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이미 시작된 미국의 군사 압박
[전문가진단] 이미 시작된 미국의 군사 압박
  • 고성혁 미래한국 전문기자
  • 승인 2019.04.1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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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북 군사적 압박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것도 매우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이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특히 하노이회담이 결렬된 직후 미국은 미 해안경비대(USCG) 소속 4500톤급 버솔프(WMSL-750, Bertholf)함을 미 7함대에 배속시켰다. 미국의소리(VOA)는 미 해안경비대의 버솔프 함이 3월 3일 일본 사세보항에 입항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규슈 사세보항은 미 7함대 상륙전단의 모항이자 유엔사 후방기지다.

한반도 유사시 가장 빨리 병력을 파견할 수 있는 미 7함대 기지이다. 이곳에 미 해안경비대 함정이 배치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버솔프 경비함의 동중국해 배치는 유엔의 불법환적 제재를 회피하려는 북한의 행동에 맞서는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분명한 대북 군사적 압박의 일환이다. 영국 해군도 서덜랜드함과 아가일함에 이어 프리깃함 몬트로즈함(HMS Montrose)도 동아시아에 추가 배치했다.
 

제주민군복합항에 입항한 미 해안경비대 소속 버솔프함(4500톤)
제주민군복합항에 입항한 미 해안경비대 소속 버솔프함(4500톤)

이들 영국 함정은 미·일과 함께 북한의 유엔제재 위반 행위 단속에 투입된다고 일본 외무성이 3월19일 발표했다. 동아시아에서의 북한 불법 유류환적 감시는 이제 미국, 일본, 영국, 호주까지 가세하는 다국적 작전으로 확대되었다.

동아시아에 투입된 버솔프함은 3월 24일 미 해군 커티스윌버함과 함께 대만해협을 통과해 3월 26일 제주민군복합항에 입항했다. 버솔프함은 28일 제주 서귀포 남방 해상에서 우리 해경 이청호함(6천500t) 등과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은 공해상에서 마약거래 첩보를 입수한 대한민국 해양경찰 경비함정이 마약 의심선박 2척을 발견하면서 개시되었다.

한국 해경함정이 인근에서 작전 중이던 미국 버솔프함에 무전으로 연락을 취하면서 양측 함정에서 고속단정과 헬기까지 투입해 정밀검색과 인명구조까지 겸한 훈련을 했다. 이번 미 해안경비대 함정의 제주 방문은 지난해 9월 19차 북태평양 해양경찰회의(NPCGF)에서 미국 측이 ‘한·미 해양경찰 우호협력 증진 및 상호 역량 강화를 위해 올해 미국 해양경찰 함정이 대한민국을 방문하고 싶다’고 요청함에 따라 성사됐다고 해양경찰은 밝혔다.

막강한 7함대 해군 전력이 있음에도 주로 미 해안을 경비하는 US COAST GUARD를 극동으로까지 파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민간 선박을 감시하고 추적 검문하는 데는 해군 함정보다 해안경비대 함정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해군 함정이 민간 선박 검문검색에 투입될 경우 야기될 수 있는 불필요한 국제적 마찰도 피할 수 있다. 한국도 민간 선박에 대한 구조 구난 검문검색은 해양경찰이 담당하는 이치다.
 

미국의 5번째 군대 US COAST GUARD

또 한편으로는 대북 압박정책에 소극적인 한국에 대한 불신감도 작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본 해상보안청 함정이 북한과 중국의 불법환적 검문검색 작전 전면에 나설 경우 불필요한 반일감정으로 변질 될 수도 있다.

대화퇴어장에서 북한 목선 수색구난작전에 광개토대왕함이 투입되면서 일본과 불필요한 마찰을 빚은 경우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미 해안경비대(USCG) 함정이 투입된 것은 그동안 경고에만 그쳤던 북한의 불법 유류환적을 본격적으로 차단하는 행동에 나섰다는 의미다.

최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가 공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8년 1~8월에만 해상 환적으로 정제유 제품을 148차례 불법 거래했다. 문제는 한국 선적 유조선도 북한의 불법 유류환적에 관여했음이 미 재무부 발표를 통해 드러났다.

미 재무부가 지난달 21일(현지시각) 발표한 북한과의 해상 불법환적 의심 선박 목록에는 한국 선박 1척을 포함한 세계 각국 선박 95척의 이름이 올랐다. 한국 선적 유조선의 이름은 ‘루니스(LUNIS)’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선박의 위치 정보를 보여주는 웹사이트 '마린트래픽'을 통해 루니스호의 지난 1년 간의 항해 기록을 보도했다. VOA는 이 선박은 국내 항구에서 출발해 공해에 머물다 목적지 항구에 입항하지 않고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루니스는 5400톤급 유조선으로 주로 동남아 지역을 운항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 재무부가 불법환적 선박 95척의 명단을 밝히면서 한국 선적 유조선까지 포함시킨 것은 한국에 대한 경고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그동안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 석탄으로 둔갑해 한국에 들어온 것도 눈감아줬던 미국이다. 결국 한국이 못하는 북한 선박 검문검색에 미국이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 이번 미 해안경비대 버솔프함의 동아시아 파견 배경이다.

미 해안경비대(US COAST GUARD)는 미국의 육해공군 및 해병대에 이어 명실상부한 5번째 군대다. 한국의 해양경찰청은 해양수산부 소속인 반면에 미국의 해안경비대는 국토안보부 소속의 군사조직이다. 전시에는 국방성으로 편제되어 미 해군의 지휘를 받는다. 국토안보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 DHS)는 2002년 9·11테러 이후 미 본토를 테러공격과 자연재해로부터 지키기 위해 2002년 11월에 설치된 미 연방의 중앙행정기관이다. 미 해안경비대의 지휘체계는 미 해군과 거의 흡사하다.

해안경비대 사령관과 부사령관은 4星 제독이다. 규모면에서도 병력은 2019년 1월 기준으로 4만 2000여 명으로 한국 해군(해병대 제외)과 비슷하다. 감시 장비면에서는 어지간한 나라의 해군보다 앞선다. 미 해안경비대는 경비함 244척, 소형 함정 1844척, 항공기 204대를 보유고 있다. 항공기 중엔 해상초계기 P-3와 E-2의 조기경보기 그리고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까지 운영한다.

북한에 대한 해상 봉쇄는 과연 가능할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북한은 섬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법환적은 중국과 가까운 공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군사적 행동도 쉽지 않다. 불법환적에 관여한 중국 선박에 대한 제3국 입항 금지라는 제재도 사실상 무의미하다. 대부분 중국 연안에서만 운항하기 때문이다.

3월 27일(현지시간) 미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필립 데이비드슨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중국은 도움이 안 된다”면서 “자국 영해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고 있다”고 중국을 비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북한의 불법적인 선박 간 환적(換積) 행위에 대해 중국은 고의적으로 눈감고 있다고 청문회에서 지적했다. 북한의 불법 유류환적 감시는 결과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압박으로 귀결된다. 미국은 북한의 불법 유류환적과 돈세탁에 관여한 중국의 은행을 제재함과 동시에 군사적 압박도 병행하고 있다.

 

3월 5일 동해와 대만 및 동지나상공, 3월 26일 남지나상공을 비행한 미공군 전략폭격기 B-52H의 항적이 Aircraft Spots@AircraftSpots에 노출되어 게시되었다.
3월 5일 동해와 대만 및 동지나상공, 3월 26일 남지나상공을 비행한 미공군 전략폭격기 B-52H의 항적이 Aircraft Spots@AircraftSpots에 노출되어 게시되었다.

의도적인 미국의 B-52 전략폭격기 항적 노출

지난 3월 26일 괌에서 이륙한 B-52H 전략폭격기 2대는 남중국해를 거쳐 말레이시아 랑카위 기지까지 비행했다. 공식적으로는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되는 ‘LIMA 2019’ 에어쇼에 참가하기 위한 것이지만 비행경로는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해역 상공을 관통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미 공군의 특수전 및 전략기체 등 미군 항공기의 항로를 모니터링 하는 ‘에어크래프트 스팟’이 트위터를 통해 공개하면서 확인됐다. 미 공군의 B-52H 항적이 노출된 것은 위치발신기를 켰기 때문인데 이것 역시 미 공군의 의도적인 행위로 풀이된다.

Aircraft Spots@AircraftSpots는 3월 5일에도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 B-52H 1대가 대한해협을 통과 비행했다고 2019년 3월 5일 14:00 게시물을 통해 밝혔다. B-52H 전략폭격기의 호출신호 콜사인은 ‘TOXIN01’이며 괌의 앤더슨(Anderson) 공군기지를 이륙해 대한해협과 일본열도를 따라 비행했다.

이 비행 중 B-52H 전략폭격기는 한국 및 일본 영공 안으로 진입은 하지 않았다. 미 공군 단독훈련이기 때문이다. 미 공군의 B-52H 전략폭격기가 한반도 인근에 접근한 것이 비공식적으로 공개된 것은 2018년 11월 8일 이후 처음이다. 한편 또 다른 B-52H 전략폭격기(Call Sign ‘TOXIN02’)는 대만 쪽으로 비행하고 괌기지로 돌아갔다.

비록 한미연합훈련 차원에서 한반도 상공에 진입은 하지 않더라도 미 공군의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미북 회담 결렬과 무관해 보이지는 않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동남아 해상을 자국 영해로 삼으려는 중국과 미사일 발사 재개 움직임을 보이는 북한에 대한 일종의 무력시위다. 실제로는 더 많은 비행 훈련이 있었음을 미뤄 짐작이 가능한 부분이다.

미국의 중국 및 북한에 대한 압박은 미 공군과 해군만이 아니다. 지난 3월 19일 미 육군 1기갑여단과 2스트라이커여단은 ‘미 육군 동적 전개(Dynamic Force Employment: DFE)’ 개념에 의해 미 텍사스 포트 블리스(Fort Bliss)에서 독일 베를린으로 전격적으로 이동했다. 미 육군 ‘DFE’ 개념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이 정립한 것으로 미군을 중국, 북한 등의 위협에 따라 전격적으로 해외에 전개시키는 개념이다. 여단 병력과 화력을 24시간 내 이동 전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미군만이 가능한 일이다.

3월 20일자 미군 기관지인 ‘Stars & Stripes’는 이번 해외 전개를 2개 여단만이 아닌, 11방공포병여단과 32대공 및 미사일방어부대도 합류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야전 보병훈련이 아니라 러시아의 탄도·순항 미사일에 대응하는 사드 훈련도 포함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유럽 주둔 미 육군사령부 대변인은 “이번 DFE 개념에 의한 군사훈련은 기존 가상 시나리오에 의한 훈련이 아닌, 러시아로부터의 예고되지 않은 위협에 대해 나토 동맹국들이 즉각적으로 전개하는 실제 훈련이며, 훈련 목표는 전개시간 최소화, 위협 억제 능력 향상, 전투력 개선 효과이다”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훈련의 기본 개념을 다시 곱씹어 보면 어디서 많이 봤던 내용이다. 바로 한미연합훈련이었던 팀스피리트나 키리졸브, 독수리훈련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 유사시 미 본토의 증원 병력을 한반도에 신속히 전개시키는 것이 한미연합훈련의 기본 골자이자 출발점이었다.

한반도에 대한 미 증원 병력 신속 전개훈련 대신 유럽으로 옮겨 훈련을 진행했다고 볼 수 있다. 훈련 없는 미군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는 말을 미군은 행동으로 증명시켰다. 3월 21일 Stars & Stripes지에는 미 육군 태평양사령관 로버트 브라운(Gen. Robert Brown) 대장의 인터뷰가 실렸다. 브라운 대장은 “향후 미 육군이 DFE 개념에 의해 주한미군에 추가하여 신속대응군을 순환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은 한미연합훈련과는 별개로 미군 단독훈련이다.
 

부쩍 늘어난 미군의 단독 훈련

공교롭게도 4월 1일자 연합뉴스와 4월 2일자 조선일보는 미 해병대 소속 수직이착륙기인 오스프리 14대가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전개해 훈련했다고 보도했다. 미 육군이 유럽에서 실시한 동적전개훈련(DEF)과 오버랩이 된다. 유용원 조선일보 기자는 “지금까지 미 해병대 항공기들은 보통 오키나와 주일 미군 기지에서 한반도로 출동했다. 대규모 한미연합 해병대 훈련인 쌍룡훈련이 실시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군이 한국에서 이 같은 훈련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 전략 정찰기들의 잇단 한반도 인근 출동과 함께 미군이 독자적인 대북 군사 압박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라고 보도했다. 이것은 3월 27일 본지 <미래한국> 594호에 게재한 심층 분석 ‘한미연합훈련 폐지, 북한에 더 위협적...미군의 단독작전 전장으로 변화한 한반도’라는 기사 내용과 맥을 같이한다.

미 태평양해병대 루이 크라파로타 사령관은 “4대의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4대의 CH-53 헬기, 4대의 신형 코브라 헬기(AH-1Z ‘바이퍼’ 공격 헬기), 2대의 신형 휴이 헬기(UH-1Y 수송헬기) 등 14대의 항공기를 하와이에서 한국으로 전개했다”고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사항까지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나 CH-53 헬기 등은 특수작전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체라는 점이다.

기존 UH-60 블랙호크기는 탑승 인원이 분대 단위로 제한되지만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는 20여 명의 병력을 태우고 통상적인 항공기처럼 1600여㎞를 비행할 수 있다. CH-53 대형 헬기는 30여 명의 중무장 병력을 수송할 수 있다. 특수작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침투가 아니라 퇴출이다. 작전 수행 후 퇴출할 방법이 없다면 작전은 시행될 수 없다. 수직이착륙기인 MV-22 오스프리는 침투 및 퇴출 작전에 가장 유용한 기체로 평가받는다. 만약 북한의 특정시설에 대한 작전이 감행된다면 작전에 투입되는 기체는 MV-22 오스프리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협상에서 벼랑끝 전술과 지연작전 그리고 살라미전술은 북한이 주로 사용한 협상전략이었다. 여차하면 판을 뒤엎는 것이 북한의 전술이었다. 그런데 그 전술을 그대로 트럼프가 사용했다. 지난 하노이 회담 결렬은 전형적인 판 뒤엎기 전술이었다. 판이 깨진 마당에 북한이 과연 미사일을 다시 쏠까 하는 것이 현재 초미의 관심사다. 그러나 그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담판을 통해 과거 오바마나 클린턴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직접 봤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다.

북한 김정은을 말로는 한껏 치켜 세워놓고 협상장에서는 망신을 톡톡히 줬다. 트럼프는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고 여전히 말하고 있다. 그러나 행동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미국의 군사적 압박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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