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보수의 재구성... 새로운 정치를 위한 자유공화주의 선언
[리뷰] 보수의 재구성... 새로운 정치를 위한 자유공화주의 선언
  • 김민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9.05.08 06: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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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박형준은 부산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중앙일보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한국사회과학연구소 창립을 주도했고, 1991년부터 동아대학교 교수로 있다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이 되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대통령실 홍보기획관, 정무수석비서관, 사회특별보좌관을 지냈으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제29대 국회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동아대학교 국제전문대학원 국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좌우를 넘나드는 경험과 철학에 대한 관심으로 좌우 양쪽의 의심과 비난을 감수해야 했지만 세상은 왼쪽과 오른쪽의 두 눈으로 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믿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 믿음에 바탕해 《한국사회, 무엇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서 보수의 새로운 비전을 논했고, 그 논의를 철학적으로 구체화한 결과물이 이 책이다. JTBC 시사프로그램 〈썰전〉에서 개혁적 보수의 입장을 대변했으며, 최근 유튜브 채널 〈박형준의 생각 TV〉를 론칭해 운영하고 있다.

저자  권기돈은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위스콘신-매디슨대학교 사회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 연설기록비서관실에서 연설문을 썼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장을 지냈고, 바른정당과 바른미래당에서 법사위와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으로 일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현대성과 자아정체성》, 《탐구 1》, 《군주론》, 《자유론》, 《자아의 원천들》, 《리얼 유토피아》, 《상상의 왕국을 찾아서》 등 사회학, 역사학, 철학, 문학 등의 분야에서 다수의 저작을 번역해왔고, 2016년에는 석박사학위논문의 일부를 개작해 《한국은 어떻게 선진국이 되었나》를 출간했다.

철학 없는 정치, 희망 없는 시대, 보수의 존재 이유를 묻다 

한국 정치에서 ‘보수’가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던 적이 있었나? 진보가 개혁과 미래를 대변하는 세력처럼 비춰지는 데 비해 ‘보수’는 용어에서부터 무언가를 수세적으로 지킨다는 이미지를 풍긴다. 그래서 보수는 ‘수구’, 더 나아가 ‘반동’의 동의어처럼 쓰이곤 했다. 이는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가진 자의 수호자, 권위주의의 옹호자로 비춰졌던 보수의 역사와도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원래 보수는 경험적 기억의 계승자이자 자유의 수호자로, 자생적이고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진화해왔다. 또한 근대 이후 민주주의 발전 과정에서 한 축을 담당한 정치 이념이기도 하다. 
〈썰전〉을 통해 합리적이고 성찰하는 보수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해온 박형준과 보수주의의 철학적, 사상적 기반을 다양한 저술 및 번역 작업을 통해 소개해온 권기돈. 이 두 사람이 보수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바로잡고, 진정한 보수가 취해야 할 가치와 노선, 철학에 대해 논하고자 뭉쳤다. 두 저자는 한국 보수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혁신의 타이밍을 놓친 채 궤멸 직전에 몰렸다고 진단한다. 혁신의 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보수의 정치철학과 가치에 대한 성찰이 필수다. 이 책은 그 문제에 대한 하나의 답안을 작성해보려는 시도다. 

한국 정치,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가? 

두 저자는 서론에서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한국 정치가 처한 문제를 ‘철학의 빈곤’으로 특징짓는다. 특히 보수가 직면한 철학의 빈곤은 과거와 연속성을 갖기보다 단절을 통해 도입된 한국 근대화 과정과 무관하지 않았다. 따라서 보수의 공과를 논하기 전에 보수가 분단 조건 아래 ‘국가 형성(nation building)’ 과정에서 어떠한 도전에 맞닥뜨렸으며 그것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보수의 원류는 대한민국 수립과 이승만 정부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는 분명 ‘위로부터의 자유주의 혁명’이었다. 이승만을 비롯한 자유주의자들은 격동의 시기 대한민국에 자유민주주의의 길을 제시하고 그 정수를 제헌헌법에 담았다. 그러나 동시에 출발선상에서부터 대한민국은 국가 자체의 존립과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이라는 두 가지 생존 위기 직면했다. 그 위기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들이 권위주의적 반공주의와 국가주의적 발전주의 체제에 의해 희생되기도 했다. 

즉, 보수는 한편에서는 자유, 민주, 공화의 가치를 불완전하나마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시키는 현대사의 흐름을 이끌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국가 생존이라는 명분으로 그 가치에 역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경향과 과거의 관성 사이에 벌어지는 내적 긴장은 한국 보수의 특징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근대 민주주의 국가의 뿌리인 영국과 민주공화국의 시조인 미국에서 보수가 어떻게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보존하고 발전시켜왔는지를 살펴보는 가운데 이를 한국의 역사와 비교하는 작업을 한다. 이를 통해 보수를 재해석하고 재구성하는 근거를 마련하며, 그 과정에서 한국의 보수가 버려야 할 것과 지켜야 할 것, 그리고 고치거나 추가해야 할 것들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보수를 위한 정치철학,  자유공화주의 선언 


두 저자는 보수 혁신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채택해야 할 새로운 이념으로 ‘자유공화주의’를 제시하고, 그것이 포괄하는 자유, 민주, 공화의 가치를 역사적, 철학적으로 분석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자유민주주의는 이 세 가치가 결합하거나 갈등을 일으키는 가운데 역동적 균형을 이룬 것이라 말한다. 저자들은 보수와 자유주의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결합되었는가? 보수가 우선적으로 수호해야 할 ‘자유’란 어떤 자유인가? 정의와 평등의 요구는 보수 이념 안에서 어떻게 구체화될 수 있는가? 민주주의가 다수에 의한 소수 지배의 형식을 취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시민적 참여와 덕성을 고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들에 답하여 로크와 밀, 벌린 등의 자유론, 롤스와 드워킨의 정의론, 그리고 신공화주의 정치철학의 핵심 개념을 일별한다.

저자들이 말하는 자유공화주의란 ‘비개입’을 핵심으로 하는 소극적 자유를 다른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최우선의 가치로 삼으면서, 소극적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자아실현이나 평등의 요구 같은 적극적 자유와 구조에 의한 자의적 지배까지 배제하는 신공화주의적 자유의 요소도 수용하는 개념이다. 책임 있는 자유, 그 자유를 훼손하지 않기 위한 권력의 견제와 균형, 신뢰에 기초한 정치공동체의 확립이라는 자유공화주의 원리 안에서 보수는 우리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그것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정치 이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정 운영의 원칙으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저자들은 이러한 선언이 시대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쟁점이 되는 것은 과연 그러한 평등과 공정, 그리고 정의의 요구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떠한 적절한 수단을 통해 추구할 것인가에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그러한 답을 ‘자유공화주의’ 관점에서 제시한 것이다.

책의 1부에서는 보수주의가 역사적, 철학적으로 진화해온 과정에서 자유주의와 어떻게 결합하고 그것이 어떻게 보수의 핵심 이념으로 자리 잡게 되었는지를 살피며, 2부에서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그리고 공화주의의 역동적 균형으로서 ‘자유공화주의’의 이념적 지평과 그 가치를 논한다. 3부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가 직면한 대표적 위기를 교육, 성 정치, 외교로 갈무리하고, 보수가 가져야 할 실용적인 국가론을 제시하면서 끝을 맺는다. 두 저자는 한국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을 정치 세력으로 보수의 잠재력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보수가 스스로 성찰과 갱신, 미래지향적 사고를 불러들여야 한다고 촉구한다.

책의 말미에 실은 ‘자유공화주의 선언’은 그러한 보수의 재구성이 어떠한 철학과 가치, 그리고 노선 속에 구축되어야 하는지를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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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동 2019-05-09 11:36:50
잘 봤습니다