어드십 코드는 철저히 정부나 정치권의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런데 국민연금 투자본부장을 청와대가 면접보고 복지부가 인사에 영향을 준다면 당연히 국민연 금은 정부와 정치권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스스로 방만한 경영을 되돌아 봐 야 한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모든 전산시스템이 완벽해서 연봉 7000만 원이 넘는 이들이 하는 연금 납부내역 확인, 독촉일을 동사무소 고졸 학력의 직원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기업은 연기금 가입자 들이 주주다. 그런 연기금 관리 집사면 집사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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